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basic, 2018 Base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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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 2018

에디터 배미진(바젤 현지 취재)

올해 바젤월드는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조용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양적으로 팽창하던 스위스 시계 시장이 내실을 다지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
바젤월드의 역사를 이끌어온 MCH 그룹의 CEO 르네 캄(Rene Kamm)은 시계와 보석 산업의 톱 플레이어를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이 특별한 박람회인 바젤월드가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수익이 가장 높은 6개 스위스 시계 브랜드 중 5개의 브랜드가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스마트워치만으로 기존 워치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규 브랜드들의 입점을 거절하며 순수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지금까지 이어온 1백 년,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1천 년을 위한 조용하지만 강력한 움직임을 <스타일 조선일보>가 스위스 바젤에서 직접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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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워치에 사용하는 기술은 순식간에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계식 시계에 사용하는 메캐니컬을 기반으로한 기술은 영속성이 뛰어나죠. 진부한 것은 영원한 것과 절대 경쟁할 수 없습니다.”
_LVMH 시계 부분 수장 장 클로드 비버
Made in Swiss 워치의 역사, 새로운 출발점에 서다

2018 바젤월드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참여 브랜드의 숫자와 규모, 방문객이 줄어든 데 대해 의문과 불만을 표시했다. 외신 기사에도 부정적인 방향의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이 박람회가 올해 개최 1백1주년을 맞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위스의 작은 무역도시 바젤에서 매년 3월 말 개최되는 바젤월드는 전 세계 시계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경제적, 재정적 요소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산업과 산업의 만남이다. 10일 전후의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세계적인 시계업계 리더들과 미디어를 한자리에 모아 새로운 고객을 창출한다. 단순히 참여 브랜드 숫자나 SNS 팔로어 수에 대한 계측적 수량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단언할 수 없는, 시계 산업에 있어 의미 깊은 교류의 장인 것이다.
어떤 산업이든 한 세기를 지나는 동안 굴곡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5년여간, 시계 산업에도 디지털이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이러한 변화가 시장 침체만 부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로 대변되는 디지털 디바이스의 급진적인 확장은 시계의 기능적 한계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지만, 실제로 기계식 시계 산업을 새로운 혁신과 창조라는 새로운 목표로 이끄는 효과도 가져왔다. 2015년과 2016년에 역성장을 기록했던 스위스 워치 시장은 스마트워치라는 자극으로 2017년 가장 어려운 시기에 2.7%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남겼다. 1970년대 쿼츠 파동으로 대변되는 전자식 시계의 출시로 기계식 시계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통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결과다. 10여 년 전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스위스 시계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관계없이 모두 중국인의 취향을 고려한 에디션을 출시했을 때, 유례 없는 호황이었고 각 브랜드는 물론 바젤월드도 성장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비즈니스가 보이지 않는 곳부터 곪는 것이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나치게 중국 편향적인 디자인과 기술보다 외장에 치중하는 트렌드는 스위스 시계 시장의 지속성과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2013년 중국 본토의 반부패 사정이 시작된 후에는 내실을 다지지 못한 많은 브랜드가 사라졌고, 아시아 시장 점령을 목표로 급격히 사업을 확장한 브랜드들은 더 큰 회사에 인수·합병되거나, 구조 조정을 거치는 시련을 겪었다. 그 후 스위스 시계 비즈니스는 단순히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어 신제품을 내세우는 것이 ‘Made in Swiss’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2018년 현재 본연의 가치인 워치메이킹과 장인 정신, 합리성, 완성도라는 목표를 이루고 지키기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맸다.


1백1년 역사의 바젤월드, 누가 변화를 두려워하는가

이렇듯 길고 긴 격변의 역사 속에서 스위스 워치메이킹 비즈니스의 중추신경 역할을 해온 바젤월드는 수많은 시련을 워치 브랜드들과 함께 이겨냈다. 기계식 시계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온 스마트워치의 등장, 중국 소비자의 빅 웨이브, 시계업계의 혁신을 이끈 장 클로드 비버의 LVMH 그룹 워치 부문 수장 발령으로 시작된 지각변동(현재 그는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를 총괄하고 있으며, 2015년 기계식 시계의 대명사 태그호이어에서 본격적으로 스마트워치인 ‘커넥티드 워치’를 출시해 시장을 긴장시켰다), 스위스프랑의 급격한 가치 변화와 같은 엄청난 이슈가 지난 10여 년간 시장 전체를 관통했지만, 스위스 시계 시장이 여전히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젤월드라는 리더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전시위원회 회장 프랑수아 티에보는 시계 산업에서 바젤월드의 가치는 절대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바젤월드는 매년 전체 산업계가 한곳에 모이는 독특한 박람회이고, 이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창조성입니다. 박람회에서 엿볼 수 있는 창조성에 영감을 받을 뿐 아니라 시계를 대하는 순수하고 진지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것이죠”라고 이야기한다. 바젤월드는 시계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할 뿐 아니라 품질과 매력을 비교하는 장이 되고, 산업적으로 필요한 부분과 각 브랜드의 소망, 가치를 재조명해 콘텐츠로 만들어 널리 전파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바이어와 미디어가 바젤에 모여 산업의 맥박을 느끼고, 새로운 컬렉션의 탄생을 기념하며, 혁신과 창조성을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바젤월드 매니징 디렉터 실비 리터는 “바젤월드는 시계 및 주얼리 산업을 특징짓는 창조성과 긍정적인 마인드, 진정성을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미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기회인 것이다. 바젤월드의 본질은 시장을 반영하고 전시자, 바이어, 미디어 같은 다양한 전문가의 기대에 부응하며 지속해서 변화하는 것이다. 바젤월드는 절대 멈추지 않으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또 이러한 박람회를 통해 선보이는 새로운 워치메이킹 기술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데도 바젤월드가 큰 역할을 한다. 모든 기술이 이곳에서 첫선을 보이고, 가치를 인정받으며 교류된다. 소비자가 스위스 메이드 브랜드 시계를 선호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떤 시계 브랜드 제품보다 품질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시계가 바젤월드에서 인증받았음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더 높은 품질을 구현하기 위한, 그리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바젤월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화학작용은 단순히 참가 브랜드 수의 증감만으로 단언할 수 없는 가치다.


