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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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 2022

글 고성연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의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지긋지긋한 팬데믹의 장기화 속에서 ‘자차(자기 소유 차량)’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사실 자동차는 다분히 상향 평준화된 영역이다. 하지만 단지 개인의 공간을 넘어 ‘나만의 성역’처럼 활용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여겨지는 첨단 이동 수단에 대해서라면 지갑이 아낌없이 열리기에, 프리미엄 자동차의 인기는 갈수록 더해간다. 그럼에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되도록 비대면 마케팅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유지해야 했던 시기가 오래도록 이어졌지만, 언젠가부터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교감을 주고받는 체험 마케팅의 나래도 다시금 활짝 펼쳐지고 있다. 고객으로 하여금 브랜드 가치를 직접 느껴보고 이해하도록 만드는 특별한 경험은 믿음과 지지를 보내고 정서적으로 몰입하게 하는 힘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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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위기로 비롯된 전 지구적 제동도 자동차 산업의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친환경’, ‘SUV’, ‘럭셔리’라는 트렌드 키워드로 요약되는 프리미엄 시장 영역에서 바라볼 때 얘기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말고도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른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물류와 생산 부문에서 차질이 생기는 등 잡음은 끊임없이 생기고 있지만 이는 수요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역시 프리미엄 자동차 수요의 상승 곡선이 두드러진 시장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실제로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의 연간 판매량 30만대를 넘봤던 호성적이나 제네시스(현대차)의 인기도 그러한 수요를 말해준다. 올봄 전설적인 모델 18대로 서울 DDP 전시장을 수놓았던 아시아 최초의 포르쉐 브랜드 뮤지엄 전시 <포르쉐 이코넨, 서울(Porsche Ikonen, Seoul) – 스포츠카 레전드(Sportscar Legends)>에서 만난 독일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고객들이 정말 고마워서 (답례로) 뭐라도 꼭 해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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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탄소 배출 저감만이 장점일 리 없지!
올 들어 신규 등록(수입 승용차 기준) 대수는 줄었지만 전기차는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물론 고유가 같은 외부적 요인과 정부 보조금 같은 ‘당근책’의 덕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가 대세라는 데는 물음표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2030년께면 신차의 절반 정도는 전기차로 내놓을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니 전기차를 둘러싼 다양한 마케팅 행보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건 당연하다. 전기차와 함께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의 풍경을 쉽게 가늠하게 만든 최대 규모의 행사로는 단연 포뮬러 E를 꼽을 수 있겠다. 탄소 배출을 지양하는 전기차 스트리트 레이싱 시리즈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의 시즌 마지막 경기인 서울 E-프리(E-Prix)가 지난 8월 13일(15라운드)과 14일(16라운드)에 걸쳐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서킷에서 진행되기도 했다(15라운드에는 재규어 TCS 레이싱의 미치 에번스 선수가 우승을, 16라운드에는 로킷 벤추리 레이싱의 에두아르도 모타라 선수가 1위에 올랐고, 시즌 챔피언 타이틀은 메르세데스-EQ(벤츠) 포뮬러 E 팀의 스토펠 반도른 선수가 차지했다). 스피드 추종자들은 당연히 포뮬러 원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도 냈지만, 포뮬러 E만의 매력이 나름 오감을 사로잡은 행사였다. 지반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떠들썩한 엔진의 소음 대신 바람이 불고 지나가는 듯 초현실적 분위기의 소리는 꽤 이채롭고 매혹적이었다. 소음과 매연이 없을뿐더러 일반 엔진을 장착한 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은 단순한 구조를 활용한 디자인의 미학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아우디는 최근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콤팩트 SUV인 ‘더 뉴 아우디 Q4 e-트론’과 ‘더 뉴 아우디 Q4 스포트백 e-트론’ 모델을 시장에 처음 선보였는데, 여기서도 전기차 디자인 언어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차량 전면부의 수직 스트럿이 들어간 팔각형 싱글 프레임 전면 그릴은 널찍한 디자인으로 순수 전기 모델의 디자인 특징을 드러내며 실내의 경우 간결한 동력 구조 덕분에 앞뒤 좌석 모두 넉넉한 레그룸과 수납공간이 제공된다는 특징이 있다. 아우디는 얼마 전 서울 가로수길에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을 제시하는 브랜드 전시관 ‘하우스 오브 프로그레스’를 꾸리기도 했는데, 여기서 신모델 2종을 비롯해 ‘아우디 RS e-트론 GT’ 등 자사의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여 고객이 직접 보고 시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미래의 프리미엄 모빌리티와 대도시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했다는 ‘아우디 어번스피어(urbansphere) 콘셉트’라는 콘셉트 카를 처음 공개했는데, 이동식 영화관이나 모바일 오피스로 쓰일 수도 있는 넉넉한 실내 공간과 독립적으로 주차 공간을 찾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 등을 뽐냈다. 