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hot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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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 2012

글 정희경(시계 칼럼니스트, <시계 이야기> 저자)

제22회 국제고급시계박람회 (SIHH : Salon International Haute Horlogerie)에 참가한 시계 브랜드. 그들이 내세운 주목할 만한 시계를 소개한다.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랜 역사,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는 브랜드들의 활동도 두드러지고 있다. 오데마 피게 또한 아시아, 중동 그리고 라틴아메리카까지 진출하면서 작년 창사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에 발맞춰 브랜드 로고와 홈페이지, 광고 캠페인 등을 바꾸면서 변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로고의 경우 이전에는 1875년이란 창립 연도를 넣었지만 지금은 창립부터 지금까지 자리한 장소인 르 브라쉬(Le Brassus)를 내세웠다. 한자리에서 변치 않고 시계 전통을 이어온 브랜드라는 뿌리를 강조한 것이다. 올해 오데마 피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시계는 로얄 오크이다. 로얄 오크는 작년 작고한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해 1972년 론칭, 하이엔드 스포츠 시계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 탄생 40주년을 맞아 특별한 리미티드 에디션과 복각 모델, 사이즈를 추가했고 ‘아방가르드에서 아이콘으로(From Avant-Garde to Icon)’이란 제목의 40주년 기념 전시를 뉴욕 아모리홀에서 시작해 홍콩과 싱가포르까지 순회 전시를 펼칠 계획이다.

Extra-Thin Royal Oak? 15202ST

프티트 타피스리 패턴의 블루 다이얼, 3시 방향의 날짜창, 39mm의 새틴 피니싱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가 특징인 로얄 오크로 초창기 모델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이다. 2121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로 얇은 두께로 제작됐다.

1830년에 시작해 1백82년이란 역사를 보유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시계를 소개해온 보메 메르시에. 2009년부터 CEO를 역임한 알랭 짐머만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미국 롱아일랜드 햄프턴의 평화롭고 행복한 이미지를 강조한 시계로 클래식하고 실용적인 햄프턴 컬렉션, 패셔너블한 요소를 가미해 시즌별로 소개하는 컬러 스트랩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여성 시계 리네아,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소개해온 역사를 되살린 케이프랜드 모델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Capeland Emblematic 10068

작년에 1948년 싱글 푸시 피스 크로노그래프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10007을 소개한 데 이어 블랙 다이얼로 선보인 모델이다. 라 주 페레레 8147-2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로 타키미터와 텔레미터 눈금이 들어간 다이얼이 매력적이다.

A.Lange & Sohne
리치몬트 그룹 소속이지만 독일 시계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는 아. 랑에 운트 죄네. 2010년 말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한국에 단독 부티크를 오픈하기도 했다. 올해는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시계인 다토그라프를 조금 큰 사이즈인 41mm로 내놓았고 2011년 선보여 높은 관심을 받았던 삭소니아 씬을 핑크 골드에 이어 화이트 골드 버전으로 선보였다. 그랑 랑에 1은 다이얼 디자인을 바꾸었다. 날짜창은 조금 더 키우고 시와 분을 표시하는 다이얼과 스몰 세컨드를 겹치지 않게 배열함으로써 가시성을 높였다. 신제품보다는 독자적인 특허 기술을 탑재한 시계들을 내놓아 주목받는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답다.

Lange 1 Tourbillon Perpetual Calendar
랑에 1의 디자인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투르비용과 퍼페추얼 캘린더 등 복잡한 기능을 동시에 탑재한 모델이다. 3시 방향에 시와 분, 낮밤, 6시 방향에 윤년, 7시 방향에 문페이즈, 9시 방향에 요일, 다이얼 가장자리에 월을 표시한다. 케이스백을 통해 칼리버 L082.1의 투르비용, 21k 옐로 골드와 플래티넘으로 제작한 로터를 볼 수 있다.

주얼리 브랜드에서 진지한 시계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까르띠에. 예거 르쿨트르, 피아제, 로저 드뷔 등 전문 시계 브랜드의 조력을 뛰어넘어 이제 자체 생산한 무브먼트와 주얼리 브랜드로서의 노하우, 탄탄한 디자인으로 중무장한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브랜드 최초로 미닛 리피터 시계를 선보였고 15개만 한정 생산한, 탁상용 거치대가 있는 회중시계 등 고기능 시계들이 그것이다. 한편 산토스 다음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은 탱크 컬렉션에서 솔로, 프랑세즈, 아메리칸에 이어 앙글레즈란 새 라인을 내놓았다. 사각형 케이스, 로마자 인덱스와 레일 로드 장식, 블루 핸즈라는 주요 요소를 포함하면서 크라운을 케이스 안에 삽입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다시금 탱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에나멜, 보석 세공, 조각 등 예술 공예적 요소를 강조한 까르띠에 다르 컬렉션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Rotonde de Cartier Minute Repeater Flying Tourbillon Watch, Calibre 9402 MC, Geneva Seal
데시벨의 크기, 톤, 주파수, 음의 지속성 등 5년간의 연구 끝에 제작한 까르띠에 최초의 미닛 리피터 시계다. 12시 방향에 플라잉 투르비용을, 6시 방향에 해머를 노출시켰다.
 

