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naissance for premium SUVs

조회수: 2171
8월 01, 2018

글 고성연

레저를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실용성이 뛰어나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멋과 실속을 겸비한 차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편리하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위세가 여전히 거침없다. 그 인기를 뒷받침하듯 소형, 중형, 대형을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매력을 앞세운 신차들이 쏟아지고 있는 SUV 시장.  고유가 기조에도 아직은 흔들림 없이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풍성하고 다양하게 성장하고 있는 SUV 생태계를 둘러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의 열전이 흥미롭다.


1
2
3
03
4
04
5
05
6
7
07
8
08
9
09
21세기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변화를 예측한 저서 가운데 <레저 경제학(The Leisure Economy)>이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다. 인구경제학 전문가인 저자 린다 나자레스는 20세기의 시대정신이 근면과 성실이었다면, 21세기 시대정신은 행복과 재미라면서 ‘시간 예속 경제’에서 ‘레저 경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요즘 ‘워라밸(work-life-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니 ‘소확생(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단어가 넘치도록 회자되는 걸 보면 한국인을 둘러싼 삶의 무게중심에도 상당한 변화가 스며든 듯하다. 불황이니 어쩌니 해도 우리나라의 해외여행객 수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3천만 명 시대를 맞이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레저형 모델, 특히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열풍이 지속되는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해외여행만이 아니라 아웃도어와 캠핑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말을 활용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일상 속 작은 국내 나들이도 인기를 끌면서 편리하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SUV가 관심을 듬뿍 받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여행뿐 아니라 성인 자녀와 은퇴 연령대의 부모 세대가 함께 하는 가족 여행도 하나의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실속 있는 ‘패밀리카’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거침없이 순항해나갈 전망이다.

