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ecious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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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 2015

에디터 배미진(밀라노 현지 취재)

1백 년이 넘는 필기의 역사를 지켜온 몽블랑이 지난 6월 2015 밀라노 엑스포 글로벌 론칭 이벤트를 통해 현대적인 매력과 아티스트의 정신이 담긴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크 뉴슨의 손끝에서 탄생한 몽블랑의 최신작, 몽블랑 M을 공개한 것. 전략적인 행보로 눈길을  끄는 제롬 랑베르 CEO와 마크 뉴슨이 협업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유기적인 모던함과 클래식한 펜의 만남으로 젊은 세대에게 필기 문화의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몽블랑의 새로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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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뉴슨, 몽블랑을 디자인하다

몽블랑(Montblan)과 마크 뉴슨(Marc Newson). 한눈에 봐도 의외의 조합이다. 1990년 독일 통일 조약에 서명할 때 사용한 펜이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대문호 헤밍웨이가 즐겨 쓴 펜으로 알려진 몽블랑의 역사를 살펴보면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과의 조합은 생경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두려움 없이 혁신적인 행보를 거듭하는 브랜드인 몽블랑은 지난 6월 밀라노에서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디자인 컬래버레이션 작품인 몽블랑 M을 공개했다. 몽블랑 CEO 제롬 랑베르(Je´ro^me Lambert)가 주최한 이번 이벤트는 밀라노 시내를 가로질러 몽블랑 산이 보이는 다이아몬드 타워에서 그 베일을 벗었다.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몽블랑의 펜을 디자인한 것.
최근 애플의 디자이너로 영입되며 애플 워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마크 뉴슨은 이미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이지만, 애플과의 협업으로 다시금 주가를 올리고 있다. 평소 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기울인 마크 뉴슨이 웨어러블 디자인의 시작으로 애플 워치를 선택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촉각을 곤두세웠을 정도.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유년기를 보낸 마크 뉴슨은 학창 시절 가구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이때 선보인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 체어는 지난 20년 동안 가구 경매에서 3회 연속 최고가를 갱신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가구는 물론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 요트, 건축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조각 작품까지 선보인 마크 뉴슨은 최근 애플의 노트북을 디자인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동시대의 디자인 부흥을 이끌어가는 마크 뉴슨이 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몽블랑의 만년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1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클래식한 브랜드가 가장 현대적이고 모던한 디자이너와 손을 잡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주목할 만한 사건인 것. 특히 전통적인 명사와 고전 작가, 세계적인 정치가와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온 몽블랑이 산업 디자이너와 함께한다는 것은 브랜드의 궤적에 신선함을 불러일으킬 새바람이기도 하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부드럽게 흐르는 유기적 형태와 몽블랑의 디자인 특색을 반영해 형태와 기능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몽블랑 M은 실물을 보는 순간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몽블랑 펜의 형태를 이토록 유려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 몽블랑에서 지금까지 선보인 그 어떤 제품보다 심플하고 현대적이라는 점이 시선을 끈다. 메인 비주얼도 심플하고 캠페인을 위해 선보인 동영상도 심플하기 그지없다. 자석을 사용해 캡과 배럴이 경쾌하게 닫히도록 고안한 데다, 스냅 메커니즘을 더해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캡이 닫히도록 하는 독창적인 요소는 몽블랑과 마크 뉴슨이 만나 확실한 시너지를 창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라인에 화이트 레진 소재의 몽블랑 스타 엠블럼을 초음파로 새겨 넣어 표면까지 미끄러지듯 이어진다. 플래티넘 도금한 클립과 캡은 연결선이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해 디자이너 특유의 유기적인 디자인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행사장에 마련된 몽블랑의 역사적인 작품들과 나란히 선 마크 뉴슨의 몽블랑 M은 캡을 여닫을 때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클릭 소리를 통해 보다 현대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몽블랑 봉우리 위로 노을이 번질 때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실버 웨어와 글라스로 장식한 공간에서 칵테일파티가 시작되었다. CEO 제롬 랑베르는 “메종의 역사적인 첫 디자인 파트너십인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몽블랑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꼽히는 마크 뉴슨과 손을 잡았습니다. 몽블랑 M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부드럽게 흐르는 순수한 유기적 형태인 바이오모피즘(biomorphism, 생태형태주의)과 몽블랑의 상징적인 특색을 살린 새로운 필기구를 완성했습니다”라며 마크 뉴슨을 소개했다. 마크 뉴슨은 이 소개를 이어받아 “저도 몽블랑과 마찬가지로 심플한 기능과 감각적인 경험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깨끗하게 떨어지는 선이나 섬세하게 도금한 닙, 매끄러운 표면과 루테늄을 입힌 앞부분의 촉감, 캡이 닫힐 때 나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몽블랑 M은 다양한 감각을 통해 만족스러운 느낌을 줄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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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도전, 모던함으로 발걸음을 옮긴 몽블랑의 가치

몽블랑은 지난 1백 년 동안 변치 않는 가치와 정교한 장인 정신의 전통을 계승한 역사적인 브랜드다. 스위스와 프랑스 경계에 위치한 몽블랑 봉우리를 모티브로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과 스타일은 ‘품격’이라는 단어로 규정된다. 별 모양의 몽블랑 로고는 탁월함의 상징이 되어 필기구와 시계, 가죽 제품은 물론 액세서리와 향수, 선글라스까지 다양한 컬렉션으로 선보인다.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장식해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펜을 선보이기도 하고, 대중적인 디자인의 몽블랑 펜에 사용되는 펜촉임에도 가장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 함부르크에 위치한 몽블랑의 펜 공장을 방문해보면 워치 이상으로 정교한 작업, 장인 정신이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펜이라는 것을 패션 소품이 아닌, 쓰는 이의 품격을 대변하는 특별한 취향을 담은 도구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몽블랑은 수많은 이야기와 펜의 가치를 꾸준히 전파했다. 필기 문화는 물론 문화, 예술, 역사의 일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국제적인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몽블랑은 고급 필기구 수집가를 위한 고가의 리미티드 에디션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겨냥한 현대적인 감각의 제품과 여성을 위한 주얼리 세팅 만년필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몽블랑 M 역시 새로운 세대를 위한 혁신적인 디자인이다. 새로운 제품은 만년필, 롤러볼, 볼펜을 시작으로 터치스크린에 사용하는 스크린 라이터와 아티스트를 위한 제도용 아트 파인라이너까지 더해 네 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는데(아트 파인라이너는 몽블랑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제품이다), 이는 현대적인 필요성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모두 담기 위해서다. 올해 제작하는 펜에는 필기 문화를 한층 끌어올린 마크 뉴슨의 공로를 기리는 의미에서 닙 부분에 ‘MN’을 새긴다.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적인 요소에 열광하는 지금 세대에게 마크 뉴슨의 디자인에 잉크를 적셔 사용하는 펜을 더할 수 있는 브랜드는 오직 몽블랑 하나뿐이다. 애플에서 아이 워치가 등장해도, 마크 뉴슨이 첨단의 그 무엇을 디자인한다 해도 몽블랑과 함께한 이 펜만큼 정성을 들이고 감성을 더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고, 이 점이 바로 몽블랑의 특별함이다. ‘심플로 펜 컴퍼니’라는 이름에서 시작해 1908년 스탕달의 소설 제목과 동일한 이름을 붙인 ‘루즈 앤 누아(Rouge & Noir)’ 펜을 출시해 당대 지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몽블랑. 마크 뉴슨과 함께한 몽블랑 M의 새로운 디자인과 매력이 지금 새로운 세대에게 필기 문화의 가치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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