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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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 2021

에디터 이주이 | 포토그래퍼 kang hyun in

차분하고 힘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 성숙한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화한 카리스마. 그리고 다니엘 헤니와 나눈 의미 있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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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해밀턴과의 캠페인 촬영차 부산에 방문한 다니엘 헤니를 만났다. 악천후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특유의 온화한 에너지로 촬영 현장을 이끄는 그를 보자마자 묻고 싶은 질문은 명확해졌다. 올해 초부터 쉬지 않고 프라하와 LA, 그리고 서울을 왕복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 그는 현재 고향 미시간에 머물며 온전한 여름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서면을 통해 그의 평범한 일상과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일에 대해 물었다.

Q 요즘 같은 분위기에는 안부를 먼저 묻게 돼요. 잘 지내고 있나요?
아주 잘 지내요. 마침내 휴식 시간이 생겨서 가족, 친구들과 미시간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어요. 촬영을 위해 LA와 유럽, 서울을 다니며 무려 세 번 격리해야 했거든요. 이 작은 휴식이 얼마나 감사한지. 하지만 곧 프라하로 떠나요. 올해 남은 대부분의 시간은 <휠 오브 타임(The Wheel of Time)> 막바지 촬영하는 데 보낼 듯해요. 참, 오늘 밤 NBA 결승전 첫 번째 경기가 있어요. 제 반려견 로스코, 줄리엣과 함께 경기를 볼 예정이에요.


Q 현재 촬영 중인 <휠 오브 타임(The Wheel of Time)>은 순조롭게 항해 중인가요?
그럼요.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어수선한 상황을 마주하긴 했지만요. 첫 시즌 촬영에만 2년이 걸렸거든요.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말에는 꼭 방영되기를 희망해요.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Q 당신은 무엇에서 영감을 얻나요? 연기라는 아웃풋을 내기 위해서는 뚜렷한 인풋이 있어야 할 듯한데.
어디에서든 무엇에서든 영감을 얻어요. 제 인생 경험과 가족, 친구들, 그리고 음악과 색, 책, 시에서요. 새로운 역할을 할 때마다 주어진 숙제를 하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발견하는 과정이 이 일에서 가장 즐거운 점이에요.


Q 연기는 ‘다니엘 헤니’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나요.
연기는 제게 모든 것을 의미해요. 연기가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생계를 위해 진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런 점에서 운이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Q 셀러브리티로서 가장 두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주어진 배역에 가장 적역의 역할을 했나하는 의문이요. 정해진 규칙도, 어떤 장면을 위한 옳은 방법도 없기 때문에 ‘더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비관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이 압박감에서 조금 여유로워졌어요. 또 하나는 배우는 직업 안정성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Q 처음에는 끔찍한 일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좋은 일이었음을 알게 된 인생의 사건이 있다면요?
한국에 왔을 때 제가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었어요. 동료들 앞에서 많은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죠. 한국어 실력이 좋지 않아 몇 번 바보 같은 실수를 했지만, 그런 도전들이 저를 매 순간 강하게 만들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죠. 그런 도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Q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세 가지 순간(moment)은요?
음, 당연한 말이지만 첫째로 제가 태어난 순간이요. 하하. 두 번째는 한국으로 이사한 것이 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분명 제 삶에서 필요한 경험이었죠. 제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몇 가지 해답을 얻기도 했고요. 제 어머니에게 과거를 되짚어보는 데 도움을 드릴 수도 있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첫 집을 장만한 순간도 잊을 수 없어요. 늘 상상해오던 일이 실제로 이뤄진 거죠. LA에 있는 집을 1년 동안 개조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제 삶에서 큰 도전이었죠.


Q 무엇이 당신을 카메라 앞에 서게 만드나요.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이것 없는 삶은 상상이 되지 않아요. 예술적 표현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 삶의 일부예요. 매일이 새로운 도전이고, 매번 촬영할 때마다 처음처럼 신경이 곤두서고 두렵기도 하죠. 늘 새로운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멋진 면이 있거든요.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주제에 직면하고, 이 모든 창작 과정이 즐거워요.


