[ART + CULTURE] 지상(紙上) 전시_YET TO DISCOVER 우리들의 백남준_02_INNOVATIVE VISIO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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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4, 2023

글 김연우(독립 큐레이터) | 기획 김연우, 고성연 | Exhibition Concept 고성연

“언젠가 작가들은 오늘날 붓, 바이올린, 고물로 작업을 하는 것처럼 콘덴서, 저항기, 반도체로 작업을 할 것이다(Someday, artists will work with capacitors, resistors, and semi-conductors as they work today with brushes, violins, and junk).” _백남준(1965)


백남준은 TV를 작업 매체로 사용하면서 보다 본격적으로 텔레비전과 관련된 기술을 익히고자 1960년대 초 일본으로 떠난다. 당시 소니, 파나소닉 등의 브랜드로 대표되던 전자 기술 강국인 일본에서 신기술을 배우고자 했던 것이다. TV의 내부 회로를 조작해 영상을 편집하는 기술을 독학으로 깨우칠 만큼 명석했던 백남준은 일본에서 기술적 스승이자 긴밀한 협력자인 공학자 아베 슈야를 만나게 된다. 일본의 TBS 방송국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하던 아베 슈야는 백남준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작업을 계속했고, 두 사람의 협업은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1969)를 탄생시켰다.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는 TV에 송출되는 영상을 피아노 건반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왜곡, 합성, 채색 등의 효과를 입힐 수 있고, 방송국 장비 없이도 누구든지 영상을 편집할 수 있게 하는 최초의 비디오 영상 처리기였다. 백남준은 기계를 발명하며 누구나 어디에서든 영상을 촬영해 편집하고 방송할 수 있도록 비디오가 보편화되는 날이 올 것이라 예견했는데, 이는 마치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영상을 촬영하고, 개인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현재를 내다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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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록펠러 재단의 뉴미디어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백남준이 제출한 보고서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에서 그는 ‘전자 초고속도로’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다가올 미래의 인터넷 환경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의 아이디어는 월드와이드웹(WWW)의 출현으로 1990년대 들어 실현되었다. 당시 미국을 순회했던 <The Electronic Superhighway: Travels with Nam June Paik(1994-1997)> 전시에서 백남준이 선보인 ‘전자 초고속도로’(1995)는 미국 대륙의 형태를 이루는 3백36대의 TV 설치물에 네온 조명으로 대륙 전역에 뻗어 있는 고속도로 네트워크를 형상화한 작업이다. 미국의 대선 주기가 시작되는 아이오와주 위치의 화면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이전 영상이, 캔자스주 위치의 화면에서는 <오즈의 마법사>가 상영되는 등 각 주에 해당하는 문화를 반영해 현재까지도 정보화 시대 미국 문화의 아이콘과도 같은 기념비적인 작업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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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에서 3월 26일까지 열리는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는 전자 초고속도로를 누비는 미래 세대를 대변하는 ‘해커 뉴비’(1994) 등의 미디어 조각과 백남준이 생전 작성한 보고서들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는 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다. ‘누구나 손에 TV를 들고 다니며 전자 초고속도로를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백남준의 말은 오늘날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무게가 20kg 가까이 나가는 최초의 휴대용 컴퓨터가1975년에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되짚어보면 불과 1년 전에 나온 그의 주장이 당시에는 얼마나 공상과학에 가까운 발상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다면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어떤 모습을 예상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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