스위스 시계의 역사를 되새기는 복각 모델의 등장

이러한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가치를 다시금 정비하기 위한 브랜드의 움직임은 꽤 적극적이다. 디자인이나 마케팅에 주력하는 브랜드보다는 시계 고유의 가치를 지킨 브랜드가 압도적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올해 유난히 눈에 많이 띈 것은 가장 클래식한 모델의 복각 버전이다. 물론 단순한 재현을 넘어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아름다운 컬렉션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블랑팡의 ‘빌레레 플라잉 투르비용 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1989년 플라잉 투르비용을 손목시계에 최초로 구현한 브랜드가 블랑팡이라는 사실을 리마인드시킨다는 의미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온전히 대변하고 있다는 뜻에서도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존 블랑팡 컬렉터들에게 열렬하게 환영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모두가 쿼츠 모델을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선보이던 1970~80년대에도 기계식 시계만 만들겠다고 선언한 블랑팡이기에, 수많은 변화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가장 클래식한 피스를 만드는 데 몰두하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메가는 씨마스터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1948년 모델의 클래식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두 피스의 복각 모델 ‘씨마스터 1948 스몰 세컨즈’와 ‘씨마스터 1948 센트럴 세컨드’를 선보였는데, 이 역시 소장 가치가 높다. 1948년 첫선을 보인 씨마스터가 지금까지 월드 베스트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데는 오메가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 꾸준히 지켜온 완성도가 확실한 기반이 되어주었음은 물론이다. 최근 오메가는 판매량이 늘어감에 따라 고객 서비스와 A/S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마스터 크로노미터 무브먼트를 장착한 제품의 보증 기간을 8년으로 늘리는 등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오메가의 이러한 행보가 다른 브랜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더욱 그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바젤월드를 소개하는 글의 서두에 오메가는 “2015년 이후 오메가의 마스터 크로노미터 무브먼트는 스위스 시계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라 인증받은 정확성, 항자성, 크로노미터로서의 성능을 고객에게 제공해왔다. 1848년 워치메이킹을 시작한 이래 1백7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오메가 브랜드 DNA의 중심에는 항상 무브먼트에 대한 생각이 자리하고 있으며, 오메가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라고 선언했다. 브레게 역시 해군 워치의 가치를 대변하는 마린 워치를 새롭게 선보이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워치메이킹 브랜드의 강렬한 매력을 다시 드러냈다. 올해 첫선을 보인 컬렉션임에도 기존 브레게의 마린 컬렉션의 뛰어난 완성도를 담았기에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새로운 것이라 하더라도 히스토리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는 게 스위스 워치 브랜드가 지켜나가야 할 원칙이다. 올해는 이러한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가치를 반영한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었고, 이는 단순히 화려하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선보이던 최근 시계 시장 트렌드에 벗어나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가는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양적 성장이 반드시 질적 성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동력이 되는 바젤월드가 앞으로 더 긴 역사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브랜드 홍보관이 아니라 스위스 시계 수출의 80%를 책임지는, 시계와 주얼리 산업의 교류를 위한 필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면 ‘지속성’을 위해 재정비하는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예술 작품과 같은 시계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접점을 제안하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의 아름다운 히스토리를 갖춘 시계들이 다시금 등장할 타이밍이 되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스위스 워치메이킹 브랜드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시계를 2018년 바젤월드 전면에 내세우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시계는 매초를 측정하지만,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시간과 긴 여정을 함께한다. 스위스 시계 비즈니스가 언제나처럼 앞으로 1백 년, 혹은 1천 년을 기약하기 위해 올해를 기점으로 스위치 워치메이킹의 본질에 몰두한다면 바젤월드의 히스토리는 더 탄탄하게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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