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초여름을 장식한 영화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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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6, 2013

에디터 고성연(상하이 현지 취재)

기술의 혁신성, 장인의 내공 어린 예술성, 뛰어난 마케팅 감각으로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하이엔드 시계. 21세기에 ‘시계의 르네상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 주자 중 하나인 파인 워치메이킹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그 남다른 존재감을 올여름 상하이국제영화제(SIFF)에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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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탄생한 지 1백80년이 된 뜻깊은 해를 기념하는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는 ‘파인 워치메이킹(Fine Watchmaking)’이라는 단어의 품격에 어울리는 시계 브랜드다. 탄탄한 전통의 반석 위에 4백 개에 육박하는 특허를 내는 등 혁신의 자취를 꾸준히 아로새겨온 이 브랜드는 ‘우아한 실력파’답게 예술 영화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9년 전부터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후원하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중동의 아부다비영화제,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상하이국제영화제(SIFF)의 공식 스폰서 역할을 맡으며 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영화는 우리 브랜드가 지닌 혁신과 창조의 이미지와 잘 맞는 파트너십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1백80년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아온 예거 르쿨트르의 존재 자체가 영화인지도 모르죠.” SIFF를 찾은 예거 르쿨트르의 북아시아 매니징 디렉터인 줄리앙 레너드는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영화 사랑에 화답하듯 지난 6월 15일 SIFF의 개막에 맞춰 화려하게 펼쳐진 예거 르쿨트르의 브랜드 행사에 중국 배우들을 비롯해 영국의 톰 후퍼 감독, 미국의 올리버 스톤 감독, 대만 영화배우 비비안 수, 고이상 등 해외 영화 인사들까지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이날 오후 화제를 불러일으킨 ‘신작’은 상하이전시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 베일을 벗은 여성용 하이 주얼리 워치 컬렉션인 ‘리베르소 코도네 듀에토(Reverso Cordonette Duetto)’. 중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예거 르쿨트르의 브랜드 홍보대사이기도 한 자오 웨이(Zhao Wei)가 직접 소개해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1백80도 회전 가능한 케이스의 앞과 뒷면에 2개의 다이얼을 장착한 이 시계가 기존 여성 리베르소 컬렉션의 하이 주얼리 모델들과 차별되는 요소는 가죽이나 실크 스트랩이 아니라 왕관의 일종인 ‘다이아뎀’을 연상시키는 눈부신 브레이슬릿을 채택했다는 점. 7.52캐럿에 이른다는 1천2백50여 개의 촘촘히 박힌 다이아몬드가 연출하는 부드러운 곡선미와 화려함은 우아하고 섬세한 아르데코 스타일을 느끼게 한다.
이어 이날 밤 갈라 디너에서는 또 다른 ‘하이라이트’를 선보였다. 예거 르쿨트르 탄생 1백80주년을 맞아 창립자인 앙투안 르쿨트르에게 헌정하는 ‘주빌리 컬렉션’ 3종 중 하나인 ‘마스터 울트라 씬 주빌리(Master Ultra Thin Jubilee)’로 8백88점의 한정판 중에서도 특별히 1백80번째 모델이 낙점됐다. 케이스의 총 두께가 4.05mm에 불과해 현존하는 시계 중 가장 얇은 매뉴얼 와인딩(수동 태엽 방식)을 자랑한다는 이 초박형 제품의 1백80번째 모델은 경매에 부쳐졌으며, 경매 수익금은 예년처럼 중국 고전 영화 복원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요즘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여성의 관심이 부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많은 여성들이 핸드백이나 패션에서 시계나 주얼리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파인 워치메이킹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와 비슷해요. 처음엔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보다가 점차 시계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 그리고 시계 내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것이지요.” 레너드의 설명이다.
사실 파인 워치메이킹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시계의 내부를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 된다면 이러한 말에 절로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 작디작은 공간에 극도의 정교함을 뽐내며 자리 잡고 있는 섬세한 요소들로 점철된 시계 속 풍경은 한숨 섞인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기막히게 아름다운 별세계이기 때문이다. 16세기에는 복합적인 함의를 지닌 개념인 ‘시간’에 대한 숭배심으로 정확하지도 않은 물시계를 보고도 ‘신의 손’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분명 신이 아닐진대 신의 솜씨를 연상케 하는 고차원의 시계를 대하면서 인간의 능력에 탄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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