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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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 2025

에디터 성정민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지난 165년간 워치메이킹의 전설로 자리 잡은 태그호이어. 그 영광의 역사와 순간을 조명한다.
정확성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 열망은 시계를 하나의 기계 그 이상으로 만들어왔다. 1860년, 스위스 생티미에의 작은 공방에서 태어난 태그호이어(TAG Heuer)는 이러한 열망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한 장인의 철학에서 탄생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창립자 에두아르 호이어(Edouard Heuer)는 20세가 되던 해 정밀한 시간 측정에 대한 열정과 기계장치에 대한 천부적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Edouard Heuer & Cie.’라는 시계 공방을 설립했다. 당시부터 그는 ‘시간을 정복한다’는 개념에 가까운 철학을 품었고,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을 정밀하게 기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계를 구현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았다. 결국 1887년, 현대 크로노그래프의 기반이 되는 ‘오실레이팅 피니언(oscillating pinion, 진동기어)’을 개발하게 된다. 이 부품은 스타트 및 스톱 기능을 부드럽고 정확하게 작동시켜주는 기계식 장치로, 이후 수많은 고급 시계 브랜드에서 채택할 정도로 뛰어난 발명으로 평가받는다. 오늘날에도 이 기술은 고급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에 사용되며, 태그호이어가 기술 혁신의 선두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1896년 에두아르 호이어는 키를 사용하지 않고 크라운으로 감는 와인딩 시스템으로 최초 특허를 취득, 워치메이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혁신적으로 재정의했다. 창립 초기부터 그는 기존의 전통적인 시계 제조 방식을 넘어서려는 실험적 시도를 꾸준히 이어갔으며, 이러한 그의 독창성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시간을 정복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태그호이어의 전통과 뼈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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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이어(TAG, Techniques d’Avant-Garde, 혁신적 기술)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혁신은 브랜드의 DNA로 태그호이어가 걸어온 길을 가장 명확하게 압축한 단어다”