아우디 AG 최초의 여성 익스테리어 (외관) 디자이너인 박슬아 씨는 ‘어떻게 퍼스트 클래스 경험을 창출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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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 문화 예술을 내세운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고객의 선호가 점점 ‘가심비’가 뒷받침하는 프리미엄에 쏠리고 여가 지향성을 띠면서 자동차 브랜드들은 브랜드 비전을 한층 더 흥미로운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에 담아내는 ‘체험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종 시승 행사, 골프 대회, 레이싱 등을 후원하는 전형적인 행보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웰니스, 감도 높은 문화 예술 등 보다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기획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전국 전시장 아홉 곳에서 스웨디시 럭셔리 문화를 체험하는 ‘볼보 체크인 플러스’라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지난 10월 6일부터 오는 12월 4일까지). 자사의 신형 세단 ‘S90’과 플래그십 SUV ‘XC90’의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 무대와 공연, 팝업 전시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네페르티티(Nefertiti) 재즈 클럽을 모티브로 한 무대에서 뮤지션 정엽, 정인, 양지가 다채로운 재즈 공연을 선사하고, 예테보리 콘서트홀 모드를 지원하는 영국 바워스앤윌킨스(B & W) 프리미엄 오디오의 하이엔드 라인업 청음 세션을 꾸리는 식이다. 현대차는 고양과 부산에 자리한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지속 가능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을 전개한다(11월 13일까지). MZ 세대의 폭넓은 연령층을 감안해 ‘친환경 가드닝’과 ‘건강한 비건 쿠닝’, ‘사찰 음식 배우기’ 등의 일일 클래스를 운영하고, 마지막 날인 11월 13일에는 셰어 마켓(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을 통해 친환경, 리사이클링 품목의 나눔을 실천하도록 돕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여름 패밀리 전기 SUV ‘더 뉴 EQB’를 출시하면서 부산 영도의 핫한 복합 문화 공간 피아크(P.ARK)에서 지역권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열었는데, 무려 5천 명 이상이 9일에 걸쳐 방문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브랜드 경험의 극대화를 위해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즐기면서 차량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쿠키 앤 케이크 데코’, ‘테라리움 만들기’ 등을 주제로 한 강의실을 꾸렸고, 전문 차량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도슨트 세션을 운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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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의 럭셔리 정신을 담은 ‘한정판’과 ‘나만의 모델’
‘한정판’은 늘 소비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게 만드는 카테고리다. 하이엔드 자동차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리미티드 에디션 형식으로 수작이 나온다면, 혹은 전시만 하고 마는 비판매용 품목이 근사한 자태로 소개된다면 희소성의 매혹에 빠져 갈망이 싹틀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국 럭셔리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은 최근 한국 전통 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션 브랜드 ‘리을’을 운영하는 김리을 디자이너와 손잡고 아트카를 탄생시켰다. 수묵화, 고려청자, 자개 등의 소재에서 영감을 받은 ‘맥라렌×리을 GT 아트카’다. 판매 목적이 아니라 장르를 넘나들며 이종 간 협업을 추구해온 맥라렌의 브랜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라고. 메르세데스 그룹의 최상위 라인 마이바흐에서 내놓은 한정판 에디션도 눈길을 끈다. 마이바흐 양산차 출시 1백 주년을 기념해 1백 대 한정(국내는 17대 한정)으로 제작한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MATIC 에디션 100’이란 모델이다. 하이테크 실버+노틱 블루(nautic blue) 조합의 투톤 컬러를 수작업으로 칠한 외관, 에디션 100 레터링을 포함한 마이바흐 엠블럼 등의 희소한 요소를 갖춘 ‘궁극의 럭셔리’를 내세우며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처음 공개했다. 얼마 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에서도 랜드로버의 상징적인 모델 ‘디펜터’ 탄생 75주년을 기념해 한정판 75대를 판매하기로 하고 사전 계약을 실시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포르쉐코리아와 K-팝 스타 걸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의 디자인 협업은 단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니는 차량 인테리어 패키지를 활용해 ‘나만의 포르쉐’를 만들어보는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에서 개인화 수준이 가장 높은 ‘존더분쉬(Sonderwunsch)’ 프로그램을 통해 ‘꿈’, ‘아이디어’,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른 그녀만의 감성을 담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빚어냈다. 기반이 된 차량 모델은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강남에 꾸린 존더분쉬 하우스에서 전격 공개한 제니의 포르쉐는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Taycan 4S Cross Turismo for Jennie Ruby Jane)’으로 불린다. 이처럼 한정판을 넘어 유일무이한 나만의 모델을 창조하는 개인화 프로그램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점차 진화를 거듭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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