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 2013
에디터 배미진
20세기 미국 문학 최고의 걸작이라 불리는 <위대한 개츠비>와 세기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만났다. 이탈리아를 넘어서, 패션 그 자체를 상징하는 프라다가 사치스럽고 방탕했던 20세기 미국 상류 사회의 절정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로 수놓았다.
1, 5, 6 미우치아 프라다가 직접 디자인한
2 벨벳 소재 드레스. 시퀸 장식과 글라스 스톤 소재의 프린지로 장식했다.
3 여주인공 캐리 멀리건을 위해 디자인한 드레스의 스케치로, 시대적 배경을 재해석해 연출했다. 작은 메탈 링으로 짜인 그물에 크리스털 드롭을 샹들리에 스타일로 장식했다. 4 가는 목을 돋보이게 하는 홀터넥 드레스. 블랙 실크와 튤을 섬세하게 사용해 영화의 주요 장면인 파티의 화려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드레스다.
프라다를 입은 위대한 개츠비
영원히 변주되는 세기의 테마가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역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화려한 시절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로버트 레드퍼드와 미아 패로가 주연한 <위대한 개츠비>가 추억 속에 각인되어 있지만, 이제 현대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개츠비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바즈 루어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개츠비는 어떨까. 여기에 미우치아 프라다가 의상을 디자인한다면? 마치 꿈같이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오는 5월 개봉하는 2013년판 <위대한 개츠비>는 이 모든 신화를 현실화했다. 그 까다로운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 영화의 의상을 만든 결정적 이유는 바즈 루어만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프라다는 이미 17년 전인 1996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처음으로 바즈 루어만 감독과 성공적으로 컬래버레이션했고, 바즈 루어만 감독은 201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미우치아 프라다와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불가능한 대화> 전시회에서 전시를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러한 감독과의 인연으로 미우치아 프라다는 유명한 커스튬 디자이너인 캐서린 마틴과 컬래버레이션해 미우미우와 프라다의 칵테일 드레스, 이브닝 드레스 40여 벌을 비스포크 컬렉션(맞춤 제작)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과거의 모든 아름다운 판타지를 담다
영화에서 선보이는 모든 의상은 최근 20여 년 동안 프라다와 미우미우의 런웨이 룩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디자이너의 지난 세월을 재해석한 새로운 아카이브라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의상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미국의 재즈 시대(Jazz Age)라 불리는 독특한 시대적 배경을 표현하기 위한 결정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원작자인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정의한 재즈 시대는 1920년대 경제성장에 따라 유례 없는 번영을 누린 미국 사회,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대신 도덕성이 결여된 백만장자들이 넘치는 사치스러운 사회상을 반영하는 중요한 미장센이기 때문이다. 여자 주인공인 데이지(캐리 멀리건)가 착용한 수많은 드레스는 그 시절 호사스러움을 그대로 반영한다. 1920년대의 향수를 풍기면서, 흐르는 듯한 실루엣이 몸을 조이지는 않지만 슬림해 보이는 젊은 여성들의 의상을 선보인다. 빛나는 실크 가운에 크리스털과 시퀸 임브로더리 장식, 벨벳, 모피, 찰랑이는 술 장식까지, 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장식한 화려한 의상부터 동화같이 화려한 개츠비의 저택에 어울리는 화려한 드레스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특권층을 갈망하는 계층과 부유한 롱아일랜드의 아이비리그 룩, 그리고 유러피언 글래머 스타일의 양분화된 스타일이 공존하며 세련미와 퇴폐적인 매력이 넘치는 것을 표현했습니다”라고 영화의 전체 커스튬을 디자인한 캐서린 마틴은 이야기한다. 바즈 루어만 감독과 미우치아 프라다는 역사 속에 숨겨진 매력적인 요소들을 찾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즐기는데, 이러한 공통의 관심사가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만나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The Great Gatsby”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