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1회 고급 시계 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침체한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서 아시아 시장의 역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증거를 유감없이 보여준 시계 잔치를 취재했다. 1부는 주요 이슈와 대표 시계, 다음 호에 게재할 2부는 각 브랜드에서 주목할 만한 시계를 소개한다.
Celebration with Celebrities
시계업계도 브랜드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고취하기 위해 자동차, 스포츠, 비행기 등 여러 산업과 협력하면서 그 분야의 스타와 프로모션을 벌여왔다. 문제는 대중적인 관점에서 그들이 너무 전문가란 사실. 오히려 영화 산업과 절친이 되는 편이 더 나았다. 영화를 통해 친숙해진 배우가 착용하는 것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에 더 유리 하므로. 현재 예거 르쿨트르, 쇼파드 등이 국제 영화제의 후원사이긴 하지만 그리 활발한 건 아니다. 특히 지금껏 각국의 부티크 오프닝이 아닌 SIHH 같은 워치 페어에 유명 인사를 부르는 브랜드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올해 유난히 그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보메 메르시에는 ‘새로운 장(new chapter)’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대적인 브랜드 정비에 나서면서 배우 귀네스 팰트로를 뮤즈로 삼고 파티를 개최했으며,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 라인 탄생 80주년을 맞아 광고 모델로 기용한 배우 다이앤 크루거를 행사장에 초대해 살롱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모친이 18살 생일에 리베르소를 선물해주어 이미 예거 르쿨트르에 애정이 있다고 밝힌 그녀는 2007년 베니스 영화제 이후 인연을 맺은 브랜드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드러냈다. 이례적으로 한국 스타들도 참석했는데 까르띠에에는 월드 스타 비가, IWC에는 다니엘 헤니가 참석했다. IWC New Portofino
2011년 IWC는 포르토피노 컬렉션에 4개의 신제품을 더했는데 이를 위해 1월 15일 실제 포르토피노에서 패션 사진계의 거장 피터 린드버그를 비롯, 장 르노,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윈즐릿 등을 초대해 사진집 <Days in Portofino>를 제작했다. 오토매틱은 35110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크로노그래프는 79320 셀프 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장착했는데 가죽 밴드 외에 1960년대에 인기를 끈 그물망 형태의 밀라노 메시 브레이슬릿으로 교체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듀얼 타임은 2개 배럴, 72시간 파워 리저브되는 64710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핸즈운드 모델은 59210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로 8일간 파워 리저브되는데 가죽 스트랩 제조사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산토니(Santoni)에서 IWC만을 위해 제작한 오렌지 라이닝의 스트랩을 제공한다. |
Slim & Slender
작년부터 두께가 얇고 크기가 작은 시계를 강조하기 시작한 건 아시아의 신흥국이 시계 업계의 큰 고객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서양 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동 양인들에게 한창 유행 중인 큰 다이얼과 케이스의 시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 다. 하지만 플레이트를 얇게 만드는 기술은 또 하나의 도전이다. 지난해 바쉐론 콘스탄틴이 두께 1.64㎜ 칼리버 1003로 세계에서 제일 얇은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로, 피아제가 2.35㎜ 1208P로 제일 얇은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로 각각 시계사의 기록을 갱신한 것처럼 말이다. 그 뒤를 이어 2011년에 선보인 신제품은 까르띠에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엑스트라 플랫, 랑게 운트 죄네의 삭소니아 신, 오데마 피게의 줄스 오데마 엑스트라 신, 예거 르쿨트르의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신 트리뷰트 투 1931 등이다.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의 경우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에 로터를 부착한 형태로 당연히 로터 두께만큼 더 두꺼워지기 때문에 올해의 선택은 마이크로 로터였다. 작은 로터는 무브먼트 자체의 브릿지 안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두께를 줄일 수 있다. 대신 무게가 무거운 로터가 회전력이 더 좋으므로 골드나 플래티넘 소재를 쓴 경우가 많았다. Piaget Emperador Coussin Tourbillon Automatic Ultra-Thin
울트라 신 무브먼트에 대해 오랜 역사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피아제는 올해 신기록을 추가했다. 3.5㎜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칼리버 600P와 지난해에 선보인 2.35㎜의 1208P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합체한 5.55㎜의 1270P를 선보여, 셀프 와인딩 투르비용 무브먼트로는 세계에서 제일 얇은 기록을 세웠다. 두께를 얇게 하기 위해서 투르비용의 1시방향 시침과 분침은 오프센터 다이얼로 5시 방향에 두고, 9시 방향에 마이크로 로터를 병렬로 배치했다. 로터를 무브먼트 뒷면이 아니라 전면에 내세운 점이 독특한데, 무게를 더하기 위해화이트 골드 소재로 제작했다. 레이저 프린트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래스가 스켈라턴으로노출한 무브먼트를 보다 극적으로 보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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