Q 과거 인터뷰를 보면 ‘성실’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유독 ‘덕’, ‘성실’, ‘온건’에 대해 자주 말하기도 했고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이나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세상에 저보다 월등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하지만 무언가 잘하기 위해서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이 남들과 다른 위대함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어요.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항상 손의 굳은살만 보고도 남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제게는 늘 중요해요. 근면, 정직, 친절은 우리 세상에서 심각하게 과소평가된 미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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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해밀턴과의 촬영은 어땠나요? 궂은 날씨에 이번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날씨가 좀 터프했죠. 하지만 상관없었어요. 날씨가 협조적이지 않을 때 이야기가 좀 더 깊어지는 것 같거든요. 비디오에 더 멋진 서사를 부여한 듯해요. 영상 감독님이 원했던 감정의 어조와 일치한다고 생각하고요.


Q 2014년부터 지난 8년간 해밀턴의 앰배서더로 활약했어요. 해밀턴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그동안 해밀턴이라는 브랜드에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첫인상이 매우 좋았어요. 오랫동안 함께했기에 이제 해밀턴은 저에게 가족과도 같아요. 이전부터 해밀턴 시계를 좋아했어요. 해밀턴의 디자인, 장인 정신,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좋아해요.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가격대를 갖고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아요. 사람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매우 비싼 물건은 저를 힘들게 하거든요. 해밀턴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시계가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Q 앰배서더로서 그동안 해밀턴의 많은 제품을 착용해봤을 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시계는 어떤건가요?
몇 년 전 해밀턴과 멋진 협업을 했어요. 다니엘 헤니 모형 시계를 들고 나왔는데, 뒷면과 케이스에 제 사인이 새겨져 있어요. 나만의 시계를 갖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아버지와 삼촌에게 하나씩 드렸더니 모두 좋아하셨어요. 최근 삼촌이 돌아가셔서 테네시에 있는 삼촌 댁에서 시계를 미시간에 있는 저희 집으로 챙겨왔어요. 제가 보관하려고요. 지금은 삼촌을 기리기 위해 피아노 위에 시계를 올려두었죠.


Q 40대가 되는 것이 두렵진 않았을 거 같아요. 지금 어떤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나요?
솔직히 말해서 오랫동안 40대였던 듯해요. 저는 늘 꽤 조숙한 편이었어요. 많은 곳을 여행했고, 수많은 경험을 했기에 이미 40년간 인생을 산 듯했죠.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며 모든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해요. 40대가 되는 건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고 생각해요. 전혀 두려울 게 없죠.


Q 요즘 ‘다니엘 헤니’를 웃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가장 충만하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죠?
제 반려견인 로스코와 줄리엣은 저를 항상 웃게 만들어요. 이 친구들이 정말 똑똑해요. 아침에 저를 깨우려고 침대에 뛰어드는데,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죠. 어떨 때는 정말 우스꽝스러운데, 이런 반전 매력이 저를 항상 웃게 만들어요. 저는 쉴 때 가장 열정을 느끼는 듯해요. 제가 일을 할 때는 강박적으로 거기에만 빠져 있기 때문에 한 발짝 물러서 모든 것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고향인 미시간에 와서 호수에서 배를 탈 때 가장 신나고 에너지를 얻어요. 한 걸음 물러서서 이 모든 시간들과 해낸 것들에 대해 되돌아볼 때 가장 행복해요. 또 골프랑 클래식 보트에 빠져 있고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 연주에도 흠뻑 빠져 있어요. 하하.


Q 배우 ‘다니엘 헤니’ 하면 매너와 휴머니즘이 담긴 유머 감각을 빼놓을 수 없죠. 따뜻하고 유쾌한 정서를 유지하는 힘은 어디서 비롯한다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말하면, 유쾌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 웃음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예요. 웃음보다 중요한 건 없죠. 우리 가족은 항상 풍자를 하고,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해요. 유머 없는 삶 상상할 수 없어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올해 새롭게 세운 계획이 있나요?
피아노를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또 한국에서 반려동물 헬스케어 브랜드 미펫(mepet)을 포함한 몇몇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적인 면에서도 더 성과를 내고 싶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족과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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