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e-of-the Art Space for Collec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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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 2024

글 고성연

크리스티 홍콩(Christie’s Hong Kong)의 새 보금자리

홍콩의 아트 신에는 화려한 아트 페어 풍경이나 동시대 콘텐츠를 다양하게, 그리고 빠르게 포용하는 미술관, 내로라하는 메가 갤러리들의 전시 공간을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플랫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경매 시장이다. 크리스티(Christie’s), 소더비(Sotheby’s), 필립스(Phillips) 같은 글로벌 경매 회사들이 진을 친 홍콩에서는 ‘뉴스’로 전해질 만큼 고가의 작품이 빈번하게 거래된다. 지구촌에 드리운 경기 침체 여파와 미술 시장의 경기 사이클 등으로 예전 같지 않다지만 경매 브랜드들은 홍콩에서 통 큰 투자를 단행하며 ‘업그레이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 본사가 지난 9월 중순 홍콩 센트럴 지역의 새 랜드마크로 떠오른 더 헨더슨(The Henderson) 빌딩으로 확장 이전하며 늘 전시와 경매를 열 수 있는 전천후 공간을 선보였다. 지난달 26일, 27일 새 보금자리에서 진행한 크리스티의 개관 경매는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자오우키, 김환기 등의 작품을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내세웠는데, 낙찰률 92%로 한화 2천억원이 훌쩍 넘는 판매 총액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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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명성에 걸맞게 홍콩 센트럴 지역은 매끈한 마천루가 저마다의 결대로 겹쳐 있는 듯 하면서도 질서를 이루는 묘한 도시 풍경을 선사한다. ‘빌딩 숲’을 수놓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이름도 쟁쟁하다. 최첨단 신축 건물로 요즘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더 헨더슨(The Henderson)은 우리에게는 DDP로 알려진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설계를 맡았는데 마치‘이게 미래형 건물이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외관을 보자면 ‘홍콩란’이라고도 불리는 도시의 상징같은 보히니아(Bauhinia)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이 건물은 낮과 밤에 받는 인상이 사뭇다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안팎에서 매끈한 유선형 디자인이 곳곳에서 우아한 맵시를 드러내 자하 하디드 특유의 건축 언어를 느끼게 한다. 현재 홍콩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환경 친화적인 건물로 꼽힌다고 한다.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 본사가 이전하고, 크리스티 홍콩의 프리뷰 전시와 경매가 3백65일 열리는‘새 집’으로 삼으면서 세계 곳곳에서 손님들을 자신 있게 초청할 만하다. 크리스티는 이 건물 4개 층(6~9층)을 쓰는데, 면적으로는 약 4,645㎡(약 1천4백5평)에 이르며 경매장, 갤러리(전시 공간), 고객 전용 공간과 사무실, 컬렉팅을 위한 원스톱 허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예전에는 본사를 알렉산드리아 하우스에 두고 경매는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주로 진행했는데, 자체적으로‘판’을 펼칠 수 있는 전천후 플랫폼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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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홍콩의 새 보금자리는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에서 설계를 맡은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하지만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도 관련도가 높다. “천장이 높고 우리가 쓰는 층에 기둥이 없는 공간은 마치 미술관 같은 느낌을 줍니다.” 프랜시스 벨린(Francis Belin)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 총괄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화려한 디자인보다 작품이 빛나도록 해주는 전시 공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6층과 7층에는 특별 크레인이 있어 대형 작품을 운반할 수 있고, 벽과 공간을 조절해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가능하며, 전시 공간의 밝기도 작품 특성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고.

‘개장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크리스티 홍콩의 개관 경매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뜨거운 관심이 몰렸다. 프리뷰(전시)에만 1만2천8백40여 명의 고객이 방문했고 지난 9월 26일, 27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경매 생중계는 6백2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중에는 20~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1971년 작 전면 점화 ‘9-XII-71 #216’도 포함돼 있었는데, 5천6백3만5천 홍콩달러(한화 약 95억5천만원,구매자 수수료 포함가)에 판매되며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자오우키에 이어 낙찰가 ‘톱 4’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이성자의 1963~65년 작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이 1천5만5천 홍콩달러(한화 17억4천만원)에 팔리며 작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1세기 미술 부서 헤드 크리스티안 알부(Cristian Albu)는 “한국의 ‘국보’인 김환기를 비롯해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개관 경매에서 선보일 수 있어 기쁘고 그러기 위해 정말 애썼다”고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하지만 사실 미술 시장에서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엄격하고 신중한 잣대가 요구되는 글로벌 경매에 오르는 이름은 대동소이하긴 하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다음은 뭐지?’ 그리고 ‘(시장에선)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누가 평가절하되어 있지?’를 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홍콩에 다양한 소통과 교류가 가능한 자유롭고 유연한 플랫폼이 생긴 만큼, 한국 미술을 비롯한 아시아 미술을 둘러싼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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