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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 2021

글 남지현(객원 에디터)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MCM HAUS’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오피서 더크 쇤버거를 만났다. 그의 영민한 감각과 시대를 읽어내는 재능은 MCM을 스마트하게 진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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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MCM 베를린 디자인 스튜디오의 GCO(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오피서)다.
MCM 월드와이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서 베를린 및 서울 팀과 협업하며 제품, 광고 캠페인, 소셜 미디어 콘텐츠, 이커머스, 리테일 환경 등 하우스 전반에 걸친 분야의 크리에이티브 지향점을 논의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MCM은 베를린과 서울에 각각 디자인 팀을 두고 긴밀하게 소통하며 컬렉션을 완성하는 글로벌 럭셔리 패션 하우스다.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두 팀의 생각이 모여 컬렉션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롭다. 긍정적인 마찰이자 문화 충돌이다. MCM에서만 만날 수 있는 대화 방식인 셈이다.


Q GCO가 된 지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선 지금까지 MCM을 의미하는 것들에 집중하고 드러내는 메시지를 기획했다. 가죽 제품 브랜드라는 인식을 넘어 레디투웨어와 슈즈의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 그것을 입증한다. 이는 젊음이 원동력인 MCM의 정체성을 시각화한 것이기도 하다. 45년 전 창립된 이래 음악, 청년 문화, 혁신적인 럭셔리라는 화두의 중심에 늘 젊음이 있었다. MCM은 제품부터 비주얼 아이덴티티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이를 반영해왔다. 더불어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고 이를 컬렉션에 녹여낼 방법을 탐색했다. 그리고 MCM의 개발 부서와 소재 공급 업체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다. 늘 강조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Q 당신이 합류한 이후 특히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눈에 띈다.
협업은 파트너십이자 고난이기도 하다. 두 파트너가 동일한 비중으로 대화하는 소통의 과정이다 보니 조율은 필수다. 그 때문에 까다로운 장벽을 마주할 때도 있다. 나는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면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외부의 개입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진보가 일어난다. 단순히 같이 작업하면서 MCM의 제품에 다른 브랜드의 로고를 합성하는 수준은 진정한 컬래버레이션이라 할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놀라운 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Q MCM은 독일에서 탄생해 글로벌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 성장했다. 독일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디자인 과정에서 바우하우스 원칙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바우하우스가 현대에 설립되었다면’이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는 팀원들에게 미래 지향적인 질문을 한다. 전쟁 후 독일과 현대의 독일은 지극히 다르고, 현재의 독일은 다양한 문화, 언어, 영향이 뒤섞인 복합적인 곳이다. 전형적인 ‘독일 스타일’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 MCM은 오랜 시간 다방면의 다국적 문화와 교류하며 진정한 글로벌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 거듭났다. 늘 눈과 귀를 열어두고 영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 비결이다. 미술 전시회, 길에서 마주친 사람, 친구와의 대화 등 영감의 원천은 무궁무진하다.


Q 서울을 자주 방문하는데, 서울에서는 어떤 영감을 받는가?
서울의 청년 문화는 흥미를 자극한다.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스타일리시한 감각이 특히 돋보인다. 클럽에 가서 밤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살펴보고 싶다. 다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클럽이 다시 개장하기를 바란다.


Q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물리적인 여행도 쉽지 않다. 여행은 MCM의 중요한 테마인데, 글로벌 하우스로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서울을 방문한 것은 2020년 2월이었고, 팬데믹이 이렇게 큰 규모로 확산되기 전이었다. 유럽으로 돌아온 뒤 각국에서 봉쇄령을 내렸다. 1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행동 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이제는 모든 것이 ‘정상’인 것처럼 느껴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백신을 접종한 뒤에는 안전감이 든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다시 사람과 소통하고 도시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현대의 여행이라는 개념을 움직임이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고 싶다. 이동 거리는 중요치 않다. 시내에서 쇼핑을 하는 것과 단기 여행 및 장기 여행 모두 움직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고객에게는 언제나 탁월한 기능성이 필요하다. 그러니 MCM의 제품에 반드시 이와 같은 필요성을 반영해야 한다.


