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sai Gour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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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 2013

글 이소영('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의 저자). 취재 협조 Kansai the Foundation(www.kansai.gr.jp/kr)

<미슐랭 가이드>도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일본. 그중에서도 맛있는 레스토랑은 간사이에 모여 있다. 간사이는 교토, 오사카, 나라, 와카야마 등이 있는 지방으로 일본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현지인들만 아는 특별한 곳에서 전통 요리와 현대 요리를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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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구이다오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곳 중 하나가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이라는 것을 아는지? <일본 미슐랭 가이드 간사이 2013>에서 미슐랭 3스타 12개, 2스타 52개, 1스타는 2백16개나 받은 것. 아시다시피 미슐랭 3스타는 그 음식점에 가기 위해 여행을 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 아닌가!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고베(神戶), 와카야마(和歌山)로 대표되는 간사이 지방은 ‘간사이 구이다오레(關西 食い倒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을거리가 풍부한 지역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간사이에서 먹다 망한다’라는 뜻.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많으면 이런 재미있는 말이 생겼을까? 우리나라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와카야마는 특히 맛있는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시라하마는 해안에 위치한 1천5백 년 역사의 온천 지역이라 온천과 미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특히 매력적이다. 우선 전통 료칸 스타일의 무사시 호텔 일식 레스토랑에서 일본 요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가이세키 요리는 우리나라의 한정식과 마찬가지인 일본 전통 요리인데, 전채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차례대로 정성스럽게 서브된다. 간사이 요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인 셈이다. 에도 시대부터 시작된 가이세키 요리는 지방별로 차이가 있는데, 시라하마의 가이세키 요리는 이곳 특산물인 매실로 만든 두부와 매실주, 보리 된장, 사시미로 포문을 연다. 세 종류의 사시미는 참치, 도미, 갈치로 시라하마의 지역 맥주인 나기사(Nagisa) 맥주를 곁들이면 제격이다. 다음에는 작은 화로에 살아 있는 전복을 굽는다. 전복이 살짝 구워지면 버터를 올려서 녹여 먹는데, 탱탱한 전복과 부드러운 버터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메인 요리인 쇠고기 스키야키 요리가 나오면 이미 배는 불러온다. 이곳의 요리는 온천수로 만들어 부드럽고 감칠맛 난다는 평가다. 가이세키 요리의 마지막은 역시 밥이다. 도미 된장국에 가지와 오이 장아찌가 나온다. 디저트는 팥과 말차를 반씩 넣어 만든 케이크이다. 가이세키 요리는 가장 유서 깊은 전통 요리답게 기모노를 정갈하게 입은 웨이트리스가 서브하는데, 요리가 나올 때마다 어떤 재료와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해준다. (www.yado-musashi.co.jp)
매실과 간장의 도시, 와카야마
와카야마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빠른 2월이면 미나베 바이린에 매화꽃이 만개하는데, 그 열매를 소금에 절여 매실 장아찌인 우메보시를 만든다. 새콤달콤하게 소금에 절인 매실 요리 ‘우메보시’는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돕기에 우리나라에도 마니아들이 있는 인기 음식. 와카야마 현 유아사는 간장으로 유명한데, 이는 일본 간장의 시초이다. 1841년 문을 연 간장 가게 ‘가도초’가 건재하며, 간장박물관에서는 1백 년 전의 간장을 시식해볼 수도 있다. 호텔 무사시 바로 옆 아이스크림 숍에서는 간장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으니 맛보시길! 간장을 주재료로 한 와카야마 라멘도 인기 있다. 간사이의 샐러리맨들이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 와카야마 라멘은 돼지뼈 우린 국물에 간장을 넣어 만든 건강 라면. 향이 독특해 처음에는 낯설 수도 있지만 곧 부슬부슬 비 오는 날 딱 어울리는 요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와카야마는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3대 온천은 도고, 아리마, 그리고 와카야마의 시라하마 온천이 꼽힌다. 