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의 고귀한 보석이자 시민과 컬렉터의 뮤지엄 kunstmuseum B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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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 2017

에디터 배미진(바젤 현지 취재)

스위스 바젤은 박람회의 도시이자 인구당 뮤지엄 수(인구 1만 명당 뮤지엄 1곳)가 가장 많은 예술 도시다. 바젤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이 도시의 수준 높은 예술성을 상징하는 드라마틱한 장소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미술관인 이곳은 지난해 기존 미술관에 현대관을 추가로 개관하며 세계 예술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번에 취재를 하며 가장 많이 언급된 이야기는 정책과 행정 원칙에 기반한 시민을 위한 박물관이라는 설명이었다. 아직 정부 주도의 예술 사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국내 실정에서는 매우 부러운 이야기다.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디렉터 요제프 헬펜슈타인이 오직 <스타일 조선일보-바젤월드 스페셜 에디션 2017>을 위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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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공공 아트 전시장, 쿤스트뮤지엄 바젤
쿤스트뮤지엄 바젤(Kunstmuseum Basel)은 스위스 박람회와 예술을 상징하는 도시인 바젤의 자부심이고 세계적인 박물관 사이에서 떠오르는 샛별 같은 존재다. 오래도록 수집해온 진귀한 소장품들의 가치 덕분에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4천여 개의 페인팅, 조각품, 설치미술, 비디오와 더불어 7세기에 걸친 30만 점의 그림과 프린트를 소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6년 봄, 메인 빌딩 건너편에 새롭게 확장한 쿤스트뮤지엄 바젤 현대관이 완공되며 이제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3개의 뮤지엄(The Kunstmuseum Basel Hauptbau, The Kunstmuseum Basel Gegenwart, The Kunstmuseum Basel Neubau)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새롭게 개관한 이 멋진 빌딩과 쿤스트뮤지엄 바젤 전반을 취재하는 것은 <스타일 조선일보>의 바젤 스페셜 에디션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도 했다. 차원이 다른 예술적 가치를 지켜가는 바젤이라는 도시의 역사성이 바젤월드 스페셜 에디션의 주제가 되는 시계 박람회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미술관의 역사는 매우 독특한데, 1661년 법률학자 바실리우스 아머바흐(Basilius Amerbach)의 수집품이 암스테르담에 팔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젤 시에서 캠페인을 통해 9천 탈러(유럽에서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통용된 은화)를 모금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액수의 1/3은 바젤 도시 기금에서, 나머지는 바젤 대학교에서 지원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이 세계 최초의 퍼블릭 아트 컬렉션은 바젤이 지금까지 예술적인 도시로 남게 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에도 이어져 1967년 쿤스트뮤지엄 바젤이 2개의 피카소 메이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과의 합의하에 공채 6백만 스위스프랑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때 바젤 유권자의 54%가 이 ‘예술적 지출’에 동의한 것은 미술계에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게다가 바이엘러를 포함해 이름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개인 컬렉터들의 헌신은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컬렉션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아트 컬렉션, 높은 가격의 대여 작품으로 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듯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바젤이라는 작은 도시로 하여금 예술계를 이끌수 있도록 했고, 유럽의 어떤 커뮤니티에도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시민 뮤지엄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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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예술의 상호작용, 현대 미술로 도약하다
지난 2014년 아트 뮤지엄이 현대관 공사로 인해 1년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시민들은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젤 시민들에게 이 뮤지엄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이며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젤 시민들은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컬렉션을 지지하고, 뮤지엄이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뮤지엄을 위한 공간을 만들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동감을 불어넣어주었다. 이러한 도시적 배경 속에서 현대미술을 위한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새로운 빌딩은 2016년 완공되어 스위스 박물관 지형에 센세이션을 불러왔고, 동시에 건축적으로도 도시 주거지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5명의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들이 익명으로 펼친 경쟁을 뚫고 참여해 완성한 현대미술관은 바젤이 뮤지엄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건축의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현대관 건축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 되었던 주제는 새로운 건물이 도시 구조와 잘 맞아떨어지고, 기존 미술관 건물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빌딩의 인테리어에 사용한 소재도 메인 빌딩과 미묘한 유사성을 띤다. 이 두 빌딩은 지하로 이어져 있는데, 지하를 연결하는 공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작업이었지만, 유기적인 흐름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이 새로운 빌딩은 그 어떤 상업적인 목적 없이 예술품을 잘 보존하고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하며, 예술의 역사를 이어나가기 위해 계획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이 상업화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러한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순수한 투자와 집중은 스위스 예술, 혹은 유럽 예술의 발전에 더욱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새로운 빌딩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발간한 도록 <Kunstmuseum Basel-New Building> 서문에서 쿤스트뮤지엄 바젤, 혹은 뮤지엄이 수행해야 할 현대적 기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방문객들은 그들이 경험하고 싶었던 것, 즉 통찰력과 감동, 혹은 자극을 얻기 위해 예술품을 보러 옵니다. 