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에 주목하자

조회수: 3381
12월 04, 2012

아마도 올 한 해 동안 ‘힐링’이라는 단어처럼 한국 땅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도 없지 않을까 싶다. 대도시 내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청량한 공기와 평온한 기운, 그리고 푸른 전원의 분위기가 돋보이는 서울 북서쪽 은평뉴타운은 바로 이러한 ‘치유의 미학’을 거론할 수 있는 장소일 것이다. 편리함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은퇴 주거지’를 찾는다면 이곳에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


1
2
3
5

1, 2 맑은 공기를 뿜어내는 북한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서울 은평구의 은평뉴타운은 자연환경이 좋은 데다 서울 도심을
오가기에도 편리하다는 이점 덕분에 은퇴를 앞둔 장년층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1번 사진은 녹음에 둘러싸인 은평뉴타운 전경.
3 은평뉴타운은 걸어서 등산로로 진입할 수 있을 만큼 북한산과 가깝다.
4 저밀도의 친환경 설계를 적용한 쾌적한 주거 환경도 은평뉴타운의 자랑이다.


어느덧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의 출발선. 한적한 포도(鋪道)에 수북이 쌓여 있는 낙엽들을 감싸는, 차갑지만 싱그러운 공기의 질감이 왠지 기분을 절로 상쾌하게 만드는 이곳은 엄연히 서울이다. 행정구역상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2지구. 인근에 줄지어 들어서 있는 수많은 아파트만 없었더라면 마치 교외의 인적 드문 공원을 호젓하게 거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은퇴한 뒤 강남에서 살다가 재작년 봄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입주 1년 만에 만성질환처럼 여겨지던 기침과 두통, 불면증이 사라져 버렸죠. 신기한 일입니다.” 은평뉴타운 우물골 두산위브 5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 북서쪽에 자리 잡은 은평뉴타운이 직장을 떠나 제2의 삶을 이끌고 있는 장년층의 ‘은퇴 주거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은평구에 따르면 진관동 전체 주민 중 정년퇴직할 나이대인 55세 이상이 33.3%에 이른다. 이는 서울 평균(21.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진관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이곳에는 장년층 부부만 사는 집이 워낙 많다 보니 평일보다 자녀가 방문하는 주말이 더 북적대는 편”이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아파트에서 살다가 자녀를 분가시키고 이사한 장년층의 비중도 은근히 높다고 한다. 지난 2009년 은평뉴타운 마고정 동부센트레빌 134㎡로 입주한 대기업 임원 서종환(58세) 씨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사실 서 씨는 오래전부터 답답한 강남 아파트(165㎡)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자녀 교육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좀처럼 뜻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막내아들이 결혼하면서 분가를 해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그는 “은퇴한 뒤에 공기 맑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었지만 아내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차선책으로 은평뉴타운으로 이사하기로 아내와 타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의 아토피 치료를 목적으로 이사를 단행한 40대도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아이를 위해 한때 귀농까지 고민했다는 박인하(43세) 씨. 그는 “송파 아파트에 살 때는 아토피로 밤마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은평뉴타운으로 이주해 온 뒤로는 아이의 증세가 눈에 띄게 완화되었다”고 말했다. 등산, 골프 등 레저 활동을 즐기기 편하게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장년층이 살기에 좋은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점도 이곳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산이 가깝다 보니 평일에도 등산복 차림의 입주민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고양시 등 인근에 골프장도 꽤 많다.


서울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도 은평뉴타운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권보다 분양가가 낮아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여윳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인프라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 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은평뉴타운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강남과 분당을 잇는 신분당선과 서울지하철 6호선을 은평뉴타운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편리함이 보장된 도시에서 머물고는 싶지만 전원에서와 같은 평온한 삶을 누리기를 동경한다면, 은평뉴타운을 주시해봄직하다.



은퇴한 뒤, 아파트 공간 설계 어떻게 할까
핵가족 시대… 가변적인 인테리어 필요
금전적 여유가 있는 은퇴 계층의 대형 주택을 겨냥한 아파트라면 대가족이 모여 살기 위한 구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할 것이다. 자녀의 분가, 핵가족화 등의 경향이 전반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아파트를 놓고 볼 때, 대가족 위주로 구성하기보다는 평소에는 노년의 부부에게 알맞은 좋은 공간으로 활용하다가도 명절이나 식구들이 모이는 특별한 날에는 온 가족이 여유로운 공간에서 편하게 모임을 가지거나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플렉시블(flexible)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게 좋을 듯하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