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 of Marrak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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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5, 2014

에디터 배미진

국내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입생로랑 코스메틱의 초대로 모로코 마라케시에 다녀왔다. 브랜드는 연일 새로운 제품과 화려한 이야기로 대중을 사로잡지만, 이러한 뜨거운 성공 속에서 입생로랑 코스메틱이 주목한 것은 입생로랑 디자인의 원천이자 영감의 오아시스, ‘붉은 도시-마라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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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생로랑의 오아시스, 모로코 마라케시
모로코, 그중에서도 고대 도시의 원형이 남아 있는 마라케시(Marrakech)에 간다는 것은 디자이너 입생로랑을 경외하는 이에게는 마치 성지순례와 비교할 만한 일대 사건이다.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장소, 아프리카 알제리 출신인 입생로랑이 제2의 고향이라 칭했을 정도로 사랑했던 선명한 빛의 도시.  ‘붉은 도시- 마라케시’에 가기 위해서는 암스테르담을 거쳐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을 거쳐야 한다. 유럽에서도 마라케시행 항공편이 있는 곳은 드물고, 그마저도 하루에 한두 편 있을 뿐이다. 긴 비행 끝에 마라케시 공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선명한 태양 빛이 만들어내는, 칼로 자른 듯 선명한 그림자의 아름다움에 “이국적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슬람교를 믿는 북아프리카의 초입에 있는 도시이기에 흑인 모슬렘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점, 이색적인 풍경과 마라케시의 전통 가옥이 만들어내는 붉은 도시의 박력, 카페마다 차고 넘치는 달콤한 민트 티의 향기가 마라케시에 대한 기대감을 뜨겁게 달군다. “마라케시에 처음 왔을 때, 매우 특별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도시는 나에게 컬러를 가르쳤습니다”라는 입생로랑의 이야기를 직접 느끼고 싶다면 마라케시의 화룡정점, 메디나에 위치한 시장으로 향하면 된다. 색색의 화려한 향신료와 섬세한 무늬의 그릇, 세공품은 눈을 사로잡고 모로코의 전통적인 과감한 색상 배치에 매료된다. <아라비안나이트>를 연상케 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운 수많은 색채들, 낮과 밤을 지나며 아프리카의 선명한 빛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입체미는 입생로랑의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모로코 마라케시 거리 곳곳에서 핑크, 블루, 그린, 그리고 바이올렛 색상의 카프탄(소매가 넓고 길이가 긴 아랍의 전통 의상)으로 대담함을 표현하는 인상적인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화폭 속 그림처럼 보여, 들라크루아의 스케치를 연상케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모든 현대 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룩과 20세기 패션의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눈부신 컬렉션, 크리에이션을 선보인 입생로랑의 패션 전반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입생로랑은 그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디자인을 위해 매년 6월과 12월에 2주간 마라케시를 방문했는데, 특히 모로칸 사람들이 옷을 입는 풍부한 방식은 입생로랑 컬렉션에 다양한 버전으로 등장했다. 2013년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 역시 입생로랑이 사랑했던 모로칸에 관한 영감과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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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렐 가든에서 만난 입생로랑의 빛과 컬러들
입생로랑 코스메틱의 립 제품, 섀도를 보면 항상 ‘이렇게 미묘한 컬러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혹은 ‘대범한 컬러인데 막상 바르면 자연스럽다’라고 감탄하게 되는데, 입생로랑이 사랑했던 마조렐 가든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컬러들의 비밀이 그대로 담겨 있다. 1919년 프랑스 화가 자크 마조렐(Jacques Majorelle)은 마라케시의 구시가지에 터를 잡으면서 아르데코 스타일의 아틀리에를 짓고 그 빌라 주변으로 다양한 나무와 식물, 새들이 둥지를 트는 보태니컬 가든을 만들었다. 특히 전 세계의 이국적인 식물을 이 정원으로 가져오기 위해 식물학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국제적으로 교류했고, 이 열정으로 살아 있는 예술 작품, 마조렐 공원을 완성하게 된다. 여기에 화가의 터치가 더해지며 공간은 더욱 풍성해졌는데, 지금 마조렐 블루로 잘 알려진 울트라 머린 블루와 코발트 블루 컬러의 배합은 강렬하면서도 맑은 모로코의 아름다운 빛과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승화했다. 햇살이 선명한 낮 동안 컬러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간들이 해 질 무렵에는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모한다. 그 어떤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선인장과 식물, 수백 종이 넘는 대추야자나무의 푸름으로 가득한 이 정원이 ‘빛’의 터치로 변신하는 각기 다른 모습을 직접 보니, ‘빛’을 사랑하는 디자이너 입생로랑이 이곳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이 아름다움이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1962년 자크 마조렐이 사망한 후 마조렐 가든이 폐허로 변하고 호텔로 개조한다는 소식을 들은 입생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는 1980년 마조렐 가든을 매입해 지금까지 그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2010년 마조렐 가든을 피에르 베르제-입생로랑 재단이 소유하게 된 것이다. 마티스가 사용한 컬러들이 고스란히 존재하는 아름다운 오아시스 마조렐 가든을 통해 무한대의 영감을 얻은 입생로랑은 2008년 6월 1일 세상을 떠난 후 빌라 오아시스의 로즈 가든에 뿌려졌고, 마조렐 가든에 영원히 잠들었다. 모로코 탕헤르 지방에서 가져온 고대 로마 시대 기둥으로 만든 기념비를 공원 내에 세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입생로랑과 그의 작품을 기억한다. 입생로랑 코스메틱의 CEO 스테판 벤지 역시 이곳을 이번에 처음 찾았고 입생로랑의 묘비를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이곳을 방문한 것 자체가 입생로랑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입생로랑은 1970년부터 매해 연말 모로코에서 신년 카드를 디자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냈는데, 이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러브 카드를 전시한 ‘러브 갤러리’도 마조렐 가든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마라케시의 아름다운 빛깔들을 입생로랑의 메이크업 컬렉션 아이템에 담아냈는데, 블루 마조렐 컬러가 가득 담긴 네일 래커, 이국적인 식물과 나무 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빛을 담은 아이섀도 팔레트, ‘빛의 영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뷰티 아이콘이자 빛의 마법이 담긴 매직 펜 뚜쉬 에끌라가 마라케시의 아름다움을 얼굴에 수놓는다.
예술가들은 끝없이 미지의 장소, 자신의 예술적 고향을 찾아 헤맨다. 그들이 상상하는 영감의 세계는 신기루처럼 상상 속에만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데, 입생로랑은 마라케시라는 꿈의 공간을 만났고, 열렬히 사랑했다. 예술의 오아시스로서 모로코, 마라케시와 수많은 교감을 통해 아름다운 디자인을 남겼다. 모로코의 색채를 담은 입생로랑의 삶이 뷰티 아이템으로 재해석되어 내 얼굴에 다시 피어난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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