이는 집중과 고요함이 가능한 공간과 시간적 여유, 분위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지요.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고 다양한 여가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관점과 놀라운 전희,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것, 창조적인 대화를 위한 오픈 마인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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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 Josef Helfenstein
쿤스트뮤지엄의 디렉터 요제프 헬펜슈타인이 <스타일 조선일보-바젤월드 스페셜 에디션 2017>과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가치와 3개의 뮤지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들려주었다.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예술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며, 대중과 우리의 ‘보석’을 공유하도록 정부에서 부여한 공식적인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Q1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새로운 빌딩을 세우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나? 쿤스트뮤지엄 바젤 현대관(Kunstmuseum Basel Neubau)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지었고, 지난 2016년 봄, 공식적으로 오픈했습니다. 새로운 건물에 들어간 예산은 1억 스위스프랑(한화 1천1백40억 8천9백만원)으로 예산의 절반은 공금이고, 나머지 5천 스위스프랑은 로렌츠 재단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힘들고 큰 프로젝트였지만, 이에 비해 2배의 예산이 드는 취리히 미술관 건물을 생각하면 비용은 높지 않습니다. 새로운 빌딩을 지은 이유는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지닌 컬렉션을 꾸준히 보여주고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었어요. 기존 쿤스트뮤지엄 바젤에서 스페셜 전시를 할 때마다 컬렉션의 일부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이는 대중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건물을 건축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러한 스페셜 전시가 열리는 동안 기존 메인 빌딩의 작품을 그대로 유지하게 하고, 전시는 전시대로 개최할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Q2 미니멀한 건축 구조가 인상적인데, 이 건축물의 형태가 지닌 의도가 무엇인가? 또 어떻게 건축가를 선정했는지 궁금하다. 바젤슈타트 주에서 익명으로 건축가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경쟁에서 건축가 크리스트와 간텐바인(Christ + Gantenbein)이 쿤스트뮤지엄 바젤 현대관을 지을 팀으로 선정되었죠. 다양한 국제 기업이 참여했고, 24개 스튜디오를 초대했는데, 심사위원들이 이들을 선정한 것이죠. 우리는 쿤스트뮤지엄 바젤 메인 빌딩과 쿤스트뮤지엄 바젤 현대관은 2개의 다른 빌딩이 아닌 하나의 빌딩으로 생각합니다. 현대관은 메인 빌딩의 확장 판이고, 입구 역시 같은 곳을 사용합니다. 이 빌딩 둘 다 모두 지하 통로로 이어져 있지요. 새로운 건물의 다양한 요소는 건너편에 있는 오래된 건물의 건축적인 표현 양식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두 건축물의 ‘대화’는 건물 중심에 위치한 원형 천공 아래 놓인 거대한 계단, 로비와 계단에 있는 거친 스크랩 회반죽, 벽돌로 이루어진 건물 정면의 미묘한 색깔을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Q3 건물마다 어떤 기준으로 큐레이팅을 하는지 궁금하다. 건물마다 예술 작품과 전시를 선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쿤스트뮤지엄 바젤 현대관은 1960년 이후 컬렉션 작품의 스페셜 전시와 프레젠테이션을 개최하기 위해 지었습니다. 메인 빌딩에서는 14~20세기 작품, 컨템퍼러리 전시, 카쿠프페르슈티흐비네트 박물관의 컬렉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쿤스트뮤지엄 게겐바르트는 1980년에 에마누엘 호프만 재단과 쿤스트뮤지엄 바젤에서 소유한 컬렉션의 현대 아트를 위해 만들었지요. 전시하는 예술품과 주제, 목적, 콘셉트에 따라 각기 차별화된 큐레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Q4 앞으로 새로운 박물관에서 선보일 특별한 전시와 행사가 있는지? 우리는 현재 새로운 건물에서 <Hola Prado>라는 전시를 선보이는데,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의 오래된 마스터 페인팅과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작품 사이에 매력적인 대화를 제안합니다. 6월에는 2개의 쇼를 더 오픈하는데, 하나는 세잔(Ce´zanne)의 작품 전시이고, 다른 하나는 오토 프로인들리히(Otto Freundlich)의 회고전입니다. 9월에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초기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샘 길리엄(Sam Gilliam),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안드레아 로센(Andrea Rosen)을 포함해 중요도가 높은 생존 작가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Q5 스위스가 작지만 강한 국가이듯 바젤 역시 작지만 다양한 박람회를 위해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박물관들이 집결되어 있는 도시에서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1661년에 지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박물관이라는 것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역사적인 도시 바젤의 중심에 있고, 모든 유럽의 중심이자 도시의 문화를 강하게 담고 있습니다. 또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컬렉션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컬렉션 중 하나라는 것도 큰 역할 중 하나죠. 뮤지엄 자체가 바젤슈타트 주 소속이고, 장기 대여를 통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개인 컬렉션까지 선보이는 등 독특한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교육적 기관으로 여겨집니다. 예술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며, 대중과 우리의 ‘보석’을 공유하도록 정부에서 부여한 고유의 권한이 있기에 바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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