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성분으로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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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1, 2011

에디터 권유진 | photographed by yum jung hoon

화장품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브랜드나 패키지 디자인, 발림성과 같은 ‘첫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진짜 따져보아야 할 것은 성분이다. 최신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성분부터 자연 성분까지 화장품 성분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화장품을 선택할 때 성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화장품, 이제 성분을 보고 선택하라

패키지나 브랜드 이름이 화장품의 첫인상이라면, 성분은 내면의 본질과도 같다. 사실 화장품을 구입하기 전 어떤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지, 혹은 자신의 피부 고민에 맞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피부에 매일 바르는 제품이건만 성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브랜드나 향기, 텍스처도 중요한 요소지만 화장품의 진정한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은 바로 성분이다. 수많은 뷰티 브랜드에서 성분 개발에 끊임 없이 투자를 하는 것도 성분만큼 효능을 좌우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어려운 과학 성분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성분까지,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화장품 성분 트렌드를 짚어보았다.

과학적 테크놀로지로 중무장한 희귀 성분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학적인 테크놀로지의 집약체인 새로운 성분의 등장이다. 지난 5월에 개최된 세계피부과학회에서 세계 피부과 전문의들과 뷰티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은 랑콤의 신제품 비지오네르가 대표적인데, 이 제품이 화제가 된 것은 핵심 분자 ‘LR 2412’ 때문이다. 이름도 독특한 이 성분은 랑콤연구소가 식물의 자기 방어 능력에서 영감을 얻어 12년 동안 연구한 끝에 개발해 17개의 특허로 보호받고 있는 성분이다. 이미 4편의 과학 논문에서 다루었을 뿐 아니라, 올해 세계피부과학회에서도 피부과 전문의들을 위한 특별 심포지엄에서 발표되었을 정도로 중대한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피부 친화력이 뛰어난 성분으로 표피층을 통과해 진피층까지 침투하는 자가 추진력이 있어 피부 세포 재생과정을 촉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마치 스케일링한 듯 피붓결이 매끄러워지고 모공의 크기가 완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눈에 띄는 희귀 성분도 있다. 이는 대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오지나 산맥에서 채취한 성분들인데 10년은 기본, 수십 년간의 연구 기간은 필수다. 희귀 성분이라는 특성상 채취되는 수량도 적을 뿐 아니라 공정 과정 또한 굉장히 까다롭기에 대부분 고가의 프레스티지 라인에서 사용하고 있다. 뛰어난 안티에이징 효과로 피부 세포의 수명을 연장하는 샤넬 수블리마지의 골든 플라워와 겔랑의 오키드 임페리얼 분자 추출물이 대표적이다. 특히 겔랑은 무려 3만 가지나 되는 오키드 중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세 종을 선별해 피부의 여섯 가지 핵심 장수 메커니즘에 작용하고 세포의 생체 시계를 되돌리는 분자 추출물을 탄생시켰고, 꾸준히 새로운 오키드종을 개발해 더 향상된 성분의 오키드 라인을 선보인다.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받은 합성 화학 성분

독특한 성분이 인기를 끈다고 해서 AHA,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 기존의 합성 화학 성분을 무시 할 수는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입증된 효과와 안정성으로 이미 코즈메틱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성분이기 때문. ‘수분 저장고’라 일컬어지는 히알루론산과 글리세린은 이미 수많은 보습제에 사용되고 있으며 콜라겐, 엘라스틴, 아데노신 또한 탄력,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는 안티에이징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폴라 초이스의 대표 성분으로 활용되고 있는 AHA와 BHA는 각질 제거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클렌저, 각질 제거제, 여드름 피부를 위한 아크네스 라인에 사용한다. 이는 죽은 외피를 제거함으로써 피부 조직과 피부색을 개선시킬 뿐 아니라, 모공을 관리해 보습 성분이 피부에 더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브랜드의 기술력을 더한 자연 성분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원료지만 브랜드만의 기술력을 접목해 보다 최상의 효과를 내는 성분도 있다. 설화수 자음생 진본유에 함유된 인삼 종자유는 피부 방어 물질의 분비를 원활히 해 피부 노화 현상의 시작이 되는 피부 트러블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에 따른 피부 산화를 막는 동백유, 헐거워진 피부 최외층을 탄탄하게 해 피부를 보호하는 마유가 함유되어 오래도록 깊은 촉촉함이 살아 있는 피부로 가꾸어준다. 나스는 풍부한 수분과 자양 성분을 함유한 복숭아와 흰 백합 씨, 구근 추출물을 글리세린으로 응고시켜 피부에 최상의 수분을 공급하는 크림을 출시했다. 여기에 홍조를 완화하고 피부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알로에와 피부에 생기와 탄력을 더해주는 오렌지 오일을 함유해 지친 피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비오템은 면역력 향상, 강력한 항산화 효과, 피부 트러블과 염증 완화에 효과적인 브로콜리를 가장 안정화된 상태에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농축한 파우더 형태로 사용해 그 효과를 극대화했다. 디올은 이켐 포도 덩굴의 수액에 함유된 미아베놀 C 성분을 담아 피부 노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최고 54%까지 컨트롤해 노화 증상을 완화하는 고농축 기능성 세럼인 로드비 르 세럼을 선보였다. 수액 성분을 고스란히 보존하기 위해 11개 분자 성분을 무려 17단계를 거쳐 농축시켜 뛰어난 항산화 기능과 재생력을 자랑한다. 이렇듯 화장품의 성분은 제품의 효능과 피부 타입에따른 친화력을 결정짓는다. 각기 다른 브랜드의 화장품이라도 과거 피부 트러블을 유발했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면 역시 피부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화장품의 성분은 가격을 결정 짓는 요소일 뿐 아니라 브랜드의 테크놀로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에, 자신이 선택한 화장품의 성분이 지불한 가격에 합당한지 확인하는 기준이 된다. 과대 광고에 현혹되기보다는 화장품 뒷면에 적혀 있는 성분만 꼼꼼히 확인해도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 합리적인 가격의 화장품을 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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