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ing in May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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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6, 2024

글 고성연

만다린 오리엔탈 메이페어 in 런던

‘만다린 오리엔탈(Mandarin Oriental)’은 ‘글로벌’을 지향하는 많은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동서양의 만남(east meets west, 혹은 west meets east)’이라는 관용적 표현을 호텔업계에서 가장 세련되게 체화하고 있는 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 내력을 살펴보면 2명의 미국인이 태국 방콕에 1876년 창립한 ‘더 오리엔탈’을 원조로 둔 계열의 호텔과 1963년 홍콩에 문을 연 ‘더 만다린(The Mandarin)’ 호텔이 1985년 합쳐져 현재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이 탄생했으므로(홍콩에 본사를 둔 영국계 자딘 매시선 그룹의 자회사) 수긍이 되는 브랜드 이미지다. ‘원조’가 자리한 동양의 두 도시와 영국 런던이 지니는 의미가 특별한 건 당연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상징적인 럭셔리 호텔 중 하나인 만다린 오리엔탈 하이드 파크에 이어 6월 초 런던의 또 다른 중심부에 새로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문화 예술 애호가에 최상의 접근성을 선사하는 위치로 꼽히는 메이페어에 문을 연 만다린 오리엔탈 메이페어를 소개한다.
런던에서 메이페어는 유서 깊은 부촌의 상징이다. 2년여 전 작고한 엘리자베스 2세의 출생지이기도 할 만큼 상류층 주택가를 끼고 있음은 물론 내로라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매장이 들어서 있는 본드 스트리트, 전통 깊은 상점이 많은 로열 아케이드와 벌링턴 아케이드, 맞춤형 수트의 메카라 불리는 거리인 새빌 로(Savile Row) 등으로 명성이 높고 곳곳에 근사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또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영국 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 같은 미술관을 비롯해 유수 갤러리, 옥션 하우스 등이 모여 있는 ‘아트 허브’로도 각인되어 있다. 컨템퍼러리 럭셔리 호텔로 비상한 관심을 누리는 만다린 오리엔탈 메이페어를 우리에게도 친숙한 브랜드 프리즈(Frieze)의 원조인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기간(10월 9~13일)에 잠시나마 머물 보금자리로 삼는다는 건 확실히 행운이 깃든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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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 오리엔탈 호텔만의 고아한 품격을 갖추면서도 보다 세련된 컨템퍼러리 느낌을 자아내는 럭셔리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 메이페어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번화한 동네임에도 쾌적하고 조용한 하노버 스퀘어의 한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메이페어 지역에서 10년 만에 처음 생긴 호텔 건축물답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지언 양식의 테라스에서 영감받았다는 붉은색 벽돌을 창문과 교대로 세로 줄무늬처럼 입힌 은근히 현대적인 파사드의 차별성이 느껴진다. 스위트를 포함한 50개 객실과 더불어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빗 레지던스를 동시에 품고 있는 이 건축물은 이제는 고인이 된 건축 거장 리처드 로저스가 창립한 RSHP가 설계를 맡았다. 첫인상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호텔 로비는 단정하면서도 벽을 감싸며 곡선을 그리는 따스한 나무 조각 덕분에 따스하면서도 리듬감을 띤다. 로비 층에는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진한 청록색의 대리석 계단이 아래로 나 있는데, 위가 뚫린 채 시원하게 펼쳐진 레스토랑 공간으로 이끌어준다. 호텔의 F&B 총괄을 맡은 한국계 스타 셰프 아키라 백(백승욱)이 이끄는 동명의 일식 레스토랑 ‘아키라 백’과 더불어 최근 문을 연 오붓한 한식 파인 다이닝 ‘도사(DOSA)’가 자리한 공간이다. 양껏 시켜도 위에 부담을 주지 않을 듯한 가볍고 건강한 느낌의 다양한 퓨전 메뉴를 갖춘 아키라 백의 정찬은 물론이고 아침에도 김치와 햄을 곁들인 롤빵을 즐길 수 있는 식단은 기분 좋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메이페어의 빼어난 아시안 레스토랑과 더불어 영국식 요리를 재해석한 창의성과 미감으로 유명한 만다린 오리엔탈 하이드 파크의 레스토랑인 ‘디너 바이 헤스턴 블루멘탈(Dinner by Heston Blumenthal,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서도 알 수 있듯 런던의 미식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도 옛날 얘기다.
만다린 오리엔탈 메이페어의 객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스튜디오 인디고가 맡았는데, 운 좋게도 해사한 햇살이 막 스며들기 시작한 오후에 들어선 스위트는 그야말로 ‘동서양의 조화’가 우아하게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풍부한 에메랄드빛과 운치 있는 진한 자주색, 은은한 터쿼이즈, 그리고 매혹적인 갈색 톤의 색조. 영국의 ‘왕실 벽지’로도 유명한 18세기 핸드 페인트 벽지를 재현하는 브랜드 드 구르네에서 손수 채색한 실크 재질의 아름다운 월 커버링과 고혹적인 패브릭의 향연 같은 드레스 룸, 포근한 정갈함이 묻어나오는 거실 등은 오트 쿠튀르에서 영감받아 모든 객실 공간을 보석함처럼 상상했다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게다가 아시아인에게 특히 춥게 느껴지는 대다수의 런던 호텔과 달리 열선을 깔아 욕실 바닥부터 자동으로 작동하는 충전 스탠드 등 새 호텔답게 눈에 보이지 않게 세심히 반영한 ‘기술’로 인한 안락함이 장점이기도 하다. 좀처럼 떠나기 싫은 안식처지만 프리즈 런던에 맞춰 일제히 간판 전시를 내건 인근 갤러리를 돌아보는 ‘아트 산책’을 나가는 길에 다시 한번 만다린 오리엔탈의 브랜드 캠페인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이자 그룹 심벌인 ‘부채’ 작품을 마주했다. 호텔마다 유일한 디자인의 부채 작품을 로비에 전시하는데, 메이페어의 경우 패션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협업해 핸드크래프트 디자인을 차용했다. 호텔이 자리한 하노버 스퀘어를 배경으로 춤추는 남녀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그 경쾌함이 전이되어 산책의 발걸음도 절로 가벼워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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