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Reb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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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3, 2014

에디터 권유진(상하이 현지 취재)

세계적인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함께 제작한 단편영화 <a rose, reborn>의 완결편이 글로벌 패션의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드디어 공개됐다. 글로벌한 협업으로 화제가 된 이번 프로젝트의 마지막 여정 속에서, 한 송이 장미가 우아하게 피어오르는 순간과 그 현장의 열기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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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열기 속에 피어오른 한 송이 장미
행사장의 어두운 조명 아래 빛을 발하며 피어오른 달걀 모티브 속 한 송이의 장미, 그리고 그 주변으로 보일 듯 말 듯 배치했지만 존재감이 드러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의상들. 지난 10월 22일,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특별한 단편영화 <a rose, reborn>의 최종편을 공개한 상하이 패션 위크의 폐막식 현장. 그 이벤트가 개최된 상하이 엑시비션 센터(Shanghai Exhibition Center)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듯 미스터리하면서 우아한 공간으로 재탄생해 있었다. 이날 행사는 제냐만의 감성을 담은 아름다운 공간에 대해 탄성을 자아냄과 동시에 기대와 흥분으로 들썩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9월부터 온라인 미니 사이트에서 총 3편의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상영한 필름의 완결편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이를 제작한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과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테파노 필라티(Stefano Pilati)가 직접 이벤트에 참여한다는 소식 때문이기도 했다. 메이저 잡지의 패션 기자들조차 대면 인터뷰를 하기가 어렵고,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아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든 미스터리한 천재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가 과연 상하이 컨퍼런스 현장에 ‘진짜로’ 등장할지 여부는 이날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이런 그가 감독 박찬욱, 배우 다니엘 우와 함께 컨퍼런스 홀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박수와 환호성이 절로 터져 나온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와 같은 그의 첫 아시아 행사 참석은 이번 프로젝트가 그에게도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그리고 박찬욱 감독과 쌓은 깊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유럽 감독일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우리에게 친숙한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금기를 깨는 과감한 발상과 시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 전혀 다른 감각과 화법으로 그 어떤 한국의 연출가보다 강력한 예술적 파워를 지닌 그의 역량은 제냐의 요구와 정확히 일치했다. 박찬욱은 그가 지닌 동양의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서양 문화를 배경으로 한 제냐의 비전을 선입견 없이 통합시킬 수 있는 통찰력과 창의성을 갖춘 유일한 감독이었고, 그는 이를 이번 영화를 통해 실현시켰다. 두 거장의 섬세하고 창조적인 디렉팅으로 탄생한 <a rose, reborn>은 영화와 패션을 접목한 상업 패션 필름도, 박찬욱 감독과 제냐의 명성을 조합한 단순 과시성 콘텐츠도 아니라는 점에서도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는 예술 분야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온 제냐가 선보인 새로운 캠페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영상과 우아하고 철학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의 콘셉트와 철학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상하이 패션 위크의 폐막 이벤트를 런웨이가 아닌 영화제로 꾸민 연유 역시, 그만큼 이 영화에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제냐의 브랜드 철학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고찰의 결과가 종합적으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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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한 협업이 이루어낸 한 편의 예술영화
세계적인 거장들의 글로벌 협업으로 제작 전부터 이슈가 된 <a rose, reborn> 프로젝트는 앞에서 언급했듯 뛰어난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의 박찬욱을 감독으로, 영국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 잭 휴스턴(Jack Huston)과 중화권 인기 스타 다니엘 우(Daniel Wu)를 주연 배우로 선정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일본 시나리오 작가 후지타니 아야코(Fujitani Ayako), 한국 시나리오 작가 정정훈이 시나리오를 작업해 스타일과 가치적인 면에서 풍부함을 더했다. 여기에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의 창조적인 디렉션에 따라 영화의 모든 의상은 제냐 컬렉션으로 준비되었다. 이외에도 영국 작곡가 클린트 맨셀(Clint Mansell)과 아르헨티나 촬영감독 나타샤 브레이어(Natasha Braier)가 참여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말 그대로 ‘글로벌’한 스케일이다. 창의적인 협업이 중시되는 요즘, 각 분야의 최고 자리를 거머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으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서로 다른 강한 개성을 지닌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한 편의 예술 영화를 탄생시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a rose, reborn> 프로젝트 팀은 협업이 준비된 팀이었다. 언어 장벽은 문제되지 않았다. 특히 스테파노 필라티와는 굉장히 긴 전화 회의를 하며 생각을 공유했다. 필라티 쇼 영상에서 받은 영감과 제냐에서 1백여 년 넘게 가꿔온 전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이를 스토리에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이어서 배우 다니엘 우는 컨퍼런스에서 “보통 패션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영화는 유명한 감독과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동원되지만 정작 스토리와 철학과는 관련이 없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 스토리와 제냐의 철학을 짜임새 있게 연결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했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모두에게 이 프로젝트는 제냐의 의상이 여러 문화를 아우르듯, 협업에서도 모든 장애물과 장벽이 허물어진 흥미로운 작업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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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 새로운 리더십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The new leadership generation-새로운 세대, 새로운 리더십’이다. 이 주제는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가 제냐에 합류한 이후 2014 S/S와 F/W 두 시즌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광고 캠페인과도 일맥상통한다. 영화는 주인공 스티븐이 평범한 리더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진정한 리더로 변모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우아한 기법으로 서술한다. 자기 자신만 알던 스티븐이 신기술인 ‘에그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미스터 루’를 만나러 가는 여정 속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거치며 타인의 삶도 눈여겨볼 줄 아는 새로운 리더로 거듭나는 것.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장면은 두 주인공이 서로의 옷을 바꿔 입는 행위다. 같은 듯 다른 재킷과 팬츠, 타이를 바꾸어 입으며 점차 다른 사람으로 변화해가는 스티븐의 모습은 제냐가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링 방법인 ‘브로큰 수트(broken suit)’에서 영감받았다. 언뜻 보면 한 벌이지만 재킷, 팬츠, 베스트까지 모두 다른 원단을 사용한 브로큰 수트는 영화 속 주인공이 ‘나’라는 껍질을 깨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이자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옷이 조화로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듯, 영화 <a rose, reborn>은 한 사람이 주위를 돌아보며 조화를 이뤄나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것을 한데 어울리도록 한 브로큰 수트처럼 말이다. 비록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의 단편영화지만 그 속엔 많은 의미와 상징을 담았기에 깊이가 느껴진다. 브로큰 수트를 가까이에서 보아야 그 차이와 세련된 진가를 알 수 있듯이 보다 자세히, 집중해서 이 여정에 주목한다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본편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 비하인드 영상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온라인 공식 사이트는 물론 영화 미니 사이트(www.arose-reborn.com)에서 지금 바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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