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 2011
이번 시즌은 1970년대로의 회귀라 할 만큼 그 당시의 자유롭고 다채로웠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룩들이 많이 선보였다. 히피, 보헤미안, 블루진, 디스코 등 복고적인 무드가 가득했던 70년대 스타일이 지난 시즌까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던 미니멀 클래식과 리드미컬하게 섞여 컬렉션이 한층 풍성해진 것. 과즙이 흐를 듯 선명한 팝 컬러, 유러피언 감성이 느껴지는 젯셋 룩까지, 위트 넘치는 2011 S/S 여성 트렌드 키워드를 소개한다.
trend 1 tropical splash
블랙, 그레이 등 무채색이 주를 이뤘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이번 시즌은 ‘색(色)’의 향연이라 할 만큼 선명하고 생생한 컬러가 강세다. 1970년대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컬러 매치가 주를 이루는데, 오렌지, 핑크, 그린, 바이올렛, 블루 등의 트로피컬 컬러부터 눈이 시릴 정도의 강렬한 네온 컬러까지 다양한 컬러 플레이를 시도한 브랜드들이 눈에 띈다. 트로피컬 컬러를 세련되게 즐기기 위해선 비슷한 계열로 톤 온 톤(tone on tone) 매치하거나 혹은 YSL이나 토리버치가 제안한 것과 같이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의 베이식 컬러와 함께 연출하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컬러들을 한층 중화시킬 수 있다. 좀 더 과감한 시도를 원한다면 구찌에서 선보인 퍼플 & 그린과 같은 보색 계열의 매치를 시도해보도록. 디테일이나 패턴이 있는 컬러 아이템보다는 베이식한 실루엣을 살린 아이템을 선택해야 고급스러움을 살릴 수 있다.
trend 2 powerful white
런웨이 한켠에 다채로운 컬러가 주를 이뤘다면, 다른 한쪽에선 이와 대비되듯 화이트 컬러가 일색을 이뤘다. 눈부시게 하얀 순백색부터 아이보리, 바닐라, 스킨 컬러까지 내추럴 컬러 팔레트가 주목을 받은 것. 세린느는 컬렉션의 절반 이상을 화이트 의상으로 가득 채웠을 만큼 화이트 컬러에 대한 애착을 보였고, 드리스 반 노튼 역시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화이트 셔츠를 선보였다. 이번 시즌 화이트 컬러는 실크, 리넨, 내추럴 코튼 등의 부드러운 소재들과 만나 보다 따뜻하고 페미닌한 분위기로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trend 3 be sportive!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야상 점퍼, 트레이닝 집업 재킷이 이번 시즌 여성들의 옷장을 차지할 예정. 그렇다고 막 운동을 하고 나온 듯한 룩을 상상하면 금물이다. 이번 시즌엔 실용적인 아웃도어 룩을 보다 모던하고 심플하게 재해석해 스포츠 웨어가 얼마나 세련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라코스테는 기존의 피케 패턴에 볼륨감이 느껴지는 니트 튜닉을 매치하거나 민소매 폴로와 스웨이드 쇼츠 위에 망사 짜임의 면 소재 상의를 가미해 여성스러우면서도 섹시한 스포티브 룩을 선보였다. 디올 역시 페미닌한 드레스에 사파리 점퍼를 믹스매치했으며 엠포리오 아르마니 또한 하늘하늘한 실크 원피스에 광택감이 돋보이는 나일론 점퍼를 입어 스포티한 감성을 살렸다. 정반대되는 스타일과 함께 매치해 위트를 더하거나, 나긋한 실루엣, 스킨이 비치는 반투명 코튼 소재와 같이 변형을 시도한 스포츠 웨어를 선택해 여성스럽고 성숙한 분위기를 연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rend 4 strong stripe
프렌치 시크(French chic)를 대표하는 키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스트라이프 패턴이다. 특히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과거 코코 샤넬이 즐겨 입던 그녀의 시그너처 아이템이자, 매치하는 아이템에 따라 마린 룩으로도, 포멀 룩으로도 변신이 가능한 베이식 아이템이다. 이런 스트라이프 패턴이 이번 시즌엔 다양한 컬러 매치와 패턴으로 한층 다채로워진다. 프라다는 쇼킹한 네온 컬러들을 스트라이프 패턴에 접목시키고 여기에 원숭이, 바나나, 추상적인 바로크 프린트를 더해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줄무늬를 신선하게 표현했다. 또한 스트라이프 상의에 패턴 굵기나 컬러에 변화를 준 스트라이프 하의를 매치해 세련미를 강조했다. 마르니, 펜디는 사선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선명한 트로피컬 컬러를 활용해 산뜻한 룩을 완성했다.
