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23-24 Winter SPECIAL] 물, 바람이 만나는 계곡의 휴식_호시노야 구꽌(HOSHINOYA Gug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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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3, 2024

글 고성연

호시노야 구꽌(HOSHINOYA Guguan)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은근한 팬덤까지 확보한 해외 호텔, 리조트 브랜드가 더러 있다. ‘호시노야(HOSHINOYA)’는 단연 그러한 대열에 속한다. 오래된 품격과 장인 정신을 유난히 사랑하고 그 전통을 지키는 데 남다른 이력을 지닌 일본 태생답게 료칸으로 시작해 1백 년 넘는 역사를 지닌 호시노 리조트 그룹에서 대표 주자로 내세우는 럭셔리 브랜드다. 호시노 리조트의 4대 상속자인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가 2001년 그룹의 모태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호시노야 1호를 선보인 이래 여행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굳건한 위치를 점해왔는데, 성장 여지는 여전히 차고 넘쳐 보인다. 산하 브랜드까지 합쳐 60개가 넘지만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다. 호시노야의 경우 국경 넘어서는 단 두 곳에만 있는데, 그중 타이중(대만) 고속철도 역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쯤 소요되는 거리에 자리한, 평온하기 그지없는 온천 리조트 호시노야 구꽌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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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 차례 대만을 방문했는데도 구꽌(Guguan)이 그처럼 ‘속세’와 동떨어진 느낌의, 온통 자연에 둘러싸인 ‘초록초록한’ 마을인지 몰랐다. 호시노야 구꽌은 천연 온천지인 산 중턱의 깊은 계곡에 자리해 ‘나만의 온천’을 매일같이 누릴 수 있는 리조트다. 건축 콘셉트도 자연과 공명하는 ‘온천 계곡의 누각’이다. 모두 49개 객실이 있는데, 대부분이 복층형이다. 한 층에는 원천에서 직접 흘러나오는 가케나가시 방식의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세미 노천탕을 둔 넓은 욕실이 있는데, 욕조 곁 창문을 열면 대자연이 선사하는 바람을 느끼고 녹음의 파노라마를 바라보며 온갖 근심을 떨궈줄 듯한 휴식에 빠져들 수도 있다. 겨울철이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문구가 그야말로 ‘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 층(필자의 경우에는 위층)에는 침실과 거실이 자리하는데, 식사나 티타임하기 좋은 높이의 탁자와 더불어 나른한 각도로 누워 독서를 하거나 경치 또는 음악을 감상하기에 좋은 다다미가 소파 대신 놓여 있다. 이 리조트에는 2개의 세미 노천탕이 있고, 최다 7명 투숙 가능한 특별실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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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가 절로 되는 듯한 절경 속 웰니스
호시노야 구꽌의 객실에는 커다란 스크린을 장착한 대형 TV나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가 구비돼 있지 않다. 오롯이 이 평화로운 공간에, 투명한 통창으로 보이는 자연에, 그리고 나 자신(혹은 동반인)에 집중하도록 설계한 ‘디자인 싱킹’의 요소다. 그래도 센스 있게 소리가 제법 좋은 이동형 블루투스 스피커를 두었기에 아래층 욕실로 가는 계단 위에 놓아두면 복층 구조 덕에 탁 트인 공간에서 짱짱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도 있다. 숲 내음 향긋한 자연 속 김 모락모락 나는 대욕장도 정원 옆에 따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부드러운 남색 실내복에 보송한 망토를 두르고 오가다 보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디지털 디톡스를 하게 된다(물론 휴대폰의 유혹을 아예 뿌리치는 건 힘든 일이지만). “가물 일이 절대 없다”고 할 정도로 풍부한 구꽌의 온천수는 무색무미의 약알칼리성 탄산수소 염천으로 피부 자극이 적다고 알려져 객실에 노천탕이 있어도 이 매끄러운 물을 마음껏 탐하고자 대욕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때 대욕장 입구 옆 라운지에서 (투숙객이면) 누구나 꺼내 먹을 수 있는 솔잎 향 하드 바의 청신한 맛과 식감은 그 순간만큼은 미슐랭 코스가 부럽지 않게 해준다.
물론 미식 코스는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싱싱한 지역산 재료로 만든 가이세키 요리부터 객실 안에서 편히 즐기는 각종 샤부샤부, 대만 여행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맛깔난 우육면, 그리고 일식과 죽, 서양식 중 택할 수 있는 조식 메뉴, 티 세리머니 등 다채롭다. 정찬을 할 때 플럼 와인을 곁들이면 많은 한국인의 입맛에 느끼할 수 있는 식감도 상큼하게 잡을 수 있다. 몸 따뜻하고 배부른 채 밀린 잠을 실컷 자도 좋겠지만, ‘피톤치드 효과’인지 눈이 절로 일찍 떠진다는 의견도 많다. 그래서 이른 아침 요가 혹은 산림 호흡 세션을 듣거나 리조트 내 ‘워터 가든’을 산책하는 이들도 있다. 좀 더 의욕이 넘친다면 1,300m 산책로를 따라 산의 수려한 경치를 즐겨도 좋겠다. 3,000m급 산으로 이어진 대만 중앙산맥 기슭에 있는 구꽌의 산은 동북아시아 최고봉인 옥산(3,952m)에 오르기 전의 중급용으로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버드 워칭(bird watching)’으로도 유명하다(실제로 다이닝 공간에 앉아 있노라면 새들이 연잎 드리운 연못가에서 노니는 풍경이 자주 눈에 띈다. 문화적 호기심을 지닌 이라면 이곳 원주인 부족인 타이얼족의 ‘전통 플루트 메이킹’에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필자의 경우 ‘꽝손’에 가까운데도 선생님(부족장의 딸)의 도움으로 그럴듯한 대나무 플루트를 만들어내 의미 있는 기념품이 생겼다.
이 무릉도원 같은 온천 계곡의 절경 속에 잔잔한 활동으로 점철된 며칠을 지내다 보면 어느덧 속세와 멀어진 느낌마저 드는 호젓한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마치 저 바쁘고 혼잡한 세상에서 성큼 시공간을 이동해 평온한 보금자리를 찾은 듯한 안도감을 선사해주는 특유의 분위기 덕분일까? 호시노야 구꽌은 2019년 여름 문을 열어 곧 팬데믹을 맞닥뜨렸지만 별 위기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가는 대신 편안하게 돌봐줄 듯한 느낌이 충만한 이곳으로 자국 손님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물과 바람, 계곡이 어우러지는 고요함이 좋다면 ‘구꽌’을 기억해둘 법하다. https://hoshinoya.com/guguan/en


[ART + CULTURE ’23-24 Winter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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