해수 온천이라 다소 짭짤한데,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 미용에 좋다. 호텔 무사시와 사키의 온천 등에서 노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와카야마의 명소인 시라하마 해변은 유럽 작은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하얗고 고운 모래가 아름다운 곳인데,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엔게쓰토 바위가 멀리 보인다. 엔게쓰토 바위의 구멍으로 노을 속의 해가 비추는 풍경이 장관이니 날씨 좋은 날 방문해보시라. 이곳을 대표하는 특산물 시장인 ‘도레도레 이치바’에도 들러보자. 현대적 건물에 와카야마 전통 식재료가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다. 수산물 코너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참치 해체 작업을 매일 볼 수 있는가 하면, 고래 고기도 있다.(www.toret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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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말차의 예의
녹차로 유명한 간사이를 여행하면서 말차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말차는 쪄낸 찻잎을 그늘에서 말린 후 잎맥을 제외한 나머지를 곱게 갈아서 마시는 음료를 뜻한다. 찻잎을 우려 마시는 잎차로는 섭취할 수 없는 차의 모든 영양소를 마실 수 있다. 우리나라 다도 문화를 꽃피우게 한 초의스님은 ‘다선일미(茶禪一味)’라고 찬미했다. 다선일미는 차 안에 삶의 진리와 명상의 즐거움이 녹아 있다는 뜻. 그만큼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음미하는 시간만큼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말차를 평범한 찻집이 아니라 간사이의 특별한 공간에서 마실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말차를 운치 있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몇 곳 중 먼저 와카야마 성의 말차를 소개한다. 와카야마 성은 16세기에 건축되었다가 몇 번의 재건 과정을 거친 이곳의 랜드마크이다. 도라후스야마 산에 자리 잡은 와카야마 성은 비가 자주 오고 햇빛도 강렬한 간사이 기후의 특성상 이끼와 수목으로 뒤덮인 울창한 정원을 한참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다. 와카야마 성의 정원은 태평양의 기운을 듬뿍 받아 봄에는 벚꽃과 작약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정원을 감상하며 성곽을 따라 올라가면 와카야마 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내부는 ㅁ자로 연결되어 있으며 꼭대기에서 와카야마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니시노마루 정원의 다실에서 말차를 주문할 수 있는데, 아름다운 와카야마 성의 정원을 바라보며 다다미방에서 말차를 음미하는 기분이 낭만적이다. 참고로 말차를 마실 때에는 조금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다. 기모노를 입은 호스티스가 말차를 가져다주면 “감사히 마시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차는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쭉 들이켜는 것이 좋다. 차를 다 마시고 난 후에 호스티스가 그릇을 가지러 오면 “솜씨가 훌륭했습니다”라고 말차 만드는 기술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 건강을 위해 말차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지만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말차에는 항상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말차를 마시고 나서 입가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
간사이의 전설적 우지차
교토는 우지차의 원산지이자 다도의 중심지이다. 교토 우지 지역에서 재배되는 우지차(宇治茶)는 고급 녹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만큼 맛과 향기가 일본 최고다. 교토의 녹차 명소 두 곳을 소개한다. ‘고다이지(高台寺) 템플’과 녹차 전문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교토 후쿠주엔(Kyoto Fukujuen)’이 바로 그것. 17세기 초에 건립된 고다이지는 봄과 여름에는 야간 개장을 한다. 히가시야 마료우 산 기슭에 위치하며 전통 정원과 현대 정원이 고루 구비되어 있다. 일본 현대미술을 연상시키는 현대 정원은 정기적으로 콘셉트가 바뀌며, 전통 정원은 간사이 스타일의 엄격함을 구비하고 있다. 야간 개장을 하는 계절에 방문한다면 어스름한 저녁에 가서 밝을 때의 정원 풍경을 살펴보고, 말차 한 잔을 마시며 어둠이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화려한 대나무 숲의 라이트 업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www.kodaiji.com) 교토 시내에 자리 잡은 ‘교토 후쿠주엔’은 녹차 브랜드 교토 후쿠주엔의 본점이다. 