무브먼트 제조사로 출발한 시계 브랜드답게 타임온리의 단순 기능부터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등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시계와 다양한 범주를 넘나드는 시계를 소개하는 예거 르쿨트르. 올해도 기능과 형태가 다양한 시계를 내놓았다. 작년 탄생 80주년을 기념한 리베르소에서는 1931년에 소개한 레드 컬러의 래커 다이얼을 복각한 모델부터 블루 에나멜 다이얼, 울트라 신 스켈레톤 등의 모델을 추가했다. 컬렉터들에게 인기 있는 딥씨 빈티지 크로노그래프는 물론 마스터 컬렉션에는 울트라 신 투르비용 모델과 파워 리저브, 마스터 그랑드 컬렉션에서는 미닛 리피터 시계를 소개하면서 기술력을 강조했다.

Duometre a Spherotourbillon

배럴 하나는 시간에, 다른 하나는 기능에 각각 독립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듀얼 윙 시스템을 적용한 듀오미터 컬렉션에 추가한 스페로투르비용 시계다. 20도 기울어진 각도로 입체적으로 돌아가는 투르비용과 함께 플라이백 기능의 스몰 세컨즈, 24시간 타임 존을 표시한다.

 

Sporting Collection Safari RL67
구리, 주석, 아연의 합금인 포금(gunmetal) 소재로 제작한 독특한 케이스가 특징인 사파리 시계다. 예거 르쿨트르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RL751/1을 탑재했다.

1백50여 년 넘게 무브먼트를 제조한 미네르바를 2008년 통합 인수한 몽블랑도 다른 브랜드처럼 독자적인 무브먼트 제조를 통한 시계를 소개하고 있다. 필기구를 생산하는 브랜드답게 시계도 ‘시간의 기록’이란 측면에서 접근해서 올해도 대표적인 니콜라스 뤼섹 크로노그래프 컬렉션에 오픈 홈 타임이란 듀얼 타임을 추가하는 등 특히 크로노그래프란 기능에 초점을 맞춘 시계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 한편 올해는 세기의 배우이자 모나코의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계, 주얼리, 필기구를 소개해여성 시계 컬렉션도 강조하고 있다.

TimeWriter ll Chronograph Bi-Frequence 1,000

타임라이터는 시계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컬렉션으로 2년에 한 번씩 선보인다. 2010년 2개의 다이얼이 특징인 메타모포시스에 이어 2012년에는 크로노그래프 바이 프리퀀시 1,000을 선보였다. 이름그대로 크로노그래프인데 1/1000초를 측정할 수 있다. 12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크로노그래프가 작동한다. 1936년 미네르바가 1/100초를 측정할 수 있는 스톱워치를 선보인 것을 기념해서 36개만 한정 생산했다.

포르투기즈, 다빈치, 아쿠아타이머, 포르토피노, 인제니어, 파일럿까지 6개 컬렉션 중 매년 하나의 컬렉션을 새단장하는 방식을 취하는 IWC. 1936년에 회전 베젤, 가벼운 소재, 올해는 70여 년간 하늘을 지켜온 파일럿 시계를 정비했다. 스플릿 세컨드 기능이 있는 더블 크로노그래프, 스핏파이어 크로노그래프 외에 사이즈를 더 키운 빅 파일럿, 그리고 최고의 조종사들을 길러낸다는 미 해군의 탑건과 전투기 훈련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미라마를 모티브로 한 시계들을 소개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고 있다.

Pilot Chronograph Top Gun Miramar

가장 우수한 탑건을 양성하는 기념비적인 장소 미라마를 모티브로 한 파일럿 탑건 미라마. 짙은 회색 세라믹 케이스와 다이얼, 베이지 컬러의 핸즈와 챕터 링, 티타늄 소재의 크라운과 푸시 버튼, 녹색의 패브릭 스트랩 등 개성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1755년부터 그 역사를 시작한 시계 브랜드의 터줏대감 바쉐론 콘스탄틴. 특히 까다로운 제네바 인증을 받는 브랜드로 대표적인데 작년 말 이 인증이 무브먼트의 피니싱뿐만 아니라 방수, 파워 리저브 등 시계 자체로 확장되면서 바쉐론 콘스탄틴도 2012년 6월 1일부터 시행하는 이 인증에 맞춰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신제품은 14일이나 파워 리저브할 수 있는 패트리모니 트래디시오넬 14 데이즈 투르비용과 벨에포크 시절에 소개한 특유의 토노 형태가 특징인 말테 컬렉션에 4개의 시계를 추가했고 마지막으로 메티에 다르 컬렉션을 내놓았다. 예술적인 부분을 강조한 메티에 다르는 올해 모자이크 세공(tessellation)에서 착안, 대표적인 그래픽 아티스트인 M. C. 에셔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Malte Tourbillon

가운데가 볼록한 우아한 곡선이 일품인 가로 38mm, 세로 48.24mm 크기의 케이스가 눈에 띄는 말테 투르비용. 케이스와 동일한 형태로 제작한 새로운 칼리버 2795를 탑재했다.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가 정확성과 다양한 기능성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브랜드는 그 한계를 뒤로하고 시계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반클리프 아펠이 내세우는 시적인 시간(Poetic Time)이 바로 그런 것이다. 올해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 몇 년간 소개한 시계 브랜드들을 하나의 연결 고리로 이어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이를 포에틱 위시란 시계로 마무리했다. 한편 브랜드 최초의 남성 시계 피에르 아펠을 재조명하고 있다.