Q 바바리안 다이아몬드, 비세토스, 드로스트링 백, 위켄더 등 MCM을 상징하는 여러 디자인 코드가 있다.
MCM에 내재된 DNA와 코드를 분석하고 이를 현대화해 동시대적인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으로 활용한다. MCM이 지닌 풍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작업은 아주 즐겁다. 브랜드의 유산과 아카이브를 여러모로 활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의 향취가 느껴지지만 복고적이지 않은 제품을 제작하고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Q 새롭게 선보이는 큐빅 모노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요소가 아닌 새로운 로고를 개발해야 하는 시기였다. 새로운 로고를 위한 진정한 여정은 획기적인 올오버 그래픽을 제작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클래식한 MCM 올오버 비세토스 로고의 다이아몬드는 큐빅 모노그램으로 거듭났다. 바우하우스의 심플한 그래픽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 결과는 무한대와 지각을 트롱 프뢰유로 표현한 아티스트 M.C. 에스허르(Escher)의 예술 작품을 연상시킨다. 새로운 그래픽은 레디투웨어, 백, 슈즈 제품의 프린팅 디테일로 사용되거나 울, 코튼, 나일론에 자카드 디테일로 다양하게 등장한다. 새로운 모노그램은 보다 젊은 고객층에 신선한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Q 큐빅 모노그램을 만나볼 수 있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펼쳐질 창립 45주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MCM은 창립 45주년을 맞이해 성공적인 역사와 창립 초기 10년간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발돋움하고자 한다. 우리는 앞으로 팬과 고객이 가상 세계에서 브랜드와 소통하는 방법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싶다. 이는 현시점에서 아주 중요한 단계다. 현실에서 대규모 이벤트를 개최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위험도가 너무 높아 불가능하기도 하고.


Q 요즘은 가상 세계, 메타버스가 화두다. 창립 이래 1976년부터 현대 문화를 반영해온 MCM이 가상 세계에서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많은 브랜드가 세계관에 가상 세계를 도입하고자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객과 팬이 브랜드와 동일한 수준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생성함과 동시에 MCM의 온라인 유통망에서 색다른 쇼핑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한다. 앞으로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MCM의 고객과 함께 새로운 요소를 창조하고 싶다. 실제 MCM 매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현실이 아닌 곳에서도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봉쇄 조치로 모든 소통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던 시기에서 벗어나 다시 실제 MCM 스토어에서도 고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된 지금, 현실의 MCM 매장에서도 가상 세계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Q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오가듯 MCM은 젠더리스, 시즌리스, 에이지리스 등 국경,문화, 성별을 허문다. 모든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에서도 브랜드의 중심이 되는 가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이 모든 요소는 현대를 반영하고 있으며, 근본을 뒤집는 획기적 요소가 아니라 일상에서 소통하는 과정의 일부다. 다양성과 포용은 현대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며 커다란 의미를 지닌 가치다.


Q 가상 세계의 주요 고객인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의 특징을 간파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당신이 체험한 그들은 어떠한가?
나의 10대는 지금의 Z 세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그 시기에 접했던 문화는 지금까지도 창작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이를 설문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대자녀(godchildren, 기독교에서 대부나 대모가 세례식 때 입회해 종교적 가르침을 주기로 약속하는 아이)가 많기 때문에 이들 세대와 직접 대화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 즐겨 듣는 음악, 인생의 원동력을 자세히 파악한다. 때론 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패션과 정치적 주제가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세상을 읽는 통찰력을 얻는다.


Q 과거의 유산과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새로운 세대를 연결하는 MCM의 전략이 궁금하다.
현재 고객은 자유분방하고 젊은 브랜드 외에도 풍부한 역사를 지닌 브랜드에 주목하며,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브에 열광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기기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현대적인 면모를 지녔으면서도 과거를 실제로 경험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중시하고, 아날로그 오브제에 대한 관심도 높다. MCM은 풍부한 역사와 아카이브, 동시대적 제품까지 고루 갖춘 패션 하우스이며, 이와 함께 강렬한 디지털 경험을 선사하고 향후 NFT(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를 하나의 ‘제품’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Q 45주년 이후 MCM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나갈지 궁금하다.
진화에 대한 믿음이 있다. 이는 지금까지 시작해온 일들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개념이다. MCM은 앞으로 스마트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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