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있을 것이다. 사랑스럽거나 귀엽거나 혹은 관능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올해 탄생 20주년을 맞은 뷰티 브랜드 나스(NARS)는 아름다움의 정의로 조금 어렵지만 의미심장한, ‘대담한 아름다움(audacious beauty)’을 이야기한다. 클래식 뷰티에서 발현된 가장 모던한 아름다움에 대한 나스의 특별한 견해.
3 나스의 모든 광고 비주얼은 프랑수아 나스가 직접 촬영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넘어 포토그래퍼 역할까지 하며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
나스 제품의 퀄리티가 높은 이유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나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완성할 때까지 끊임없이 테스트를 하기 때문. 그래서 미묘한 컬러와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텍스처, 용도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 1994년 최초로 선보인 12가지 컬러의 립스틱이 단 한 가지 컬러도 단종되지 않고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제품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스의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면 유독 눈이 부실 정도로 색상이 선명하다고 느껴지는데, 이는 다른 메이크업 브랜드 제품에 비해 피그먼트의 농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메이크업 제품은 눈에 보이는 컬러와 실제로 사용했을 때 컬러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가벼운 질감으로 정확한 발색력을 지닌 것이 나스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후 나스는 독특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패셔너블하면서 모던하고, 클래식한 색조 메이크업과 고급스러운 컴플렉션 제품, 최신 스킨케어와 전문가용 메이크업 도구를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로 알려졌다. 그리고 올해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오르가즘’이라는 센세이셔널한 이름의 블러셔를 출시하고, 흑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던 나스는 탄생 20주년을 맞이한 올해도 역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이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역사가 깊어진 만큼 쉬운 방법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보다 깊이 있고 세대를 아우르는, 모두가 인정할 만한 뮤즈와 새로운 개념을 찾기로 했다. 바로 여기에서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어데이셔스 뷰티가 시작되었다. ‘어데이셔스(audacious)’라는 단어는 ‘대담한’이라는 뜻의 형용사로 나스의 창립자 프랑수아 나스가 선택한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다. 본래 나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모던(modern), 어데이셔스(audacious), 아이코닉(iconic)의 세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모던한 아이콘을 선택해 대담함을 드러내는 브랜드 정신을 담아 어데이셔스라는 단어를 탄생 20주년 키워드로 선택한 것이다. 대담함이라는 조금은 어려운 개념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나스의 탄생 20주년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변치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원한 프랑수아 나스가 클래식 뷰티를 21세기의 어데이셔스 뷰티로 재해석한 것이다.
5 누드 톤의 줄리아 어데이셔스 립스틱.
6 고혹적인 핑크색의 그레이스 어데이셔스 립스틱.
나스라는 브랜드를 잘 몰랐던 사람이라도 나스의 광고 비주얼과 아름다운 색감의 립스틱을 보는 순간 빠져들고 말 것이다. 매혹적인 터치와 대담한 텍스처, 모던한 레이아웃으로 완성한 드라마틱한 광고 비주얼은 모두 프랑수아 나스라는 위대한 아티스트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이다. 멈추지 않는 열정으로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이 아티스트가 선택한,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어데이셔스 뷰티의 뮤즈를 보면 더욱 깜짝 놀랄 듯하다. 파리지엔 감성을 지닌 영국 출신의 연기파 여배우 샬럿 램플링. 한국에서는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으나 음악을 즐기고 연기를 사랑하는 프랑스의 국민 배우다. 영국 출신으로 20대에 프랑스로 이주한 이 1946년생의 여배우는 주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작품에 출연하는 개성 있는 연기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 여배우라는 이름은 한국에서의 느낌과는 매우 다르다.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예술가이며, 단순히 아름답다기보다는 지성미가 느껴진다. 이 지적인 매력을 풍기는 70세에 가까운 여배우가 지금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의 뮤즈가 되어 검은색 턱시도 수트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치아를 환하게 드러내며 웃지도 않고 크게 부풀린 머리를 하고 있지도 않다. 단지 강렬하지만 그윽한 시선으로, 세월을 견뎌낸 자연스러운 얼굴을 하고 짧은 머리에 심플한 포즈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프랑수아 나스는 샬럿 램플링을 이번 캠페인의 뮤즈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샬럿은 매우 존경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그녀가 참여했던 모든 작품을 사랑합니다. 그녀는 매우 강렬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요. 강하고 카리스마가 가득한 매력이야말로 나스, 그리고 브랜드 탄생 20주년을 위해 새롭게 선보이는 어데이셔스 립스틱의 본질과 매우 비슷합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름다움의 개념이 ‘어려 보인다’는 칭찬으로 대체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이 든 여배우를 뮤즈로 선택한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스에게 탄생 20주년이 되었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지만 과시하지 않는 것.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외형을 꾸미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이 바로 나스가 이야기하는 20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일 것이다. 나스를 처음 선보인 1994년에는 나스라는 브랜드가 이렇게 성장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매장마다 웨이팅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첫발을 내딛었을 때는 다소 어려웠고 지나치게 세련된 컬러 리스트를 갖고 있었다. 매트한 블랙 패키지와 단순한 나스의 로고는 시크함의 상징이지만, 당시에는 눈에 띄거나 화려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중의 쇼핑 리스트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수아 나스는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했고, 결국 승리했다. 패션계에 종사하는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여배우들까지도 나스의 특정한 립스틱 컬러를 구하기 위해 웨이팅 리스트에 기꺼이 이름을 올린다. 프랑수아 나스가 처음 ‘오르가즘’이라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이름의 블러셔를 선보였을 때 성공을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블러셔가 나스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단 15g에 불과한 제품은 지금 1시간에 1백30개 이상 판매될 정도다.
8 백스테이지를 종횡무진 누빌 무렵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를 메이크업하고 있는 프랑수아 나스.
9 1996년 F/W 발렌티노 뉴욕 패션 위크를 위해 스케치한 나스의 메이크업 차트.
10 나스 최초의 매장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프랑수아 나스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비앙 바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