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늘 어김없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 그렇지만 록시땅의 크리스마스는 더욱 특별하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화려한 비주얼과 다양한 향기, 그리고 재미있는 트루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는 록시땅. 올해도 변함없이 로맨틱하고 향기로운 2015년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인다. 아주 특별한 우정과 함께.
2 피에르 에르메의 마카롱에서 영감을 얻은 2015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의 패키징 디자인 스케치. 컬러풀하고 동그란 도트 무늬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패키징을 완성했다.
“한 해 동안 향수 상인은 프로방스를 돌아다니며 그해에 수확한 식물과 꽃과 향료를 수집한다. 연말이면 향수 상인은 그 모든 풍성한 향기들을 소개하며 프로방스의 숲과 시장에 축제 분위기와 군침 도는, 그리고 우아한 향기를 선사한다.”
향수 상인에 대한 이야기는 오랜 시간 프로방스에 전해 내려오며 산타클로스보다 더욱 신비롭고 강렬한 존재감으로 사람들을 매혹해왔다. 프레이그런스 머천트, 즉 향수 제조자이기도 하며 향수 상인이기도 한 이들은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을 연마한 식물학자이기도 하고, 꽃 향을 채취하는 향수 제조자이기도 했다. 록시땅은 이 전설 혹은 동화 같은 향기에 관한 흥미로운 트루 스토리와 향수 제조 과정에 주목했고, 록시땅 창립자 올리비에 보송(Olivier Baussan)은 향수 상인이 되기를 자처했다. 5천 년 전, 이집트 여성들은 머리 위에 송진, 과일, 향신료, 암소의 지방을 섞은 콘 모양의 장식품을 머리 위에 얹고 다녔다. 그들은 이 콘 모양 장식품이 태양에 서서히 녹아 헤어에 배어들어 향기를 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전래되어 향수의 고장 프로방스의 그라스 지방에서도 독특한 냉장법을 통해 향기 나는 재료에서 오일을 추출해냈다. 올리비에 보송이 록시땅을 창업했을 때 그는 로즈메리, 라벤더와 그 외 다른 아로마틱 식물을 증류해 향수를 만들었으며 1980년대 록시땅 매장은 지금처럼 ‘프로방스의 록시땅(L’OCCITANE en Provence)’이 아닌 ‘향수 상인 – 록시땅(L’OCCITANE, Perfumer – Fragrance Merchant)이라고 불렸다. 이는 록시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스토리 중 하나가 되었다. 록시땅의 모든 향수는 프로방스나 지중해의 다른 지방에서 찾아낸 천연 원료에서 탄생한다. 이 록시땅의 천연 원료는 향기 자체가 신선하고 자연스러우며, 마치 지중해로 휴가를 떠난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라스 지방의 퍼퓸 하우스에서 오랜 세월 동안 노하우를 쌓은 향수 장인들이 록시땅의 향수를 위해 일하며, 록시땅은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천연 향료 수급에서 프로방스의 자연과 전통을 유지하고 되살리는 데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4 파리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현장이 연상되는 2015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의 메인 포스터. 컬러풀한 나무와 도트 무늬가 환상적이고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5 록시땅과 피에르 에르메가 컬래버레이션한 2015 홀리데이 프로젝트 포스터.
8 이번 홀리데이 프로젝트의 원천은 바로 코르시카 섬이었다.
