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마 피게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자 최초의 스테인리스 스틸 럭셔리 스포츠 워치로 손꼽히는 로열 오크. 전 세계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세계적인 컬렉션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를 회상할 필요가 있다. 1972년, 이 시계가 첫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일본에서 개발한 전자시계의 탄생, 즉 쿼츠(quartz) 파동으로 세계 시계 시장에 일대 변동이 일어남에 따라 메캐니컬 워치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오일 쇼크로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암흑기에 가까운 부정적 상황 때문에 새로운 워치의 개발과 발표는 엄청난 무리수였다. 그 어떤 워치메이커나 브랜드도 새로운 하이엔드 워치를 선보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여기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시계업계에서는 주얼리 워치와 골드 소재가 주류를 이뤄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는 터부시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렇게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오데마 피게는 새로운 도전과 아이디어를 위해 노력했고, 세계적인 독립 시계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와 함께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실험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로엔드(low-end) 소재로 여겨지던 스테인리스 스틸을 최고급 소재로 격상시킨 ‘로열 오크’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로열 오크(Royal Oak)’의 의미는 무엇일까? 컬렉션의 명칭은 찰스 2세가 왕자 시절 망명길에 오르던 때 올리버 크롬웰의 총격을 피하기 위해 떡갈나무에 숨어 생명을 구한 일화에서 유래했다. 행운이라는 또 다른 특별한 별칭을 갖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그 정신이 영국 해군인 로열 네이비(Royal Navy)로 이어졌고 결국 로열 오크 군함의 포문과 다이빙 수트 헬멧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옥타곤 형태의 베젤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형태가 컬렉션의 상징이된 것. 팔각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전면부에서부터 후면부까지 육각형의 화이트 골드 스크루로 정확하게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일체형 디자인은 브랜드의 유니크한 연구 결과물이다. 또 베젤 위 나사들은 팔각형 케이스의 곡선 부분 외관과 정교하고 일정하게 배열을 이루도록 장착해 브랜드의 세심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오데마 피게만의 특별한 기술력으로 탄생한 설계 방식은 그 어떤 충격에도 절대 분해되지 않는 견고함이라는 강점을 부여했다. 오데마 피게는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이 독창적인 디자인에 대한 특허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또 하나, 로열 오크만의 순수한 아이덴티티는 다이얼 패턴이다. 이는 ‘프티 타피스리’ 모티브 디자인으로, 가로세로 각 0.7mm의 작은 사각형과 그물망을 연상시키는 매우 작은 홈이 동시에 겹치게 제작해 우아함을 부여함과 동시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일로 자리 잡게 했다. 그뿐 아니라 브랜드 인하우스 전문가가 타피스리 문양을 만들기 위해 1시간 동안 공을 들이는 등 정교한 기술로 다이얼을 예술로 승화하고, 기술력을 더해 로열 오크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오데마 피게는 ‘세계 최초의 럭셔리 스포츠 컬렉션’이라는 수식어를 뛰어넘기 위해 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초경량과 견고함을 모토로 항공 산업에서 사용하는 소재인 카본을 최초로 오트 오롤로지(haute horologerie, 고급 시계)에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 소재를 시계의 작은 부품에 사용하기 위해 오데마 피게의 보석이라 불리는 ‘포지드 카본(forged carbon)’ 제작 기술력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 이를 통해 또다시 업계 최초라는 기록을 세웠고, 여타 카본 코팅에 그치는 브랜드들과는 엄격한 차별화를 둔 셈이다. 포지드 카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처럼 가는 카본 필라멘트 한 세트를 몰드(mold) 안에 넣고, 2400℃의 고온과 1cm²당 300kg 이상의 높은 압력을 가한다. 이때 76%의 카본 섬유와 24%의 폴리아미드(강인하며 내충격성, 내약품성이 우수하고 전기적 특성과 난연성 우수)의 재질로 황금 비율을 맞춰 무게가 69.77g에 지나지 않고, 견고할 뿐 아니라 표면이 실크 느낌을 내 별도의 가공이 필요 없는 울트라 라이트 케이스를 완성한다.
또 오데마 피게의 화이트 세라믹은 브랜드의 기술력이 담긴 방식으로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특정 모델의 외관 디자인과 베벨링, 새틴 브러시, 그레인딩, 폴리싱 등 모든 제작 과정을 개발하기 위해서 18개월이 기본적으로 소요된다. 상세한 제작을 위해서는 꼬박 하루 동안 1400℃의 열을 견뎌내는 과정을 거치는 이 소재는 스테인리스 스틸에 비해 무게는 1/2에 불과하고, 알레르기를 방지할 수 있으며 뛰어난 착용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화이트 세라믹의 최대 강점은 내구성이 9배 강해 외부 스크래치로부터 절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강도가 극도로 높은 만큼 가공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케이스 가공을 하기 위해 장장 12시간이 소요되는 수고가 필요하다. 즉, 총 제작 시간의 30% 이상이 피니싱을 위한 작업에 투자되는 점에서 워치메이커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든 장점을 지닌 뛰어난 기능성뿐만 아니라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오데마 피게만의 하이엔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오데마 피게는 ‘오데마 피게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신화’로 불리는 만큼 다양한 기술력을 보유한 브랜드의 노하우를 로열 오크 컬렉션으로 승화하며 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중력으로부터 시간의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투르비용은 물론 브랜드의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리고 기존의 투르비용만이 중력을 거슬러 시간의 오차를 줄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깰 신개념의 진보된 기술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AP 이스케이프먼트’를 개발했다. 이 기술력의 구체화는 18세기부터 본격화되어 10여 년의 시간이 투자되었다. 기존의 투르비용은 이스케이프먼트와 밸런스를 케이지에 담아 1분에 1회전시킴으로써 포지션 차를 없애 중력의 영향을 균일하게 한다. 하지만 수직의 위치에서는 밸런스 스프링의 텐션이 불균형해진다는 단점이 있으며, 이는 시간의 정확도와 직결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AP 이스케이프먼트’는 2개의 밸런스 스프링이 회전해 수직 방향에서도 완벽한 균형감을 이루어 최적의 상태로 정확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시계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무엇보다 워치메이커의 드림인 ‘윤활유가 별도로 필요 없는 기술력’을 담아내 뛰어난 기술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외부 충격을 견디는 견고함, 최적의 안정성, 혁신적 디자인 등 총체적인 강점을 갖춘 ‘AP 이스케이프먼트’를 통해 브랜드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그리고 복잡한 기술력을 총망라해 1백41년간 이어진 오데마 피게의 정통성을 그대로 담은 작품으로 칭송받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까지, 다양한 기술력을 반영한 모델들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SIHH에서 공개된 ‘로열 오크 컨셉 RD#1’ 모델은 로잔공과대학과 협력해 8년간 연구한 끝에 탄생한 산물로, 미닛 리피터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임의 놀라운 음향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문의 02-3449-5917, 02-3467-8372
Royal Oak’s Representative Models
정교한 팔각형의 베젤과 8개의 스크루로 상징되는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컬렉션. 심플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시작해 다이아몬드와 카본, 골드까지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실험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시계 컬렉터는 물론 남자들의 로망이 된 로열 오크의 대표 컬렉션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