기술로 시간에 도전하다

정밀한 시간 측정은 태그호이어의 철학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호이어는 정밀한 시간 측정 도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특히 전문 분야를 위한 계측 시계 제작에 집중하며,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기술적 장비’로서의 시계 개념을 확립했다. 그는 해양 항해, 실험실 연구, 산업 생산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고정밀 스톱워치와 타이머를 잇달아 선보였으며, 이 제품들은 유럽 전역에서 호평받는다. 1911년 창립자 에두아르에 이어 그의 두 아들인 줄스 에두아르 호이어(Jules Edouard Heuer)와 찰스 아우구스트 호이어(Charles August Heuer)가 아버지의 업적을 물려받는다. 그리고 그들은 곧 ‘타임 오브 트립(Time of Trip)’을 발명하며 또 한 번 특허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와 비행기의 대시보드를 위해 제작한 12시간 크로노그래프인 이 특허는 비행선 체펠린(Zeppelin) R34가 처음 애틀랜틱해협을 횡단할 때도 함께했다. 이를 계기로 찰스 아우구스트 호이어는 타임키핑의 정밀도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자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1916년 1/100초의 정밀도까지 측정 가능한 스톱워치를 최초로 발명해냈다. 마이크로그래프(mikrograph)는 1/5초 정도의 정확도까지밖에 측정할 수 없었던 업계의 기존 워치들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후 1933년, 호이어는 레이싱 카와 비행기를 위한 첫 번째 대시보드 카운터인 오타비아 크로노그래프를 최초로 선보이며 시계 기술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냈다. 오타비아(Autavia)는 자동차(automobile)와 항공(aviation)을 결합해 지은 이름으로 제품의 기발한 타임키핑 기능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
1940년대 후반부터 태그호이어는 전통적인 크로노그래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포츠맨, 여행자와 시계 애호가를 위한 혁신적인 시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솔루나다. 이는 사냥꾼이나 어부, 선원으로 하여금 달의 위상과 조수간만의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배를 움직이는 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4세대 경영자 잭 호이어(Jack Heuer)는 양력 시간대는 물론 음력 시간대의 연구에도 힘썼다. 1950년에는 기본 크로노그래프 워치에 솔루나의 기능을 더한 마레오그래프가 출시되었다. 스포츠맨들은 크로노그래프에 탑재한 12시간 레코더를 통해 조수간만, 달의 위상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태그호이어는 우주로 나아가게 된다. 1962년 2월 20일, 미국 최초로 지구궤도를 돈 우주 비행사 존 글렌(John Glenn)이 5시간 동안 지구를 세 바퀴 돌았을 때, 그의 손목에는 태그호이어 스톱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이는 스위스 시계로서는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순간으로 기록되며 브랜드 역사에 길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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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스타일을 입다
1963년 잭 호이어는 모터 레이싱에서 영감받은 ‘까레라(Carrera)’를 출시한다. 1950년대의 험난하기로 유명한 레이싱 코스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랠리(Carrera Panamericana Rally)’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잭 호이어가 론칭한 이 ‘까레라’ 모델은 넓은 오프닝과 플랜지에 1/5초 측정 스케일을 표시한 다이얼로 깔끔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까레라 모델은 순식간에 ‘챔피언의 워치’로 자리 잡았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1969년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를 시작으로 중앙 핸즈로 1/100초를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마이크로그래프, 1/1,000초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까레라 마이크로미터와 1/2,000초까지 측정 가능한 까레라 마이크로거더를 개발하며 시계 기술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1969년, 수년간의 기술 집약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중 하나인 ‘칼리버 11’을 세상에 선보인다.
이 혁신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 되었고, 제네바와 뉴욕, 홍콩, 베이루트에서 동시에 공개되어 전례 없는 정확성과 정밀도로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칼리버 11은 태그호이어의 아이코닉한 모나코(Monaco) 워치에 장착되었고 사각형 케이스, 블루 다이얼, 왼쪽 크라운이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으며 영화배우 스티브 맥퀸의 손목에서 전설이 된다. 이렇듯 스타일과 기술이 완벽하게 만난 순간, 태그호이어는 시계를 넘어 문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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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우스의 품격, 혁신의 엔진
오늘날 태그호이어는 무브먼트부터 케이스, 다이얼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진정한 ‘매뉴팩처’ 브랜드다. 스위스에만 총 네 곳의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메이커인 것. 단순한 부품 생산을 넘어, 설계 단계부터 완성까지 기술과 미학을 통합하는 이 시스템은 브랜드의 정체성 그 자체를 구성한다. 대표적인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1887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술적 자산인 오실레이팅 피니언의 정신을 계승하며, 이후 호이어 01, 호이어 02 무브먼트로 이어진다. 특히 2020년 선보인 ‘까레라 호이어 02 컬렉션’은 1백60여 년의 브랜드 역사와 미래 비전을 집약한 상징적 작품이다. 이 무브먼트는 칼럼 휠과 버티컬 클러치를 포함한 1백68개의 부품으로 정밀하게 조립되며, 80시간이라는 압도적인 파워 리저브를 자랑한다.
한편 태그호이어는 혁신적 시각을 스마트 워치 분야로도 확장했다. 2015년 구글, 인텔과 협업해 ‘태그호이어 커넥티드’를 발표하며 스위스 전통 시계 브랜드 중 최초로 프리미엄 스마트 워치 시장에 진입했다. 이는 아날로그 시계의 유산을 디지털 시대에 재해석한 시도로, 과거의 정통성과 미래의 기술을 동시에 껴안는 브랜드 철학을 증명한 사례다.
태그호이어(TAG, Techniques d’Avant-Garde, 혁신적 기술)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혁신은 브랜드의 DNA로 태그호이어가 걸어온 길을 가장 명확하게 압축한 단어다. 혁신은 브랜드의 출발점이자, 매 순간 선택의 기준이었다. 전통적인 시계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언제나 다음 시대의 시간, 다음 시대의 기술, 다음 시대의 디자인을 향해 질주해왔다.
스위스 워치메이킹에서 풍부하고 획기적인 기술적 혁신의 역사, 그리고 그 가운데 확고하게 자리 잡은 창조적이고 유일무이한 브랜드 정체성의 뿌리는 오늘날 태그호이어를 명실공히 워치메이킹 분야를 이끄는 최고의 리더로 만들었다. 정확성, 기능성, 디자인, 그리고 철학까지 모두 갖춘 태그호이어는 이제 단지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간을 설계하는’ 브랜드로 기억된다. 기술은 전통을 통해 완성되고, 전통은 혁신을 통해 새롭게 쓰인다. 이것이 바로 태그호이어가 1백65년 동안 시간을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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