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detail, in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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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1, 2011

글 장은정(퍼스널 이미지 컨설턴트, ‘Plan J’ 이사)

각진 수트, 화려한 색상의 넥타이, 최신 유행 디자인의 구두…. 이 모든 것을 갖추었는데도 당신은 지극히 평범하고 때론 지루해 보인다. 그 이유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디테일’을 잠시 잊었기 때문이다.


값비싼 옷을 입어도 왜 스타일리시하지 않을까?

얼마 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금융계 컨설팅 회사의 한 남성 CEO가 간단한 스타일 상담을 부탁했다. 길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간략하게 수트와 넥타이의 콤비네이션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또 전체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 실루엣이라든가 소재, 구두와 양말의 중요성 등 디테일에 대한 멘트도 덧붙였다. 그러자 그 CEO가 “보이지 않은 부분보다는 보이는 부분을 좀 더 얘기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약간 당황했지만 그 말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보통 기업에서 실시하는 이미지 관련 교육에서는 에티켓이나 매너, 본인의 얼굴과 잘 어울리는 색상 또는 넥타이 고르는 법 정도로 ‘보여지는’ 부분에만 포커스를 둔 커리큘럼으로 강의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스타일링법을 강의하기엔 시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 내용 면에서는 특히 갓 사회에 입문한 프레시맨들에게 가장 필요하며 기초적인 내용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임원들이나 기업을 대표하는 CEO, 전문직 종사자들에겐 그 이상의 조언이 필요하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오래전 광고 카피처럼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소소한 곳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놓칠 수 없는 디테일, 그것이 곧 ‘기본’

<디테일에 집중하라>라는 마케팅 서적은 수십 년간 국내외 유명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컨설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저자가 기업의 핵심 가치를 결정하는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비즈니스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특히 한 기업을 대표하는 CEO나 전문직 종사자라면 더더욱 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한 기업의 CEO가 이미지 컨설팅에 관해 의뢰를 해왔다. 그는 짙은 그레이 수트에 화이트 셔츠 그리고 와인색 계열 타이를 매고 블랙 구두를 신은 평범한 한국 남성이었다. 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 등을 고려할 때 색상에 대해 문외한이거나 보는 눈이 촌스럽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튀지 않는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한 차림이었다. 일단 편집 매장을 방문해 실루엣이나 디자인은 다르지만 색상 면에서는 거의 동일한 룩을 제안해보았다. 뭔가 대단한 메이크오버를 하듯이 스타일을 확 바꾸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패션보다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분명 비슷한 색상의 아이템으로 차려입었지만 처음의 이미지와는 천양지차였다. 얼굴이 확연히 돋보이며 한마디로 훨씬 더 에지 있어 보였다. 이유는 바로 디테일의 힘, 드러나지 않은 차이 때문이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그렇게 달라 보였을까?

우선 수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어깨 부분은 형태뿐만이 아니라 사이즈에도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 CEO가 입은 수트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넓은 어깨 때문에 자신의 몸과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바꿔 입은 수트의 어깨는 자연스럽고 넉넉해 재킷의 옷감이 어깨선에서 소매 아랫부분까지 부드럽게 이어진 듯 보였다. 어깨 폭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직접적으로 머리 크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드레스 셔츠에서도 반드시 소재, 칼라(깃), 사이즈 이 세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목의 길이에 비해 깃의 길이가 다소 짧아 어색해 보였던 그 CEO에게 본인의 셔츠보다는 깃이 좀 더 긴 셔츠를 제안해보았다. 셔츠를 고를 때는 칼라와 얼굴 치수의 조화라든가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쪽 깃의 각도가 한참 벌어진 와이드 스프레드 셔츠는 클래식한 수트연출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것. 또 드레스 셔츠는 빈틈없이 정확한 사이즈로 맞춰 입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둘레 사이즈를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다음은 넥타이. 본인의 넥타이와 거의 비슷한 색상과 소재이지만 다소 길게 맸던 넥타이의 길이를 짧게 조정해 벨트를 했을 때 버클 가운데까지 오도록 연출했다. 무엇보다도 타이를 맬 때 중요한 요소는 딤플과 아치. 상대방이 볼 때 플랫해 보이는 형태보다는 매듭 중심부 아래 원단이 접혀 들어간 딤플이 생긴 타이는 정말로 우아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타이를 살짝 돌출시킨 아치형은 옛날 스리피스를 즐겨 입던 시대의 클래식 젠틀맨처럼 품위가 느껴진다. 수트와 함께 입는 바지 역시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아이템인데, 바지의 폭이나 길이에 따라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바지 폭이 크고 바지 길이 또한 다소 길게 입었던 CEO는 그 이유에 대해 다리를 더욱더 길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배 위로 올려 입는 것 역시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하는 남성들에게도 이것은 남자들의 큰 착각이라는 걸 확실히 강조하고 싶다. 허리부터 구두까지 멋진 라인을 연출하고 싶다면 바지 길이는 구두를 살짝 덮는 정도가 가장 보기 좋으며 벨트 부분은 허리 위치에 정확히, 또는 배꼽 바로 밑에 고정되어야 전반적으로 균형 있어 보인다. 특히 바꿔 입은 바지가 그 CEO의 것과 크게 차이 나는 점은 앞부분을 지퍼로 처리한 본인의 바지와는 달리 단추로 처리되어 있었다는 것. 물론 이것은 속에 감춰 있어 상대방이 보았을 때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 단추는 여성들의 거들과 같은 기능을 해주는 것으로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완벽하고 편안한 착용감을 주기 위해서다. 전반적으로 수트의 실루엣이 타원형으로 부드럽게 떨어져 이전의 수트의 실루엣과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욱 신경 써야 스타일이 완성된다

그제야 그 CEO는 왜 디테일이 중요한지 이해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만약 이 모든 조건에 맞는 수트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보관에 신경 써야 한다. 몇 년 전 만난 외국 기업의 한 중년 남성 임원이 자신은 수트를 한 번도 드라이클리닝한 적이 없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세련된 베스트 드레서인 그가 하는 말이 며칠씩 같은 수트를 입지 않기 때문에 가끔 스팀 다리미질만 할 뿐이라고. 좋은 수트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드라이 클리닝을 자주 하지 않은 것이 좋다는 얘기다. 물론 여름용 수트의 경우는 예외. 마지막으로 브랜드 로고 모양의 버클이 달린 블랙 벨트에 블랙 구두를 신었던 그 CEO를 위해 고급스러운 마호가니 색상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심플한 정장 벨트와 같은 색상의 클래식 정장 구두인 윙팁 슈즈를 매치했다. 구두는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품위, 취향을 드러내주는 중요한 아이템. 이렇게 구두까지 신경 써서 매치해 마무리했을 때, 비로소 그 CEO의 스타일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물론 외형적인 것만으로 사람의 품격이나 인성을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프로페셔널해 보임과 동시에 호감을 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타일은 곧 디테일이 퍼즐처럼 하나하나 짝을 찾아가며 조화를 이룰 때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고,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디테일에 집중할수록 나의 가치가 높아짐은 물론이고 그것은 곧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는 사실, 스타일링에 앞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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