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유행을 타지 않는 진정한 럭셔리의 세계. 콜롬보의 거대한 공장을 둘러보고, 3대를 이어온 패밀리 기업의 단단한 브랜드 철학을 실감했다면 이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울, 캐시미어 같은 친숙한 소재부터 비큐나, 과나코, 캐멀 헤어, 얀지르 등의 생소한 소재까지, 콜롬보의 혁신과 기술이 만들어낸 이들 소재는 퀄리티와 가치는 물론, 우리에게 럭셔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이탈리아의 보르고세시아(Borgosesia)에서 만난 콜롬보의 노블 파이버 월드.
2 밀라노의 비아 델라 스피가 33번지에 위치한 콜롬보의 메인 스토어. 하이 퀄리티의 소재를 기반으로 한 레디투웨어 브랜드인 만큼 고급스러운 소재의 아이템이 가득하다. 커다란 샹들리에의 커버 역시 캐시미어 소재.
4 루이지 콜롬보 때부터 간직해온 샘플 스워치. 이제는 콜롬보의 소중한 아카이브가 되었다.
5 심플한 라벨 하나까지 꼼꼼하게 수작업으로 마무리하는 콜롬보의 레디투웨어 니트.
6 콜롬보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케이트 재킷의 스케치 모습. 캐시미어와 실크가 결합된 부드러운 소재감과 특수한 염색 기법으로 탄생한 컬러가 특징이다.
7 콜롬보의 스토어에서는 다양한 컬렉션의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2014 F/W 맨즈 컬렉션 중에서.
콜롬보는 전 세계 50여 곳에 분포한 사육지에서 동물이 털갈이를 할 때 획득되는 털을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캐시미어와 캐멀 헤어는 몽골 울란바토르 등지에서 구입하는데, 이 지역의 원사가 굉장히 가늘고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캐시미어(cashmere)는 인디아, 몽골, 중국,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서식하는 염소과의 포유류에게서 얻을 수 있는 최고급 원사. 최상급으로 알려진 화이트 캐시미어를 비롯해 다양한 내추럴 컬러의 원사 중 콜롬보는 부드러운 솜털만 뽑아 직조한다. 한 마리가 1년간 생산할 수 있는 모의 양이 500g 정도밖에 되지 않는 희소성과 섬세한 수공의 공정으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받고 있다. 또 높은 보온성과 편안함, 부드러운 질감과 우아한 드레이프성으로 ‘섬유의 다이아몬드’로 일컬어진다. 비큐나(vicuna)는 낙타과 동물 중 가장 작은 동물이며 볼리비아, 칠레, 페루에 걸친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에서 생활한다. 적황색과 짙은 황갈색, 흰색의 긴 털이 다리 아래까지 늘어지는 초식동물로, 3년마다 털을 깎을 수 있어 양모 생산량이 적은 만큼 희소성 높은 최상급 소재로 알려져 있다. 비큐나는 현재에도 CITES로부터 엄격하게 보호받으며 가격으로 평가할 수 없는 높은 가치를 지닌다. 비큐나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모는 3년간 250g에 불과해 연간 약 80g의 양모가 생산되는 셈이며 이는 캐시미어 염소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의 6분의 1 정도다. 과나코(guanaco) 역시 낙타과의 희귀 동물로 페루, 아르헨티나 등 주로 남미 지역에 서식한다. 과나코 섬유는 특수 시어링 기술로 레드 브라운 컬러의 가벼운 솜털만 채취해 가장 부드럽고 세련된 최상급 패브릭으로 생산된다. 콜롬보는 1990년대에 과나코의 원산지인 파타고니아에 이 동물을 방목하기 시작했고, 오랜 기간 진행한 이 프로젝트로 이 지역 과나코의 모질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티베트산 염소에서 추출한 밝은 색의 얀지르(yangir)는 야생 산양의 일종으로,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얀지르는 캐시미어보다 부드럽고 은은한 광택감과 자연스러운 금빛이 도는 솜털로 차세대 노블 파이버 원단 중에서도 최상급 소재로 꼽힌다. 콜롬보는 얀지르 패브릭을 개발해 2011년 가을, 겨울 시즌, 패션 마켓에 최초로 이 새로운 프리미엄 패브릭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콜롬보는 털을 얻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를 일반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데에는 15년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1년 기준으로 캐시미어는 3백 톤, 캐멀은 1백50톤, 앙고라는 1백 톤, 비큐나는 2톤, 비조네·어민·친칠라는 3톤 정도 생산한다. 특별히 그중 개체 수 감소와 수요 증가로 멸종 위기 동물 목록에 오른 비큐나는 거래 제한을 위해 원단에 원산지를 표기한다.
어떻게 노블 파이버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대학생 시절인 1970년대는 캐시미어가 지금의 비큐나처럼 고급스러운 소재였다. 아버지가 캐시미어를 취급하는 공장을 경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작은 공장이었지만 미래에는 원단의 고급화를 통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부터 노트에 ‘원사 고급화 프로젝트’라는 글귀를 쓰고 다양한 사업을 구상했다. 1996년에는 러시아, 캐나다, 칠레 등 전 세계를 돌며 캐시미어를 대체할 것을 찾았다. 이때 동물의 털갈이 털을 이용해 고급 원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 캐시미어처럼 지금은 비큐나가 최고급 원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래에는 어떤 소재가 최고급으로 취급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비큐나를 비롯해 알비노 낙타, 어민 등의 동물에서 채집한 최고급 소재는 이미 최상위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여기에 어떤 가공 기술력을 더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콜롬보 노블 파이버는 기존의 원사들과 어떻게 다른가?
고급 소재는 원재료를 어디서 구입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캐시미어 같은 경우 얼마나 가늘고 긴지가 품질을 좌우한다. 동물의 특성상 춥고 건조하면 털이 촘촘해지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동물의 털은 가늘다. 콜롬보는 중국 북동쪽에 위치한 몽골 알라샨 지역에서 양질의 캐시미어를 구한다. 원사를 가공해 원단으로 만드는 과정도 특별하다. 캐시미어를 염색하거나 스판 소재를 합성해 신축성을 더하는 것 등은 이미 20~25년 전에 콜롬보가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보르고세시아와 겜메 지역으로 생산 라인을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보르고세시아에서는 원단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겜메 지역에서는 20년 전부터 아내인 케이티가 레디투웨어를 만들고 있다. 25년 전 회사에 합류한 케이티는 처음에 액세서리 디자인부터 시작해 지금의 레디투웨어까지 단계별로 성장했다. 베스트셀러인 케이티 재킷 역시 그녀의 이름을 딴 제품이다.
양질의 캐시미어 제품을 고르는 방법을 세 가지만 알려달라
좋은 제품은 광택과 입체감이 눈으로 느껴진다. 손으로 만졌다 폈을 때 구김이 잘 생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털이 잘 일어나지 않는 제품을 골라야 세탁했을 때 변형이 덜하다.
홍콩, 도쿄, 서울에 이어 올해(2015년 기준) 중국에까지 사업을 확장한다고 들었다. 아시아 시장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는가?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1년에 2개 정도씩 매장을 열 생각이다. 패밀리 비즈니스로 자부심이 큰 만큼 큰 회사에 팔고 싶지는 않다. 지난 몇 년간 중국에도 역시 경제 위기가 왔지만 최고급 럭셔리 제품은 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제 많은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었다. 마케팅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