Pierre Arpels
1949년 창립자 피에르 아펠이 자신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클래식한 시계를 재해석했다. 둥근 원형 케이스, 이를 2개의 러그로 스트랩을 연결한 아주 절제된 디자인이다. 새로운 버전은 남성 드레스 셔츠에서 엿볼 수 있는 벌집 모양의 패턴과 로마자 인덱스로 장식한 것이 특징.

리치몬트 그룹에서 인수한 이후 디자인과 컬렉션 라인업 등 브랜드 자체 정비에 들어간 로저 드뷔. 올해는 2005년 회사를 떠난 창립자 로저 드뷔가 컴백을 알려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기존 컬렉션에서는 엑스칼리버만 남기고 작년에 추가한 라 모네가스크, 그리고 올해 세련된 펄션과 여성 라인인 벨벳 컬렉션을 추가했다. RD란 이니셜을 딴 로고 디자인도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기존의 개성 있는 판타지에 현대적인 감성을 부여해나가고 있다.

Pulsion Chronograph

제네바 인증을 받은 RD680 무브먼트를 그대로 드러내는 여러 층의 다이얼과 베젤 등 입체적인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블랙 DLC 코팅의 티타늄 케이스와 러버 스트랩으로 스포티한 시계다.

기계식 시계는 물론 여성들이 좋아하는 주얼리 시계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피아제. 보석을 세팅하면서도 얇은 두께를 유지할 수 있는 울트라 신 무브먼트의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한덕분이다. 올해도 가장 얇은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의 스켈레톤 버전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초박형 무브먼트에 대한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블랙타이 컬렉션에 새롭게 추가한 구버너 컬렉션은 원형과 타원형이 조화를 이룬 케이스가 특징적이다.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버전 외에 투르비용 버전을 소개했는데 특별히 새로 개발한 칼리버 642P를 장착했다. 12시 방향에는 두께 2.8mm에 무게 0.2g으로 가벼운 플라잉 투르비용을, 6시 방향에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두어 조화로운 균형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1930년대 소개한 쿠션 형태의 케이스를 유지하고 다이얼의 배열과 기능, 케이스 소재에만 변화를 주는 뚝심 있는 브랜드 파네라이. 덕분에 마니아층이 많은데, 올해 그들이 즐거워할 복각 모델을 많이 내놓았다. 작년 소개한 P.3000을 베이스 무브먼트로 P.3001과 P3002 등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추가했다.


Tuttonero Luminor 1950 3 Days GMT Automatic Ceramica 44mm 44mm

루미노르 1950 케이스의 형태는 그대로이지만 케이스, 크라운,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무광의 블랙 세라믹으로 제작한 시계로 올 블랙이란 의미의 뚜또네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3일 파워 리저브되는 P9001/B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역사는 짧지만 창립자이자 시계 제작자가 이끄는 브랜드이다. 브랜드의 수장이 시계 제작자인 만큼 역사성과 철학적인 면도 동시에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두께 2.6mm의 초박형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한 톤다 1950이나 레트로그레이드 애뉴얼 캘린더, 스틸 소재로 나온 여성 시계 칼파리스마와 같은 실용적인 시계부터 용과 여의주를 표현한 오토마통 탁상시계 등 유니크 피스까지 폭넓은 시계로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벌룬 페스티벌부터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문화 행사 후원부터 올해부터 5년간 브라질 축구 협회의 후원을 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까지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7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 PF339를 장착한 톤다 레트로그레이드 애뉴얼 캘린더. 4시에서 8시까지 270도 안에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날짜를 표시하고 6시 방향에는 1백20년에 한 번 조정하면 되는 문페이즈, 3시 방향에는 월, 9시 방향에는 요일을 표시한다.

SIHH 기간에 18개 시계 브랜드 외에 제네바 곳곳에서 여러 시계 브랜드의 신제품 프레젠테이션도 이어진다. 보베도 그중 하나. 보베는 그 시작은 오래됐지만 최근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브랜드다. 무엇보다 과거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에 회중시계로, 또 손목시계로 변형 가능한 특허 기술이 적용된 것은 보베만의 특징이다. 올해는 창립 1백90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에디션과 향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Amadeo Fleurier Rising Star

브랜드 탄생 1백90주년을 기념한 시계로, 19세기 빈티지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양면 시계이다. 투르비용을 탑재한 시계는 3개의 타임 존을 제공하고 케이스백에서도 시간을 보여준다. 기요셰, 젬 세팅, 조각 등 섬세한 디테일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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