지상 9층부터 지하 1층까지의 10개 층에서 각기 다른 콘셉트로 우지차를 즐길 수 있다. 모든 층에 작은 현대식 정원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하 1층은 우지차 워크숍 공간으로 우지차를 블렌딩하거나 셀렉션해 자신만의 입맛에 맞는 차를 찾을 수 있는 곳. 1층은 선물용 우지차를 디스플레이해놓아 쇼핑 욕구를 자극한다. 2층에서는 우지차를 주원료로 한 디저트와 음료를 맛볼 수 있고, 3층은 우지차를 함께 곁들이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우지차의 그린 컬러를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디저트를 맛보는 재미가 황홀하다. 3층의 프렌치 레스토랑은 플레이트와 인테리어가 대단히 화려해서 비즈니스 다이닝이나 연인과의 데이트에 어울릴 듯하다. 4층은 일본 전통 다도 공간처럼 꾸몄으며 말차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과연 교토를 대표하는 녹차 브랜드다운 근사한 공간이다. (www.fukujuen-kyotohont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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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가이세키와 천황의 사케
1천1백 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의 요리는 예로부터 예술 작품으로 불렸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간사이 특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간사이 특산물은 송이버섯, 밤, 가지, 은어, 방어, 죽순, 해산물 등이다. 교토 스타일의 음식을 맛보러 가이세키 요리집 ‘우사부로’를 예약했다. 이 요리집은 일본 전통 정원을 가운데 두고 여러 개의 다다미방으로 나누어져 있어 오붓하게 계절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일본 전통 미닫이문도 두 겹씩이라 소음 없이 고요하다. 먼저 매실과 다시마를 우려낸 차가 서브된다. 바다 위의 매실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채 요리는 일본식 벤토 스타일로 나온다. 뚜껑을 열어 나란히 내려놓으면 두 가지 요리가 펼쳐지는 것이다. 오른쪽 요리는 죽순과 산초, 왼쪽은 연어, 새우, 계란, 물고기 알이 그림처럼 세팅되어 있다. 이윽고 도미, 참치회와 마가 곁들여 나온다. 생선 종류가 가이세키 요리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어떤 생선이 서브되는지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쑥 글루텐을 넣은 광어 수프와 죽순, 토란을 올린 생선 요리가 나오면 이제 하이라이트는 모두 맛본 셈이다. 음식은 담백하고 독창적이다. 점심 코스 요리이며 해산물을 위주로 사용하는 요릿집이기 때문에 부대낌 없이 깔끔하다. 고추, 버섯, 새우에 쌀가루를 입혀서 튀긴 덴푸라, 그리고 죽순밥이 나오면 식사는 마무리된다. 모든 요리가 근사했지만 모두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디저트였다. 검은 꿀 푸딩에 키위와 딸기를 올린 디저트는 전통과 현대의 장점을 극대화한 교토 가이세키 요리의 상징으로 보였다. (www.uosaburo.com) 바로 인근에는 천황에게 납품하는 사케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게크케이칸 주조장이 있다. 17세기에 세운 이 주조장은 여전히 가족 경영을 하며 전통 사케를 만들고 있다. 에도 시대의 기념물과 박물관, 판매장, 주조장, 시음장 등으로 나누어졌으며, ‘교토의 1백 가지 명소’에 포함되어 있다.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아 건강에도 좋은 사케 생산을 추구하며, 쌀로 만들었지만 포도로 만든 와인과 마찬가지로 과일이나 꽃 향이 솔솔 풍긴다. 특히 인기 있는 사케는 뚜껑에 작은 잔이 달린 병에 담아 면세점에서도 판매한다. (www.gekkeikan.co.jp) 간사이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오사카의 오코노미야키, 고베의 하야시라이스와 스테이크, 교토의 스키야키와 샤부샤부, 와카야마의 간장 파스타 등 간사이에서 먹다가 망한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이해가 된다. 고등어 초밥 역시 꼭 맛봐야 한다.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기쿠노이 본점(菊乃井 本店)’에서 두툼한 고등어 초밥을 맛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http://kikunoi.jp) 여행은 고행이며 자기 성찰의 시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맛있는 전통 요리와 함께한다면 고행도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일단 행복한 식사를 마친 후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초의스님의 말처럼 한잔의 차 안에 인생의 진리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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