trend 5 boyish in pants
이번 시즌 폴 스미스는 전통적인 남성 의류에서 영감을 받은 여성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치 남자친구의 옷장을 훔친 듯 박시한 재킷, 넉넉한 셔츠가 주를 이루는데 이 중 가장 돋보였던 것이 넉넉한 피트의 밑위가 낮은 로 라이즈 팬츠다. 폴 스미스 외에도 3.1 필립 림, 에르메스 역시 보이시한 감성이 느껴지는 테일러드 팬츠, 와이드 팬츠 등을 제안해 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을 재현했다.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9부 길이의 크롭트(cropped) 팬츠를,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원한다면 다리를 부드럽게 감싸는 실크 소재를, 레트로 무드를 즐기고 싶다면 진이나 코튼과 같이 무게감이 느껴지는 소재의 와이드 팬츠를 선택하면 된다.
trend 6 pretty florals
2011 S/S 여성 컬렉션은 커다란 정원을 연상시킬 만큼 플라워 프린트가 대두되었다. 로맨틱한 느낌의 자잘한 꽃송이부터 수채화 물감이 번진 듯 표현한 추상적인 플라워 프린트, 화려한 비즈로 장식된 플라워 프린트, 줄기와 잎사귀를 넣어 아시아적인 터치를 가미한 플라워 프린트까지, 따뜻한 봄날을 찬양하듯 수많은 플라워 프린트들이 대거 등장한 것. 특히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 비통 컬렉션에서 플라워 패턴에 블랙 컬러, 오리엔탈 무드를 접목시켜 신비롭고 고혹적인 룩을 완성했다. 플라워 프린트 의상을 매치할 땐 프린트가 화려한 만큼 액세서리는 자제하고 슈즈나 가방 역시 심플하고 베이식한 컬러를 선택해야 과하지 않게 연출할 수 있다.
trend 7 sexy ladylike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아워 글래스(hour glass)형 재킷,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펜슬 스커트가 대표적인 1950~1970년대의 레이디 룩이 이번 시즌 ‘반전’을 시도한다. 클래식하고 우아한 라인은 그대로 유지하되 여기에 스포티한 터치를 가미한 것. 무릎 길이의 정장 스커트를 저지 소재의 상의와 함께 매치하거나, 페이턴트, 가죽 소재를 접목시키기도 하고 볼륨 포켓, 기하학적인 라인과 패턴으로 변형을 시도한 의상도 눈에 띈다. 몸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페미닌한 원피스에 볼륨 디테일을 더한 펜디 컬렉션을 참고하면 이해가 쉬울 것.
trend 8 relaxed luxe
히피와 펑크, 디스코가 유행하며 휘황찬란한 패션 복식사를 보여주는 1970년대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젯셋(jet-set) 룩이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여행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젯셋 족들의 자유분방하고 여유로운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젯셋 룩은 이번 시즌 한층 글래머러스하고 고급스럽게 해석된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맥시 스커트, 부드러운 실루엣의 플레어드 팬츠, 사파리 재킷, 점프 수트 등이 키 아이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남태평양 폴리네시안 해변에서 영감을 받은 디올은 얼기설기 짜인 니트, 코튼 소재의 데이 드레스, 세일러 팬츠로 휴일을 위한 경쾌한 룩을 선보였고 페라가모는 수영복 위에 롱 코트를 매치해 럭셔리한 휴일을 즐기는 유러피언의 모습을 표현했다. 젯셋 룩을 일상 속에서도 세련되게 활용하고 싶다면? 루스한 니트에 부드러운 실루엣의 와이드 팬츠, 햇빛을 가릴 선글라스만 있으면 충분하다.
trend 9 please, pleats
어릴 적 즐겨 입었던 플리츠 스커트, 즉 주름치마가 성숙하고 우아한 ‘언니’의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미우미우는 매끈한 광택감이 느껴지는 가죽 스커트에 플리츠 디테일을 더해 펑키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 찰랑이는 실크 원피스 치맛단에 기계 주름을 넣어 여성스러움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구찌는 플리츠 디테일을 커팅해 프린지 스타일로 연출, 과감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룩을 완성했다. 플리츠 스커트를 선택할 땐 무릎 정도의 길이를 골라야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trend 10 modern bohemian
매 시즌 제시되고 있는 보헤미안 룩이 1990년대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프린지, 페이즐리, 플라워 프린트 등 보헤미안 특유의 이국적인 터치는 한층 절제되고 고급스럽게 제안된다. 에트로는 페이즐리 무늬에 건축학적인 패턴을 더해 도시적인 느낌을 가미했으며 보헤미안의 상징인 하렘 팬츠, 튜닉 톱, 칼라 없는 코트를 보다 심플하고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해 모던함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