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2015
에디터 배미진(파리 현지 취재)
러브 컬렉션과 트리니티 링으로 유명한 최고의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이 주얼리 브랜드에서 아이웨어 공장을 둘러보자 제안했을 때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안경? 안경도 보석이었던가?’라는 의문을 해결해준 까르띠에 아이웨어의 가치, 그 특별한 장인 정신의 세계를 소개한다.
1 새롭게 이전한 까르띠에 아이웨어 매뉴팩처.
2 1954년 주문 제작으로 완성한 타이거 모티브 손잡이가 달린 안경.
3 모든 커팅과 스탬핑도 정교한 디테일을 살려 완성한다.
4 호랑이 앞에 놓인 안경은 플래티넘과 오닉스, 에메랄드로 장식한 팬더 아이웨어의 럭셔리 버전이다.
2 1954년 주문 제작으로 완성한 타이거 모티브 손잡이가 달린 안경.
3 모든 커팅과 스탬핑도 정교한 디테일을 살려 완성한다.
4 호랑이 앞에 놓인 안경은 플래티넘과 오닉스, 에메랄드로 장식한 팬더 아이웨어의 럭셔리 버전이다.
1887년 맞춤 안경에서 2015년 트리니티 선글라스까지
까르띠에는 아이웨어 제작 공정이 전통적인 노하우와 수많은 장인이 필요한 진정한 수공 예술이라 이야기한다. 마치 주얼리를 세공하듯 안경을 만들어온 브랜드의 역사를 짚어보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887년 제작한 최초의 안경 제품들은 지금도 아름다운 자태로 기억되고 있는데, 타이거 모티브의 손잡이가 달린 오페라 글라스 디자인은 아이웨어를 왜 주얼리라 칭하는지 보여준다. 까르띠에는 1983년 본격적인 첫 번째 아이웨어 컬렉션으로 머스트와 방돔 컬렉션 아이웨어를 선보였는데, 이는 주얼리로 다져온 까르띠에 메종의 두 가지 핵심 모티브를 아이웨어에까지 대입하며 아이웨어 컬렉션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컬렉션은 특별 주문으로 생산한 안경으로, 보석에 적용하는 희귀함과 아름다운 디테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후 파리 근교에 자리했던 공장은 최근 발-드-마른(Val-de-Marne)의 수시-앙-브리(Sucy-en-Brie)로 이전했고, 지난 2월 이 새로운 공장을 방문해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까르띠에 아이웨어 매뉴팩처는 외관부터 독특한데, 건물 형태 자체가 안경의 프레임을 연상케 한다. 현대적인 이 공장의 내부는 오직 아이웨어를 위한 프로세스로 가득 차 있다. 안경을 조립하는 것부터 폴리싱, 다이아몬드 코팅과 래커링과 같은 전통적인 장인들의 기술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창조적인 형태는 물론 완벽한 마감, 골드 제품까지 50개 수공 기술을 집약한 까르띠에 아이웨어 매뉴팩처는 트리니티 링, 팬더, 스크루와 같은 브랜드의 고유한 코드들을 유지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5 2013년 선보인 아이웨어 리미티드 에디션.
6 아이웨어를 위한 드로잉 작업도 주얼리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7, 8 까르띠에 아이웨어는 골드, 팔라듐, 루테늄, 플래티넘 피니싱과 같은 전기 도금 기술로 완성한다.
9, 10 한 번 꼰 템플에 삼색 골드의 트리니티 모티브를 장식한 레이디 트리니티 선글라스와 안경.
6 아이웨어를 위한 드로잉 작업도 주얼리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7, 8 까르띠에 아이웨어는 골드, 팔라듐, 루테늄, 플래티넘 피니싱과 같은 전기 도금 기술로 완성한다.
9, 10 한 번 꼰 템플에 삼색 골드의 트리니티 모티브를 장식한 레이디 트리니티 선글라스와 안경.
장인의 한평생이 녹아 있는 까르띠에 아이웨어 매뉴팩처
이곳에서 아이웨어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아이웨어 메뉴팩처 디렉터 도미니크 폴로니(Dominique Poloni)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아이웨어의 모든 역사를 아우르는 특별한 인물로,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아이웨어 팩토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이렇게 브랜드 자체적으로 아이웨어만을 위한 매뉴팩처를 운영할 수 있는 브랜드는 까르띠에 이외에는 없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이 공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까르띠에다운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보통 프랑스 아이웨어 산업은 쥐라 산맥에 있는 공장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까르띠에 아이웨어는 파리 근교에 있는 유일한 인하우스 아이웨어 매뉴팩처인 셈이죠. 아이웨어에 흔히 사용하는 아세테이트만 해도 까르띠에는 매우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택합니다. 골드로 프레임을 만드는 것도 까르띠에가 거의 유일하죠. 나무, 티타늄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트리니티, 머스트, 방돔과 같이 까르띠에 고유의 코드를 아이웨어에 접목하기 위해 꾸준히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 공방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6개월까지 인하우스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고 골드 소재만 다루는 장인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교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남다르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주얼리와 워치처럼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지키고 프랑스 세공 기술의 역사를 잇기 위한 노력까지 더해진 장소인 것이다.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데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만큼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니, 이곳에서 완성한 아이웨어는 보석과 다를 바 없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까르띠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유독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오래도록 일한 사람들이 많다. 까르띠에 코리아에서 일하는 이들도 10년을 훌쩍 넘긴 사람이 많고, 프랑스 공방이나 까르띠에 재단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단지 화려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화려한 주얼리와 멋진 시계로 유명한 브랜드지만, 어찌 보면 주력 아이템이 아닌 아이웨어 컬렉션까지도 최고의 완성도를 선보이고자 지속적으로 놀라운 투자를 하는 것에,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부심을 느낀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작은 것 하나도 최고의 가치로 마무리하는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가치는 보석과 워치, 아이웨어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