여행과 레저는 나의 힘, SUV는 여전히 대세
레저가 대세임은 수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카이즈유 통계(등록 대수 기준, 상용차 제외)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SUV, 왜건, 픽업트럭을 아우르는 이른바 ‘범 RV’ 승용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왜건은 8.4%, SUV는 10.5%, RV는 6.1%씩 증가했고, 픽업트럭은 무려 51.5%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반해 세단, 해치백, 쿠페, 컨버터블 등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탔다. 판매 성적을 봐도 국산차의 경우 상위 5위권 안에 싼타페(2위), 카니발(3위), 쏘렌토(4위) 등 SUV 계열이 3개나 된다. 등록 대수가 5%가량 줄어든 국산차에 비해 뚜렷한 강세(17.4% 증가)를 보인 수입차의 경우에도 다수 브랜드에서 견인차 역할을 할 정도도 SUV 계열의 인기가 뚜렷했다. 지난해 선두 주자였던 대형 SUV 포드 익스플로러의 인기도 지속됐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BMW X 시리즈,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골고루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폭스바겐의 스테디셀러 티구안 신형의 약진이 돋보인다. 예사롭지 않은 유가 상승에도 끄떡하지 않는 SUV의 저력, 가히 ‘SUV 전성시대’라고 할 만한 인기의 비결은 뭘까. 일단 많은 이들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레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캠핑을 SUV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꼽는다. 10년이 넘도록 인기를 누리면서 캠핑족 인구가 6백만 명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덩달아 SUV 시장이 커진 것도 당연하다. 탄탄한 주행 성능은 물론이고 넉넉한 수납공간으로 많은 캠핑 장비와 짐을 실을 수 있고, 심지어 간편한 취침 공간으로도 탈바꿈하는 SUV의 장점이 부각되기 때문. 게다가 거창한 관광지가 아닌 숨은 매력을 지닌 곳에서 영감을 얻고 재충전을 꾀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벼보기’ 같은 ‘소확행 여행’이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여행, 2030 세대가 5060 세대인 부모와 동행하는,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여행’ 등 여행 패턴이 다채로워지면서 SUV는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다(특히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외연을 확대한 일등 공신이 다채로운 성향을 지닌 30대 소비자로 지목된다). 장거리 주행만이 SUV의 매력으로 꼽히는 것도 아니다. 역동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에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SUV는 출퇴근 시나 근교 나들이를 떠날 때도 기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SUV 브랜드들은 개척 정신을 강조하는 강인한 면모보다는 실용성과 가족애를 내세운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팔색조 스펙트럼의 신차들, 작지만 강한 SUV의 매력
한층 젊어진 감성이지만 여전히 ‘안전’과 ‘안락’의 이미지가 강한, 스웨덴을 ‘고향’으로 삼고 있는 볼보는 가족애의 수혜자 중 단연 손꼽히는 브랜드다. 볼보자동차는 올 상반기 SUV 라인업만 총 1천8백85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 대비 28.9% 성장하는 고무적인 실적을 뽐냈다(SUV 라인업의 비중은 전체 판매량에서 45%가량을 차지했다). 2016년에 선보인 ‘올 뉴 XC60’에 이어 작년 10월에 내놓은 ‘더 뉴 XC60’ 등이 순조로운 곡선을 탄 덕분이다. 도심형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는 XC60 시리즈는 단아한 미를 내세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간직하면서도 역동적인 인상을 드러내며 넓어진 차체와 실내 공간, 그리고 고유의 ‘사람 중심’ 철학을 기반으로 한 안전 기술과 편의 시스템 등이 돋보이는 ‘스웨디시 럭셔리’를 반영한 모델이다. 뉴 XC60의 외관 디자인에는 볼보 브랜드 최초로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가 메인 디자이너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올여름에는 콤팩트 SUV인 ‘더 뉴 XC40’이 가세해 볼보의 위세는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브랜드 탄생 이래 90여 년 만에 처음 선보인다는 콤팩트 SUV 모델로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 중 쇼케이스를 통해 대중에 처음 공개됐고, 지난 1월 글로벌 시장에서 첫 고객 인도를 시작한 이래 누적 계약 8만 대를 돌파하면서 일찌감치 기대감을 쌓아 올렸다. ‘미니얼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현대인에 알맞지만 콤팩트 SUV 치고 꽤 여유로운 공간을 선사한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급 수입 프리미엄 SUV 경쟁 모델 중 가장 긴 2,702mm를 확보했다는 것. 디자인 면에서는 XC90과 XC60과는 다른 개성을 추구한다. ‘토르의 망치’로 유명한 헤드램프와 새로운 아이언 마크를 적용한 그릴을 똑같이 도입했지만, XC40의 경우 전면부가 보다 터프하고 강렬한 인상을 뿜어낼 수 있도록 헤드램프의 눈매를 보다 가파른 각도로 만들고, 토르의 망치 헤드 부분의 풀 LED 램프도 ‘Y’ 자에 가깝게 만들어 날렵하게 보이도록 했다고. 최근 국내 SUV 시장에서 전용 전시장을 잇따라 마련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브랜드인 지프의 콤팩트 모델도 주목할 만하다. 지프 고유의 디자인에 현대적이고 젊은 감각을 가미했다는 콤팩트 SUV ‘올 뉴 컴패스(All New Compass)’가 그 주인공이다. 지프의 소형 SUV 레니게이드와 중형 SUV 체로키 사이에 자리 잡은 콤팩트 SUV 세그먼트로, 지프의 핵심 SUV 라인업을 완성하는 모델. 공기역학적인 보디라인과 동급 최상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선사한다는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Jeep Active Drive) 4×4 시스템을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가솔린 모델인 ‘올 뉴 컴패스 론지튜드 2.4 가솔린’과 ‘올 뉴 컴패스 리미티드 2.4 가솔린’, 두 가지 트림을 먼저 선보인다. BMW의 소형 SUV ‘뉴 X2’도 눈여겨볼 만하다. X 시리즈의 새로운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 모델로, 기존 X 시리즈의 강인한 인상에 쿠페 스타일의 스포티함과 우아함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젊은 디지털족을 겨냥한다. 차량 곳곳에 적재 공간을 확보했으며 모든 제어장치를 인체 공학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X2 xDrive20d 모델은 공기역학 계수(Cd) 0.28을 달성해 전체 세그먼트에서도 공기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SUV 르네상스를 이끄는 중형 SUV
BMW는 올 하반기에 신모델인 뉴X2 말고도 X 시리즈 주력 모델인 X3의 뒤를 이을 후속타를 잇따라 터뜨려 대대적인 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지난 상반기 글로벌 무대에서 공개한 중형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 ‘뉴 X4’를 올 하반기 중 선보이고, 연말께는 또 다른 중형 SUV ‘뉴 X5’를 내놓을 예정이다. 4년 만에 공개된 뉴 X4는 루프 라인이 뒷좌석 창문까지 우아하게 이어지다가 급격한 경사를 이루며 떨어지고, 도어 손잡이부터 후미등까지 이어지는 숄더 라인과 휠아치 사이 캐릭터 라인이 역동적인 느낌의 후면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는 등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만의 독특한 라인을 재정비했다. 또 지능적인 소재 배합 덕분에 섀시뿐만 아니라 차체 구성 요소의 경량화를 통해 이전 모델에 비해 최대 50kg 가벼워졌으며, BMW X3보다도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민첩성이 크게 향상됐다. 4세대 뉴 X5는 이전 세대보다 더 커진 차체와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추었고, 압도적인 외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 1종과 6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 3종 등 총 4개 라인업으로 선보인다. 폭스바겐의 ‘티구안 올스페이스(Tiguan Allspace)’도 눈에 띄는 기대주다. 기존의 티구안 베스트셀러 신형에 비해 전장과 휠베이스를 늘린 새 모델로, 캠핑이나 서핑 등 다양한 야외 레저 활동을 즐기는 가족 단위 고객, 실내 공간 활용도가 높은 중형 SUV를 원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신형 티구안 대비 전장은 215mm, 휠베이스는 110mm 더 길어져 중형 세단급 실내 공간을 제공하며, 레그룸 역시 60mm가 더 늘어나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자랑한다. 또 슬라이딩 기능을 갖춘 뒷좌석은 최대 180mm까지 앞뒤로 조절 가능해 장거리 여행 시에도 편안함을 준다. 가장 큰 장점인 트렁크 적재 공간 역시 동급 최대 수준을 뽐낸다(신형 티구안 대비 145L 증가). 뒷좌석을 접을 경우 최대 적재량은 기본 760L에서 1,920L로 늘어나 최대 약 1.9m 길이, 1.5m 폭의 짐을 수납할 수 있다.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위한 럭셔리 SUV도 나와 있다. 지난봄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국내 최초의 중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인 ‘더 뉴 GLC 350 e 4MATIC’을 선보였는데, 전기차 브랜드 ‘EQ’를 기반으로 하는,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전동화 차량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모델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해 10년간 주행 거리에 제한 없이 무상 보증한다. 재규어 ‘I-PACE’는 사륜구동의 주행 안정성과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는 물론 쿠페형 실루엣의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갖춘 럭셔리 5인승 순수 전기차 SUV로, 자체 개발한 배터리 기술을 적용해 영하 40°C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현재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50kW 공공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90분 만에 80%까지 충전 가능하다(향후에는 100kW DC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단 40분 만에 80%까지 충전 가능). 오는 9월 출시 예정으로 사전 예약(find.jaguarkorea.co.kr)을 받고 있다.


