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향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숫자가 있다. 이제는 문신처럼 투명하고 각진 샤넬 보틀에 각인된 바로 그 숫자 5.
대중적으로는 행운의 숫자를 7이라 말하지만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숫자는 언제나 5였다. 그 배경에는 샤넬 N°5의 이름과 연관된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숫자 5에 관한 스토리는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오바진 수녀원에서 자라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2층 회랑 모자이크에서 신비스러운 숫자들을 발견했고, 그것들을 비밀 문자라 여겼다. 그 후 샤넬은 몬테카를로에서 5가 자신에게 행운의 숫자가 되리라 직감했고, 그때부터 여기에 의존했다. 이 숫자에 대한 샤넬의 사랑과 인연은 그녀가 커서 브랜드를 만들고 향수를 제작하고자 결심했을 때까지 이어진다. 당시 조향사는 여러 개의 샘플을 제작했는데, 그중 다섯 번째 샘플 향수의 향이 그녀의 마음에 든 것.

샤넬 N°5가 제작될 당시에만 해도 대부분의 향수에는 시의 한 구절에서 따온 듯한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면 ‘봄의 욕망’, ‘저녁의 도취’ 등이다. 하지만 향수에 시도하던 이러한 갖가지 과장되고 서정적인 이름과 정반대로 가브리엘 샤넬은 단순함을 택했다. 늘 심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서 기쁨을 찾던 그녀답게 향수에 남다른 이름을 붙이고자 했던 결정은 신의 한 수였다. 숫자 5는 그 어떤 단어보다 상징적이며 기억하기 쉽고 다른 언어권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는 세계적인 이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N°5라는 이름의 향수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많은 여성에게 사랑받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삶을 경험하면서 얻은 숫자에 가장 클래식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을 불어넣은 가브리엘 샤넬의 네이밍 철학과 감각이 더해져 탄생한 샤넬 N°5. 이 작은 보틀은 무려 1백 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명성을 유지해왔고, 이제는 샤넬 하면 떠오르는 시그너처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