9 록시땅의 히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프레젠테이션 현장. 창립자인 올리비에 보송이 실제 입는 재킷이 걸려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Olivier Baussan said…
오래전에 저는 아름다운 섬 코르시카를 저의 오랜 친구 피에르 에르메에게 소개했습니다. 제가 피에르에게 제안한 코르시카 ‘테이스팅’은 섬에 대한 전설과 아주 옛날 섬 남쪽에 도착한 탐험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곳에서 자라는 꽃의 시적인 아름다움, 목동, 특유의 향기를 발견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피에르의 감성이 코르시카에 숨겨진 또 다른 아름다움을 그만의 탁월한 미각과 후각으로 재해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과 함께 말이죠. 피에르는 천천히 코르시카의 매력을 발견하고 거기 빠져들었습니다. 피에르와 제가 함께 나누는 자연의 향기에 대한 열정을 담은 제품으로 자연의 테이스팅을 제안하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이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당연한 결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최고 파티시에의 조향 능력, 디저트 같은 달콤함에 제가 록시땅의 시적인 언어를 더해 탄생시킨 아주 특별한 홀리데이 컬렉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Pierre Herme´ said…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곳에서 자라는 시들지 않는 불멸의 꽃 이모르텔과 시트러스류의 상큼한 과일을 포함한 코르시카의 향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모르텔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향기입니다. 향수를 만드는 조향 업무와 파티시에의 업무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조향에 관심이 많기도 해서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제게도 무척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죠. 저는 특정 카테고리에 포함할 향수를 완성하겠다는 욕심을 가져본 적은 없습니다. 전문 조향사가 아닌 탓에 향수의 카테고리를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제 마음이 끌리는 대로 그저 향기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했을 뿐이죠. 저는 저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향기 3종을 완성했고, 록시땅 팀의 시적인 시선이 이 3개의 향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본격적인 조향 업무는 먼저 최대한 다양한 향기를 테스팅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향기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조합해 네 가지 향수를 완성했고, 그 가운데 3개를 록시땅의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일부는 제가 만든 디저트의 향기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일부는 전혀 색다른 향기를 제안합니다. 무엇보다 결과물이 예상 이상으로 훌륭해서 만족스럽네요.
interview_ Olivier Baussan + Pierre Herme“우정, 경험, 열정! 진정성 있는 프로젝트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의 특징은? 올리비에 보송(이하 O.B) 이번 컬렉션의 특징은 각자의 캐릭터가 강한 독특한 원료들의 대담한 조합이라는 단어로 정의됩니다. 파티시에가 완성한 ‘달콤한 향수’는 너무 일차원적인 해석이라고 여겨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연상케 하는 패키징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대신 크리스마스 컬렉션으로 출시되는 제품의 특성상 축제 분위기와 모던함을 살려 디자인했습니다. 모자를 정리해놓은 박스처럼 원형으로 제작한 패키징의 콘셉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흔히 볼 수 있는 선물 상자를 연상케 하는데, 이를 통해 기쁨, 행복함, 파티 등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피에르 에르메와 록시땅이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얻게 될 메리트가 있나요? O. B 록시땅에서 이번 컬렉션을 계기로 디저트를 판매할 계획인 것은 아니기에(웃음) 피에르 에르메에게는 우정으로 시작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의미 외에 커머셜적인 큰 메리트가 있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록시땅의 2015년 홀리데이 컬렉션을 대신해 크리스마스 시즌, 전 세계 고객들에게 소개될 예정입니다. 피에르 에르메(이하 P. H) 제 개인적으로는 디자인과 예술 분야처럼 제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조향 분야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이자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록시땅 팀과 함께 작업하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서로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페이스트리를 맛보며 느끼는 향기와 향수를 통해 느끼는 향기 사이의 감성적인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P.H 미각은 입과 코가 동시에 자극되면서 느껴지는 것이죠. 조향은 후각을 통해서만 각자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페이스트리의 향과 향수의 향기가 주는 자극은 성격이 서로 다릅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세 가지 단어로 정의한다면? O.B & P.H 우정, 경험, 열정! 코르시카산 원료 중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O.B 이름이 I에서 시작해서 E로 끝납니다(웃음). 네, 이모르텔입니다. 이모르텔 향이 나는 마카롱도 존재하나요? P.H 향수에 사용한 원료 하나하나의 맛을 살린 마카롱을 맛보실 텐데, 현재 피에르 에르메 부티크에서 판매하는 마카롱 ‘발레리의 정원(Jardin de Vale´rie)’은 시더우드와 이모르텔 향기를 담은 제품입니다. 