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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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3, 2021










혹여 올가을 부산에 들를 일이 있다면, 홀수 해마다 찾아오는 부산의 2021바다미술제도 그렇거니와 비슷한 시기에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대규모 회고전을 주목해달라고 강조하고 싶다. 아니, 미술 애호가라면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큰 자취를 남겨온 프랑스 출신의 거장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의 첫 유고전을 챙겨 보는 김에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연상시키는 기장 일광해수욕장에서 예술 산책을 즐기는 여유를 누리는 식으로 말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자부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이우환과 그 친구들’ 세 번째 시리즈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전은 마치 작가의 예기치 못한 별세를 알기라도 한 듯 제목에 ‘4.4’가 들어 있다. 작가가 태어난 해(1944년)이기도 하고, 인생의 4막 4장쯤 되는 시기임을 뜻하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숫자 4가 ‘死(죽을 사)’와 발음이 같아 죽음을 상징하는 숫자로 인식된다는 점을 볼탕스키 역시 흥미로워했다고. 공간 디자인 등 작가가 여러모로 준비 과정에 참여해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43점의 작품으로 꾸린 이 전시는 그가 지난 7월 14일 타계하면서 거장의 첫 유고전이 되어버렸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출발(De´part)’, ‘도착(Arrive´e)’, ‘그 후(Apre`s)’라는 텍스트로 된 작품들이 전시장(본관 3층과 이우환 공간 1층)을 수놓은 모습을 보면 절로 삶과 죽음의 여정을 생각하게 된다. 오는 3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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