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is Calling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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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2, 2024

글 고성연

아트 위크 도쿄(AWT) 2024_프리뷰

프로그램 하나하나 공들여 짠 글로벌 행사가 어느덧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는 더위를 감안하면 이제는 ‘늦여름’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9월 초에 프리즈 서울이 있다면, 완연한 도쿄의 가을에는 또 다른 현대미술 축제가 열린다. 도쿄의 아트 신(scene)을 요리조리 감상할 수 있는 아트 위크 도쿄(Art Week Tokyo, AWT).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소프트 론칭’으로 시동을 건 이래 4년 차에 접어드니, 이제 주위에서는 가을에 일본행을 계획하며 ‘AWT’를 기억해두는 이들이 제법 눈에 띈다. 행사 날짜는 11월 둘째 주(11. 7~10)지만 이를 전후로 길게 펼쳐지는 콘텐츠의 파노라마를 눈여겨볼 만하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미술 애호가들의 캘린더는 팬데믹의 빗장이 풀린 이래 다시금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아직도 또 볼 게 있나? 아니, 감상할 여력이 있단 말인가? 주변에서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문화 예술에는 중독성 짙은 마력이 있다. 풍부하다 못해 버거울 정도의 콘텐츠 홍수에 시달려 당분간은 ‘발품’을 도저히 못 팔겠노라고 선언했던 이들도 다시금 하늘길을 건널 채비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멀리 가지 않고 아시아만 놓고 봐도, 전국을 들썩였던 키아프×프리즈 서울 주간 이후에 도쿄, 상하이, 방콕 등에서 각종 현대미술 축제가 거듭 바통을 주고받는다. 11월 둘째 주(11. 7~10)에는 도쿄의 가을을 수놓는 상징처럼 자리 잡기 시작한 ‘아트 위크 도쿄(Art Week Tokyo, AWT)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많아진 53개 기관·조직(40개 갤러리 포함)이 참여하는 예술의 장이다.
동시대 미술 시장이 꽤 활발한 서울과 달리 도쿄는 상대적으로 심심했던 게 사실이지만 AWT의 등장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4년 차를 맞이하고 있지만 아직도 큰 변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본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외부인의 눈으로 볼 때 ‘이게 바로 일본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폭발적인 역동성으로 치고 나가는 서울 스타일과 달리 일본 특유의 조심스럽고 차근차근한 확장형 행보가 문화 예술계 축제를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다분히 묻어난다. 컨템퍼러리 미술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을 감안한 듯 애초에 페어 중심의 플랫폼으로 시작하지 않았고, 도시 기행을 하듯 폭넓은 문화 예술 산책을 유도했던 AWT는 어느 정도 예상했듯 지난해 처음으로 ‘부티크 페어’라 여겨질 ‘AWT 포커스’를 선보였고, 올해도 럭셔리 호텔인 더 오쿠라 도쿄 부지 내에 있는 오쿠라 뮤지엄에서 그 기조를 이어간다. 세일즈 플랫폼이지만 ‘미술관급’ 수준을 강조하는 만큼 저명한 큐레이터 가타오카 마미(Mami Kataoka)가 이끄는 올해의 AWT 포커스는 더욱 다국적인 구성이 엿보인다.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내놓는 국제갤러리(서울)를 비롯해 실버렌즈(마닐라/뉴욕), TKG+(타이베이) 등 각 나라의 대표적인 갤러리들이 참가한다(작가/그룹 수는 57개). 전시 제목은 <Earth, Wind, and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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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축제의 장은 갤러리와 미술관, 복합 문화 공간, 그리고 ‘럭셔리 메카’인 도쿄답게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AWT 본행사다. 지난해 프라다 아오야마 매장에서 선보이기도 했던 일본 팝 아티스트 다나아미 게이이치(Keichi Tanaami) 회고전이 국립신미술관에서 열리고, 긴자의 아티존 뮤지엄에서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로 주목받는 모리 유코(Yuko Mohri) 개인전이 열린다. 또 다른 주요 현대미술관인 MOT에서는 일본의 선구적인 미술품 수집가 다카하시 류타로(Ryutaro Takahashi) 소장품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단 하나의 ‘블록버스터’를 꼽으라면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기획전이다(모리 아트 뮤지엄). 9월 25일 개막한 이 전시는 일본에서 27년 만에 다시 열리는 대형 전시로 70년 여정을 아우르는 1백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모리 아트 뮤지엄과 멀지 않은 곳에 모리 그룹의 또 다른 야심작이자 일본 최고층 건물인 아자부다이 힐스가 명소로 떠올랐는데, 여기에는 팀랩 보더리스 전시장이 이전하고 페이스 갤러리가 들어서 있기도 하다. 도쿄를 찾는 글로벌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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