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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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2, 2016

에디터 배미진(파리 현지 취재)

우리는 파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 센 강, 에펠탑, 블랙 일색의 시크하고 세련된 파리지엔의 패션! 이러한 파리의 대표적인 키워드를 뒤로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와 산업적인 관점에서 파리를 들여다보면 한 도시가 지닌 잠재력과 기획력, 중요한 비즈니스를 한자리에 모으는, 마치 자석과도 같은 흡입력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파리의 가치를 다시금 세계에 알리기 위해 프랑스국제전시협회(PROMOSALONS)에서 지난 1월 개최한 행사의 일정을 따라가보면 파리의 모든 문화, 예술, 전시, 비즈니스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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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의 탄생, 그랑 팔레
이번 이벤트의 첫 번째 순서를 알린 것은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개최한 루이 비통의 전시회 <비상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 전시가 열린 그랑 팔레는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Universal Exhibitions in Paris) 개최를 기념해 건립된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물이기에, 파리 비즈니스의 가치를 알리는 이번 행사 오프닝 장소로 이곳을 선정한 것은 매우 의미 깊은 일이다. 그 시절 4천8백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 최초의 박람회는 지금도 모든 박람회 역사의 시초이자, 파리가 박람회 역사의 기틀을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루이 비통의 창립자 루이 비통의 아들 조르주 비통(George Vuitton)이 당시 박람회에서 ‘여행과 가죽 제품(Travel & Leather Goods)’ 섹션 전체를 담당했다는 것도 기념할 만한 에피소드다. 이번 루이 비통의 전시는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이야르(Olivier Saillard)가 기획한 것으로, 루이 비통 메종이 1854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여정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9개의 테마로 구성해 소장품부터 기록 문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초의 여행 트렁크를 한자리에 모았다. 파리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함께해 파리라는 도시와 명품 산업의 발전, 브랜드의 히스토리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한 전시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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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10년, 패션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후즈 넥스트’ & ‘비조르카’
사실 패션 브랜드에서 루이 비통이 개최한 전시와 같은 규모의 이벤트를 연다는 것은 파리가 아니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파리의 패션 비즈니스가 전 세계적으로 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가치를 창출했기에 가능한 것. 이번 이벤트는 파리 오트 쿠튀르 패션쇼와 남성 패션 위크가 이어지는 기간에 열렸기에 현장감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패션업계 종사자가 파리에 모여 도시를 더욱 활기차게 했다. 이번 파리 방문 일정에서 프랑스국제전시협회가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 패션쇼는 앞으로 10여 년간 전 세계 패션을 이끌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후즈 넥스트(Who’s Next)’였다. 1년에 네 번 개최되는 파리 패션 위크와 그 어떤 곳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최고의 장인과 디자이너가 선보이는 오트 쿠튀르 쇼가 파리를 패션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면, 끊임없이 등장하는 패션 신의 주인공인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개최하는 후즈 넥스트는 패션의 중심에 자리한 도시인 파리에서만 개최할 수 있는 독보적인 행사다. 새로운 디자이너가 등장하고, 세계적인 브랜드에 영입되어 패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전 세계 패션계에 영감을 불어넣어 결국 사람들의 옷차림을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파리 패션 산업의 전통적인 힘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패션 패러다임 안에서 스타가 등장하고 모델 산업이 변화하며, SNS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패션 피플이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를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만든 근간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개발하는 데 선봉장이 되어온 파리의 다양한 패션쇼가 존재한다. 루이 비통, 샤넬, 에르메스 같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모두 프랑스, 파리 브랜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거대한 패션 산업의 한 획을 담당하는 비주(Bijou)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져왔는데, 그 중심에는 코스튬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를 소개하는 박람회인 비조르카(Bijorhca Paris)가 있다. 주얼리의 수도, 파리 방돔 광장에 위치한 수많은 하이 주얼리 브랜드의 산실인 파리에서 개최된 주얼리 박람회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독특한 점은 코스튬 주얼리, 시계, 액세서리를 한자리에 모은 세계에서 유일한 전시회라는 것. 4일간의 개최 기간 동안 1만2천5백 명의 방문객을 기록할 정도로 큰 성원을 얻었는데, 주로 전 세계의 바이어들이 방문하는 세일즈 행사라는 것이 중요하다. 32개국의 4백여 개 브랜드가 참가하고 90개국의 바이어가 행사장을 방문하는 세계적인 주얼리 박람회로 자리 잡은 것. 비조르카를 주목하는 업체는 주로 백화점과 콘셉트 스토어, 기업, 박물관 등이다. 올해는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봉 마르셰(Bon Marche′)는 물론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홍콩의 하비 니콜스(Harvey Nichols) 등 대형 바이어가 새로운 입점 브랜드를 찾아 비조르카를 찾을 만큼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대형 판매망을 구축한 바이어가 대거 등장해 주목도가 더 높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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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이끄는 메종 & 오브제
라이프스타일과 리빙 트렌드를 이끄는 메종 & 오브제는 어떤가. 국내에서는 최근 리빙 아이템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개념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패션 트렌드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왔다. 50여 년간이나 이어져온 메종 & 오브제는 삶의 전반을 지배하는 리빙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박람회로, 아시아와 미국에서도 개최되지만 그 본류는 단연 파리에 있다. 지난 1월 22일부터 26일까지 파리 노르 빌팽트(Paris Nord Villepinte) 전시장에서 개최된 메종 & 오브제는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에 대한 최신 정보를 총망라한 무역의 장이자, 수많은 바이어와 프레스가 고대하는 행사로 그 규모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전시장 규모만도 130,000m²에 달하고 3천2백여 개의 브랜드가 참가하며 행사 기간 동안 8만 명이 방문하는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박람회다. 파리에서는 매년 1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개최되는데, 1월이 규모가 가장 큰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다. 메종 & 오브제 행사장에서 만난 파리-일드 프랑스 상공회의소 M. 장-이브 뒤랑스(M. Jean-Yves Durance) 부회장은 메종 오브제와 이런 대규모 박람회들이야말로 파리를 빛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했다. “만국박람회에서 시작한 파리 박람회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이러한 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한 전시 장소를 개발하는 것도 프랑스 상공회의소의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프랑스에서는 많은 기업이 세계적인 박람회에 참가하길 원하고, 우리는 파리가 그 중심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람회 산업 자체에 투자하는 노력도 대단하죠. 메종 & 오브제 역시 파리를 대표하는 박람회로, 규모도 상당합니다. 전 세계 프레스와 바이어가 매년 이곳을 찾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을 개발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이토록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도시가 또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새로움이 움트고, 이 새싹이 세상을 바꾼다. 1900년 최초의 만국박람회를 시작으로 지금 2016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중심 도시가 되기까지 파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하나의 도시가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파리는 그것을 해냈다. 개선문과 에펠탑 등이 있는 도시 곳곳이 문화 유적인, 단 한 번의 방문에도 시상이 저절로 떠오르는 도시가 파리다. 이제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세계의 비즈니스가 만나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교역을 위해 모여드는 21세기 실크로드의 중심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파리를 더 멋지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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