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인형 놀이를 즐겨 하던 마담 리치는 로맨티시즘을 패션에 이어 향수에도 담아냈다. 동화 속 세상에서 뛰어놀던 니나리치의 소녀는 이제 성숙한 여성이 되었고, 관능적 아름다움을 담아낸 향수 ‘렉스타즈’가 새롭게 탄생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프랑스 오트 쿠튀르 시대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었던 마담 리치(Madame Ricci). 퇴폐주의와 자유주의가 휩쓸던 1930년대 파리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페미니즘 철학을 우아하고 기품 있게 표현한 디자이너였다. 쿠튀르 특유의 정교함과 장식미를 중시했던 그녀의 작품은 성숙한 아름다움을 담은 여성 향수 ‘렉스타즈’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1946년 첫 향수를 선보인 이래 잇달아 내놓은 제품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니나리치 향수는 파리지엔을 대표하는 심벌이 되었음은 물론, 오늘날의 거대 명품 하우스로 발돋움하는 발판 역할을 했을 정도로 오랜 시간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패션에서부터 향수까지 니나리치의 이름을 단 모든 제품에는 여성의 꿈과 판타지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 하지만 그동안 니나리치 향수 대부분은 백설 공주를 꿈꾸는 소녀의 상상을 그린 ‘니나’, 헨젤과 그레텔의 동화 세계를 달콤하게 풀어낸 ‘딜리셔스 드 니나’처럼 소녀의 판타지를 담아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공주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내면의 여성성에 집중하는 여인으로 성장했고, 자신의 욕망과 에로틱 판타지에도 솔직해졌다. 이번에 탄생한 렉스타즈가 기존의 니나리치 향수와 다른 이유다. ‘당신의 판타지를 자유롭게(Liberate Your Fantasies)’라는 광고 비주얼 속 문구에서 연상할 수 있듯 묵직한 장미 향과 따뜻하고 달콤한 머스크 향이 조화를 이루는 섹시하고 고급스러운 향조가 특징이다. 세계적인 천재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Francis Kurkdjian)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렉스타즈의 첫 향은 불가리안 로즈, 터키 로즈로 시작해 여성스러움의 절정에 이른다. 따뜻한 우디, 벤조인이 그 뒤를 잇고, 마지막의 머스크는 우아하고도 관능적인 잔향을 하루 종일 지속시킨다.
렉스타즈와 처음 조우할 때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클러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니나리치 컬렉션의 핸드메이드 드레스만큼이나 디자이너의 정성이 들어간 작품이다. 농익은 와인의 자줏빛 그러데이션 컬러를 머금은 보틀 위에 자리한 골드 캡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센세이셔널한 광고 캠페인 역시 니나리치의 새로운 향수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여성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든 폰 슈타이너(Gordon von Steiner)가 제작한 광고 영상에서 프랑스 인기 모델 레티샤 카스타(Laetitia Casta)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남성과 격정적 정사를 상상하고는 웃음 짓는 농염하면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매력 넘치는 남성을 만났을 때 한 번쯤 해봤을법한 짜릿한 상상과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현대 여성들의 판타지를 대변한 것. 평소 내면에 꼭꼭 숨겨두었던 관능미를 이끌어내고 싶다거나, 이제 소녀의 풋풋함에서 벗어나 성숙미와 고혹미로 어필하고 싶다면 니나리치의 렉스타즈가 가장 빠르고 손쉬운 해결책이 되어줄 것이다.
3 탄탄한 몸매, 중성적이면서 매혹적인 마스크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최여진. 니나리치 렉스타즈의 섹시하면서 우아한 이미지를 그대로 닮은 그녀는 인터뷰내내 렉스타즈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