발레리가 누구인지 궁금하신가요? 코르시카에서 만난 제 아내입니다(웃음). 두 분은 어떻게, 언제부터 친구가 되었는지요? P.H 푸드 관련 업계 사람들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눈에 반한 연인처럼 보자마자 친해진 것이 아니라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웃음) 친구가 된 지 20여 년쯤 지난 것 같네요. 그때 이미 올리비에는 올리브 오일에 대한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올리비에 덕분에 그때까지는 잘 몰랐던 이 놀라운 식재료를 알게 되었죠. 올리브 오일이 서로 친해질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습니다. O.B 저는 피에르 덕분에 파리의 숨겨진 맛집을 알게 되었죠(웃음). 두 분의 컬래버레이션은 신선하면서도 획기적인 느낌입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이 컬래버레이션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O.B 피에르와 무언가를 함께 해보자고 처음 생각한 것은 약 3년 정도 전의 일입니다. 물론 그때는 계획이라고는 전혀 없는, 추상적인 아이디어 단계에 그쳤죠. 이 막연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작년이었습니다. 이번 컬렉션 같은 조향은 1년여의 작업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완성하게 해준 계기는 피에르와 제가 함께 나눈,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열정이었습니다. 피에르가 정성스럽게 완성한 향기들이 올해의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잠시만 소개될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사실은 이 향수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두 분 사이를 이토록 돈독하게 해주는 서로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O.B 피에르와 저는 고객들과의 약속을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에르도, 저도 일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일정한 ‘가치’이지 화려함이 아니니까요. 제 생각에 저희 둘 사이의 우정이 이토록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비결은 각자의 진솔함에 대한 서로 간의 존중이 아닐까 합니다. 컬래버레이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O.B 이번 컬렉션 향수들의 향기를 완성할 원료를 정성스럽게 고른 것은 피에르입니다. 그렇게 선정한 원료를 원하는 방식으로 조합한 것도 피에르였죠. 제가 맡은 임무는 피에르가 향기를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림과 디자인으로 해석해내는 일이었습니다. 피에르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코르시카를 소개한 것은 올리비에라고 들었는데, 올리비에를 통해 알게 된 코르시카와 그 이전의 코르시카, 이 사이에 차이가 있었는지요? P.H 올리비에와 함께 코르시카를 찾기 전까지, 사실 저는 그곳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코르시카를 가장 처음으로 발견하게 해준 사람은 올리비에였고, 이후 그곳에서 만나게 된 코르시카 출신 아내와 섬 곳곳을 누비면서 코르시카 특유의 매력을 배웠죠. O.B 덕분에 이제는 피에르가 저보다 코르시카를 훨씬 더 잘 압니다(웃음). 피에르가 올리비에를 통해 코르시카를 처음 알게 되었다면, 반대로 올리비에는 피에르에게서 어떤 영감을 받았을까요? O.B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저희 두 사람의 성향은 다릅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찾아낸 천연의 원료와 그를 활용해 정성스럽게 얻어낸 제품에 대한 열정만큼은 서로가 함께 나누는 가장 강력한 공통점이고, 그런 각자의 감수성이 서로에게 영감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홀리데이 컬렉션에서 이모르텔과 재스민을 믹스해낸 피에르의 놀라운 창의력은 제게 기분 좋은 자극과 새로운 배움의 계기를 제공해주었지요. 피에르가 현존하는 최고의 파티시에로 인정받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와사비와 오렌지를 환상적으로 조합해낸 마카롱을 만들어내는 능력, 이모르텔과 재스민의 놀라운 만남을 연출해내는 천재적인 상상력이 그의 명성을 구축해준 것이죠. 또 제빵에서 식용으로만 사용하던 재료 루바브의 에센스 오일을 피에르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감을 제공하는, 이토록 훌륭한 우정을 피에르와 나눌 수 있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리비에가 추천하는 피에르의 디저트, 피에르가 추천하는 록시땅의 제품이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P.H 단연 록시땅의 핸드크림과 버베나 샤워 젤입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애용하는 제품들이기도 하고요. O.B 록시땅의 홀리데이 컬렉션처럼 피에르 역시 리미티드 에디션 페이스트리를 제안하곤 하죠. 제가 추천하는 피에르의 디저트는 2개인데, 그중 하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소개한 ‘바바 오 럼(Baba au Rhum)’입니다.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제대로 만들기는 어려운 디저트인데, 피에르의 바바 오 럼은 몇 년이 지난 지금 역시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합니다.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던 탓에 지금은 맛볼 수 없는데, 피에르가 꼭 다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웃음). 나머지는 피에르의 디저트 세계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디저트 ‘이스파한(Ispahan, 로즈 마카롱과 로즈 크림, 랩스베리 등이 들어 있는 케이크)’입니다. 제 딸이 18세 생일을 맞았을 때 피에르가 커다랗게 만들어 선물해준 이후로 이스파한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가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