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of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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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 2016

에디터 배미진

에르메스는 1928년부터 시계를 제작해왔고, 그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브랜드의 철학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급스러움,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아름다움, 그리고 장인 정신을 담은 최상의 시계를 선보여 시계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기술력과 아트를 접목한 창의적인 시계 컬렉션을 비롯해 지난해 론칭한 ‘슬림 데르메스’의 신제품으로 브랜드의 저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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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의 장인 정신을 오롯이 담은 시계
바젤월드에서 에르메스의 부스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섬세하고 고귀한 장인들의 터치가 담긴 시계들이 유리 박스에서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에르메스가 처음 시계를 공개한 것은 1928년으로, 매우 긴 역사를 자랑한다. 스위스 비엘에 시계 부문 자회사 ‘라 몽트르 에르메스’를 설립한 1978년 본격적으로 시계 분야에 발을 디뎌 그해에 ‘아쏘’ 컬렉션을 탄생시켰는데, 이 컬렉션은 지금도 에르메스의 얼굴 역할을 한다. 2003년부터 보셰 매뉴팩처 플러리에의 지분을 확보한 에르메스는 자사 무브먼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보셰 매뉴팩처 플러리에는 18세기부터 2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계식 무브먼트를 제조해온 전문 회사로 스위스의 제약 회사, 호텔 등을 소유한 산도즈 가족 재단이 75%,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이 2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작은 부분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만큼 라 몽트르 에르메스에서는 스트랩만 제작하는 공방을 따로 운영하는데, 에르메스 핸드백이나 마구 등을 만들 때와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흥미로운 점은 에르메스는 기술력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보다 복잡한 시계, 새로운 기술에 매달리는 시계 매뉴팩처나 브랜드와 달리 에르메스는 창의력과 장인 정신의 관점에서 신제품을 고민한다. 기계식 무브먼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도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높은 가격만큼이나 고품질로 유명한 핸드백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서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에르메스’다운 방식을 택할 뿐이다. 에르메스에 기술력과 아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도구다. 올해 선보인 시계는 하나같이 기술력과 아트를 접목한, 창의력이 돋보이는 시계들이다. 지난해 울트라 신 인하우스 무브먼트 H 1950을 장착한 워치 컬렉션 ‘슬림 데르메스’를 론칭한 데 이어 올해는 우아한 컬러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베리에이션 모델을 잇달아 출시한 한편, ‘자연으로의 질주’를 주제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타임피스를 예술적인 기법과 감성으로 풀어내 프레스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에나멜 기법과 컬러로 돌아온 ‘슬림 데르메스’
아티스트 필립 아펠루아의 타이포그래피를 도입한 독특한 숫자 인덱스가 특징인 ‘슬림 데르메스’ 라인. 인간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한 숫자 인덱스로, 지난해 론칭 당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미니멀함을 극대화하는 에나멜 그랑 푀 다이얼 버전을 공개했다. 특히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순백의 컬러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장인은 구리 플레이트에 가는 붓을 이용해 화이트 에나멜 파우더를 얇게 바른다. 고온에서 곧바로 구워내는 에나멜 기술을 그랑 푀라 일컫는데, 에나멜이 녹아서 플레이트에 자리 잡는 정확한 시간에 맞춰 가마에서 꺼내려면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830℃의 가마에서 5~6번 굽는 과정을 거치면 부드럽고 반짝이는 표면의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이 완성된다. 에르메스는 에나멜 다이얼을 3개 층으로 구성했다. 가장 윗부분에는 아워 마커가, 두 번째 단에는 미닛 트랙이, 마지막 층에는 6시 방향의 스몰 세컨즈 서브 다이얼이 위치하는데, 각 층은 따로 제작해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부착한다. 0.2mm의 얇은 다이얼 하나를 완성하는 데 약 8시간이라는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39.5mm 로즈 골드 케이스에 H1950 무브먼트를 탑재했고, 매트한 갈색 하바나 악어가죽 스트랩으로 마무리했다. 그래픽 아트와 기계 기술의 미학적인 조화를 보여준 ‘슬림 데르메스’는 올해 39.5mm 사이즈의 여성용 울트라 신 무브먼트와 다양한 컬러의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장착한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66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과 세팅하지 않은 버전에 사파이어 블루, 엘리펀트 그레이, 제라늄(밝은 레드 컬러), 블랙 커런트(퍼플 컬러), 블랙 등의 컬러 스트랩을 매치해 그야말로 다채로운 컬러 향연을 보여준다. 다이얼은 오팔린 실버로 만들었다. 남성 컬렉션 역시 컬러를 더했다.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에 일명 ‘엘리펀트 그레이’라는 이름의 악어가죽 스트랩을, 미드나잇 블루 다이얼에는 매트 인디고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시계를 추가했다. 두께 2.6mm의 마이크로 로터로 구현한 오토매틱 와인딩 울트라 신 무브먼트 H1950을 심장에 품었다. 6시 방향의 스몰 세컨즈 기능과 42시간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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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아트 컬렉션
2016년 에르메스의 테마는 ‘자연으로의 질주’다. 이미 2016 S/S 컬렉션을 통해 동물화가 로베르 달레의 작품을 담아낸 에르메스는, 시계에도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적용했다. 1980년대에 메종과 작업한 아티스트 로베르 달레의 그림 속 호랑이를 ‘아쏘’ 워치의 다이얼 위에 형상화해 ‘아쏘 타이거’를 탄생시킨 것. 신비하고 강인한 느낌을 내기 위해 에나멜링의 한 종류인 에마유 옹브랑(명암이 표현된 에나멜)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을 시계에 적용하기까지 꼬박 2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소요됐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여기에 인그레이빙 기법까지 첨가했다. 본래 프랑스 리모주 도자기 제작에 사용하던 이 기술은 전통적인 양각 기법과는 다르게 표면을 얕게 음각한 후, 그곳을 유약으로 메워 빛이 투과할 때 음각과 양각에 따른 음영이 드러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긴다. 총 12점 한정판으로 셀프와인딩 인하우스 무브먼트 H1837로 시침과 분침을 움직인다. 인그레이빙과 에나멜링, 두 장인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 워치는 또 있다. ‘슬림 데르메스 포켓 판테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인도차이나 표범인 ‘Panthera Pardus’의 우아한 자태를 그려낸 것으로 역시 로베르 달레가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을 다이얼에 담았다. 표범의 형상은 ‘그랑 푀’ 에나멜링 기법으로 구워냈는데, 다이얼이 완성되기까지 에나멜 파우더를 다이얼에 입히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눈 쌓인 배경에서 두 기술의 조화는 절정을 이룬다. 여기에 2.6mm의 울트라 신 무브먼트 H1950이 장착되어 있다. 인그레이빙과 에나멜링 기법으로 새로운 작품을 완성한 ‘아쏘 타이거’나 ‘슬림 데르메스 포켓 판테르’는 에르메스의 예술혼을 보여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문의 02-3015-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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