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브랜드라 손꼽히는 디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선보이는, 다시 보기 어려운 진귀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펼쳐졌다. 무슈 디올의 모든 영감이 담긴 오리지널 의상과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 거대하게 재현된 향수와 메이크업 컬렉션까지 크리스챤 디올의 모든 것을 담은 디올 헤리티지 전시회.
우리는 훌륭한 명품 브랜드를 많이 알고, 소비하고 있지만 그 실체와 마주할 기회는 적다. 대부분 브랜드의 핵심 요소는 유럽과 같은 본고장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모든 것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카이브도, 시대를 풍미한 상징적인 의상도 너무 멀리 있기에 멈춰 있는 사진, 화면으로 전해지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뿐이다. 이러한 국내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채우고, 진정한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난 11월 갤러리아백화점의 외부 전시장에서 디올의 헤리티지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백화점 입구에 초대형 디올 기프트 박스형 전시장을 설치해 디올 하우스의 위대한 유산과 예술적 감성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 것. 특히 이번 전시는 디올만이 가진 화려함 그 자체인 오트 쿠튀르 드레스와 영화와 설치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진 전설적인 작업실인 파리의 몽테뉴 애버뉴와 서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화제가 된 점은 무슈 디올의 오리지널 의상 실물을 전시했다는 것이다. 1940년대, 전쟁에 지친 모든 유럽 여성들에게 여성의 정체성을 다시 찾게 해준, 패션의 한 획을 그은 무슈 디올이 1947년에 선보인 첫 번째 컬렉션인 뉴 룩(New Look)의 블랙 플레어스커트와 밝은 회색 재킷 이외에도 1948년 S/S 컬렉션 애프터눈 드레스 코코떼(Cocotte), 1956년 F/W 컬렉션인 실크와 새틴의 미니 레드 드레스 코티용(Cotillon)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또 현대의 살아 있는 전설인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갈리아노의 오트 쿠튀르 전시 드레스도 함께해 화려함을 더했다. 토털 브랜드인 디올의 모든 것을 담은 이번 전시회에는 패션뿐 아니라 주얼리, 화장품을 재해석한 작품이 전시되어 주목을 받았다. 디올의 절대적인 여성성을 상징하며 우아하고 기다란 실루엣과 가장 여성스러운 향이 특징인, 1999년에 탄생한 쟈도르 향수, 1947년부터 오트 쿠튀르 컬렉션, 실내 장식, 건축, 액세서리 등 모든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디올 고유의 까나쥬 패턴이 들어간 디올의 콤팩트가 거대하게 다시 태어났다. 오트 쿠튀르와 맞춤 테일러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탁월함과 기술을 상징하고, 메종 디올 아틀리에에 있는 것과 동일한 2개의 반신상은 디올의 쿠튀르 정신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디올 하우스의 대표적 아이콘이며 60년 이상의 역사가 담겨 있는 퐁탕쥐 리본을 위에 얹은 메달리온은 따라 할 수 없는 디올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한다. 여기에 크리스챤 디올과 존 갈리아노가 남긴 명언과 중요한 순간들이 담긴 책이 함께 전시되어 디올만의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느낌을 더욱 배가시켰다. 이러한 대규모 전시는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의미 깊은 시도이다. 과거를 반영해 미래를 설계하려는 크리스챤 디올의 노력은 브랜드의 미래를 더욱 밝게 비추는 등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