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user C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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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3, 2014

에디터 이예진

남성복에 구속되어 있던 트라우저 수트는 여성의 지위 신장과 함께 발전되어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014 F/W 컬렉션을 통해 구조적인 힘과 부드러운 실루엣, 회색빛으로 물든 트라우저 수트로 모던 테일러링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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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대화된 볼륨과 커팅으로 완성된 2014 F/W 컬렉션
샤넬의 트위드 재킷, 질 샌더의 화이트 셔츠, 펜디의 모피 코트, 디올의 바 재킷. 패션 하우스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시그너처 아이템은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이끄는 상징과도 같다. 이런 의미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트라우저 수트(팬츠 수트)’가 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남성복의 지휘 아래 있던 트라우저 수트를 여성복에 도입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모던한 발전을 꾀하고 있으니 말이다. 단지 컬렉션의 양념처럼 등장하는 매니시한 수트가 아니라 쇼의 전부라고 일컬을 만큼 막강한 역할을 한다. 남성복의 구조적인 힘과 여성복의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한편 여성의 체형에 맞는 실루엣은 정확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클래식 테일러링의 원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실루엣과 디테일에 변화를 주는 식인데, 이번 2014 F/W 시즌엔 더욱 극대화된 볼륨과 커팅으로 과감한 시도를 했다. 새로워진 트라우저 수트를 본다면 실루엣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재킷은 작고 동그스름한 어깨 라인에서 시작해 가녀린 손목을 부각하는 소매로 떨어지고, 비대칭 형태의 토르소 라인으로 마무리된다. 재킷과 매치한 폭이 여유로운 트라우저는 복사뼈가 보일 정도의 길이에서 과감하게 잘라 대비의 균형을 추구했다. 여기에 레이스업 슈즈나 T 스트랩 펌프스, 더 과감하게는 앵클부츠를 매치해 가장 세련된 방식의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중심이 되는 컬러는 회색이고,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밝은 라임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했다. 여기에 면이나 양모를 섞어 만든 가벼운 천을 일컫는 플란넬(flannel) 소재를 적용했는데, 마치 튈처럼 부드럽게 다루어 이브닝 웨어의 정교한 자수 장식으로 쓰일 만큼 섬세하다. 그래서인지 몸에 착 감기면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이 강조되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단 몇 밀리미터 차이로 모던함이 결정된다고 말하는 완벽주의자다. “나는 변함없이 트라우저 수트를 사랑할 것이다. 이 디자인은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오늘날의 여성은 재킷과 트라우저를 입고 있더라도 스스로 여성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그것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부츠를 매치했다. 반전이야말로 동시대적인 스타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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