압도적인 존재감의 미학, 대형 럭셔리 SUV
전 지구촌을 아우르는 SUV의 인기에 힘입어 대형 SUV 시장에 합류하는 럭셔리 카 브랜드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몸집이 크고 당당하고 넉넉할 뿐만 아니라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걸출한 주행력과 압도적인 존재감은 대형 SUV만의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다. 마세라티의 1억원대 인기 SUV ‘르반떼’,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벤틀리 벤테이가 등에 이어 최근 롤스로이스가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선보인 SUV ‘컬리넌’은 그야말로 ‘슈퍼 럭셔리 SUV’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호화로운 면면을 자랑한다. 우아하게 돌출된 트렁크 덕에 짐을 자동차 외부에 적재할 수 있는 희귀 모델인 1930년형 디백(D-Back) 롤스로이스를 연상시킨다는 컬리넌은 100% 알루미늄 구조인 럭셔리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뒤편 수납공간과 탑승객석을 유리 파티션으로 완전히 분리해 엔진실, 차체 실내, 트렁크 등 3개 독립 공간을 확보해 넉넉하며 트렁크 온도까지 최적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4억6천9백만원부터 시작한다. 럭셔리 SUV 부문에서는 트윈 터보 V8 엔진을 장착한 람보르기니의 우르스, 포르쉐의 베스트셀러 카이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오프로더인 G클래스(‘G바겐’)도 3세대 풀 체인지 모델로 모습을 드러내고, 랜드로버는 오는 연말께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뉴 레인지로버 P400e’와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P400e’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제는 중소형만이 아니라 대형 SUV 시장도 ‘춘추전국’ 시대에 접어드는 듯하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