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는 각자에게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 부루마불이나 모노폴리 같은 게임판처럼 세계를 휩쓸고 다닌 증거인 여권을 훈장처럼 자랑하는 이도 있고, 현지의 사회와 문화를 파고들고자 체류하는 이도 있고, 심신의 안정과 휴식을 위해 도피처럼 떠나는 이도 있다. “여행으로 도피해봤자 우리 존재의 역사상 가장 불행한 모습과 대면하기밖에 더하겠는가?”라고 씁쓸하게 내뱉었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곱씹어보면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다수는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또 우리에게 하늘길의 구속을 처절하게 겪게 한 팬데믹을 거치면서 ‘떠남’에의 갈망은 한결 더 짙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떠나는 이유와 목적이 각자 다르더라도 낯선 곳에서 되도록 편히 쉬어 가게 해주는 ‘여행의 공간’이 중요하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아예 호텔이나 리조트 자체를 ‘집’처럼 머물면서 즐기는 방식이 여행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 꽤 되기도 했지만, 점차 다채로워지는 수요에 맞춘 ‘여행의 공간’ 설계는 민첩하게 진화하고 있다. 진정으로 몸과 마음에 평온을 선사하고 싶은 이들이 즐겨 찾는, 혹은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는 리조트 브랜드 아만(Aman). ‘도장 깨기’처럼 아만을 찾아다니는 이들에게 베트남의 건기(4~9월) 또는 겨울철에 방문하기를 권하고 싶은 곳이 아만노이(Amanoi)다(사실 우기를 피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여름철은 고온다습하지만 아만노이가 자리한 누이추아(Nu′i Chu′a) 국립공원 지역은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리조트 내에 주로 머문다면 쾌적함을 누릴 수 있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그리고 다채로운 역사와 지역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근교 투어의 백미라 할 만한 명소가 있다. 아만노이에서 자동차로 45분 남짓 달리면 ‘바람과 태양의 도시’로 불리는 닌 투언(Ninh Thuan) 지역의 주요 민족 집단인 참(Cham)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과 사원, 탑이 있다. 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참족의 역사는 언어, 문화, 건축, 공예 등으로 찬란하게 꽃피웠다가 17세기 중반 영토 분쟁으로 크게 쇠퇴했지만 오늘날에도 16만 명 정도가 존재하며, 닌 투언 지역에 7만 명가량이 살고 있다고 한다(아만노이 직원 중에도 참의 후손이 있다고). 참족은 힌두교를 따르는 참 발라몽(Cham Balamon), 이슬람과 민속신앙이 섞인 참 바니(Cham Bani), 이슬람교인 참 이슬람(Cham Islam) 등 세 그룹으로 나뉘는데, 자녀들이 모친의 성을 이어받고 여성이 가장 역할을 하는 모계사회다. 위대한 참족 왕의 이름을 딴 ‘포 끌롱 자라이(Po Klong Garai)’ 사원은 100m 높이의 언덕 위 공원에 자리해 360도 파노라마 전망을 선사하는데, 13세기 후반에 지은 붉은 벽돌 탑의 미려한 자태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아만노이에서는 참족 특유의 의식을 관찰하듯 약식으로 참여하고, 그들의 요리법을 따른 미식을 경험해볼 수도 있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에 커다란 화강암 바위로 둘러싸인 전망이 자못 매혹적인 록 스튜디오(Rock Studio)에서의 만찬은 아만노이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줄 듯하다.
2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국립공원이지만 아만노이의 고도는 그리 높지는 않다(해발 65m 정도). 아만노이의 프라이빗 레지던스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일출 광경.
3 고요하고 수려한 해변 옆 화강암 절벽이 내려다보이는 비치 클럽. 각종 해양 스포츠와 액티비티, 미식도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이다.
4 아만노이에서는 양궁부터 서핑, 스노클링, 카약, 트레킹,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5 아만노이의 ‘레이크 웰니스 풀 빌라(Lake Wellness Pool Villa)’.
6 아만노이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인근 골프장을 둘러싼 하늘에 노을이 물들고 있다.
7 스파 단지는 국립공원의 구불구불한 언덕에 둘러싸인 호수에 위치하는데, 저쿠지, 한증막, 온열 스톤 트리트먼트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었으며, 무화학 아만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한다.
8 호수 위 요가 파빌리온. 투숙객 대상으로 명상과 태극권 등의 무료 클래스가 매일 열린다.
9, 10 위대한 참족 왕의 이름을 딴 ‘포 끌롱 자라이(Po Klong Garai)’ 사원. 여러 형태의 붉은 벽돌 탑으로 이뤄져 있다.
※ 1, 2, 6, 9, 10 이미지 Photo by 고성연
※ 5, 7, 8 이미지 제공_아만
[ART + CULTURE ’23 Summer SPECIAL]
14. 아만노이(Amanoi)_a gem tucked in the mountains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