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entic Cha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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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6, 2023

글 고성연

The Okura Tokyo (더 오쿠라 도쿄)


도쿄에는 그야말로 럭셔리 호텔 브랜드의 집결지라 할 만큼 무수히 많은 하이엔드 호텔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 꼿꼿하게 존재감을 유지하고 자존심을 지켜내온 정통 일본 럭셔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서 깊은 호텔들이 있다. 굳이 양대 산맥을 꼽자면 현재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계획을 발표한 임페리얼, 그리고 더 오쿠라 도쿄(The Okura Tokyo)인데, 이미 2019년 새 단장 끝에 문을 연 더 오쿠라 도쿄는 팬데믹이 마무리된 이래 그야말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일 시 묵었고, 앞서 도쿄 올림픽 기간에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체류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당연히 VIP 목록이 상당히 길어진다. 지난해 아트 위크 도쿄(Art Week Tokyo, AWT) 행사를 접하면서 더 오쿠라 도쿄에 처음 묵었는데, 어째서 이 호텔이 도라노몬 일대의 풍경을 바꿨다는 얘기까지 듣는지 알 수 있었다. 올해의 AWT는 호텔의 이모저모를 더욱 자세히 탐색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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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막강한 하드웨어를 갖춘 ‘럭셔리’로 통하는 호텔은 많지만 진정한 브랜드 파워와 가치를 누리려면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 그 이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정성’ 어린 접객 서비스와 매혹적인 고유의 콘텐츠를 뜻한다. 좋은 호텔은 글로벌 수준의 서비스를 한결같이 유지하면서도 해당 지역과 도시, 특정 동네에서 비롯된 고유한 매력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문화로의 관문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 않는가. 더 오쿠라 도쿄(The OKura Hotel)는 주일 미국 대사관이 자리하고 ‘음악의 전당’ 산토리홀이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지하철은 긴자 라인과 히비야 라인을 끼고 있다) 조용한 동네의 작은 언덕길로 올라가면 우뚝 서 있는 고층 럭셔리 호텔이다(최고 높이가 41층). 원래 1960년대 당대의 저명한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로가 설계한 모더니즘 건축물로 유명했던 이 호텔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에 돌입했다가 2019년 9월 다시 문을 열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열었다가 반세기가 훌쩍 넘게 흐른 뒤 또 다른 올림픽 전에 재개장한 절묘한 타이밍을 지닌 호텔이 된 셈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팬데믹의 여파로 빗장이 걸리면서 주로 일본 내국인만을 손님으로 대하다가 작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도쿄로 몰려드는 다국적 고객을 마음껏 맞아들이면서 이제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다. 4년 전 재개장한 뒤로 외교 요인들의 숙소로만이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한 문화 예술 행사 플랫폼으로도 인기가 더 많아졌다. 글로벌 VIP 컬렉터들이 찾는 아트 위크 도쿄(Art Week Tokyo, AWT)의 전략적 파트너가 된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또 지금은 지주 회사 체제로 운영되지만, 원래 창업자 가문의 선대 경영자인 오쿠라 기하치로가 1917년 설립한 일본 사립 미술관의 효시인 오쿠라 미술관(Okura Museum of Art)이 호텔 부지 내에 있는데, 올해는 AWT 2023에서 처음 전개한 부티크 페어 ‘AWT Focus’ 전시장으로 탈바꿈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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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컨템퍼러리 럭셔리의 미학을 동시에 품다
사실 현재의 더 오쿠라 도쿄가 기획되기 전에 진통이 없지는 않았다. 일본인의 전통 사랑이 워낙 유별나기도 하고, 이 호텔의 건축과 디자인이 워낙 사랑받기도 했던지라 극렬한 재건축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특히 장수를 의미한다는 육각형 조명이 공간을 우아하게 수놓은 1층 로비 라운지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던 것 같다. 결국 선친의 대를 이은 호텔의 재설계와 디자인을 부분적으로 맡은 건축계 거장 다니구치 요시오(다니구치 요시로의 아들)는 호텔 로비의 모습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그렇게 새롭게 거듭난 더 오쿠라 도쿄는 전통과 컨템퍼러리를 아우르는 럭셔리의 정수를 품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호텔은 크게 느슨하게 연결된 두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굳이 디자인으로 구분을 짓자면 로비 라운지를 둔 프레스티지 타워가 좀 더 컨템퍼러리 감성을 품고 있고, 헤리티지 윙은 일본 전통의 감성이 현대적으로 담겨 있다(예컨대 객실에 공간의 한 면을 따라 길게 이어진 방석 깔린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욕실에는 스팀 사우나도 있다). 고층의 호텔 건물과 낮은 미술관 건물 사이에는 부지의 중심이 되는 광장이 놓였고, 청신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현대식 연못이 자리한다. 도쿄 시내가 한눈에 보일 만큼 유려한 전망을 자랑하는 도심에 위치하지만, 호텔 주변을 감싸는 녹음 짙은 산책길에서 유유자적 걷기에도 좋은 고요함이 충분히 번잡함을 잊게 해주기도 한다. 조식 뷔페가 푸짐하기로 소문 나 있고, 가이세키 요리와 스시 등 전통식을 갖춘 야마자토와 하루 전 만드는 프렌치토스트로 유명한 누벨 에포크 등 미식 메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25m 길이의 레인을 5개나 갖춘 수영장, 대욕장 시설, 아주 숙련된 솜씨의 전문 인력이 대기 중인 스파(도쿄 타워 전경이 보이기도 한다) 등 웰니스 시설도 더 오쿠라 도쿄의 자랑이다.
‘럭셔리 호텔’을 많이 경험해본 누군가가 묻는다면 아마도 이 호텔의 최대 장점은 ‘편안함’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발을 들여놓은 순간에도 많이 낯설지 않은, 쾌적하고 정갈하고 우아하지만 과하지 않은 럭셔리라고나 할까. 아마도 이 특유의 안락함은 30년 근무자라고 소개하길래 살짝 놀라자, 40~50년 경력자가 수두룩하다며 미소를 띠는 호텔 직원의 자부심 어린 답에서 알 수 있듯, 진정성 어린 태도와 실행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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