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04, 2026
에디터 ㅣ 김하얀(제네바 현지 취재)
지난 4월 14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 원더스 2026은 올해 워치메이킹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무대였다. 약 66개의 브랜드가 참여한 이번 박람회는 각 메종의 미학과 기술력을 반영한 독립 부스에서 새로운 컬렉션과 향후 비전을 공개하며, 제네바 전역을 거대한 워치 플랫폼으로 변신시켰다. 신제품 공개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철학과 기술적 진보, 그리고 동시대 워치메이킹이 지향하는 가치가 교차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소재 혁신과 컴플리케이션의 진화 등 오늘날 럭셔리 워치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입체적으로 제시한 이번 워치스 & 원더스 현장을 <스타일 조선일보>가 직접 취재했다.
워치스 & 원더스 2026은 신제품 발표의 장을 넘어 오늘날 워치메이킹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역대 최대 규모인 66개 브랜드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높은 관심과 활발한 현장 분위기, 젊은 세대 컬렉터들의 적극적인 유입까지 더해지며 워치스 & 원더스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워치 행사로 자리매김했음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대표적인 스위스 워치메이킹 메종인 오데마 피게의 참여는 행사의 상징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시계 축제에 활기를 더했다. 몽트뢰 재즈 클럽과의 협업을 비롯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기존 시계 전시의 형식을 벗어나 문화적 경험과 라이프스타일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전시 유형을 제시했고, 이는 제네바가 세계 시계 산업의 중심지로서 지닌 위상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혁신과 전통의 계승이라는 가치 역시 행사 전반을 관통하며 동시대 워치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하는 상징적 장으로 기능한 것이다.
올해는 기념비적인 해를 맞은 브랜드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롤렉스는 오이스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신작을 공개했고, 파텍필립 역시 아이코닉한 노틸러스 탄생 50주년을 맞아 역대 최다 규모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쇼파드는 매뉴팩처 플뢰리에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L.U.C 컬렉션을 전개했으며, IWC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와의 파트너십 20주년을 기념한 파일럿 워치 어린 왕자 에디션으로 브랜드의 서사를 이어갔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올해의 워치 트렌드 전반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 과거의 상징적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브랜드 탄생의 뿌리를 찾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고유의 디자인 DNA를 기반으로 새로운 라인을 구축하는 등 헤리티지를 탐색하는 흐름이 두드러진 것이다. 까르띠에 역시 과거 파리 컬렉션을 재해석해 탄생시킨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튜더와 파네라이는 초기 다이버 워치에서 출발한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비례와 구조 안에서 재정비하며 메종의 정체성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데 집중했다.
시각적 흐름 또한 분명했다. 블루 다이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가장 강력한 컬러 코드로 자리하며 주요 메종 전반에 폭넓게 활용되었는데, 쇼파드와 피아제, 오데마 피게, 에르메스, 튜더 등은 선레이 브러싱과 그레인드 텍스처, 샌드 블라스트, 래커 레이어 등 다양한 마감 기법을 통해 각기 다른 결의 블루를 구현하며 개성을 뽐냈다. 컬러 면에서 블루가 대세였다면 다이얼 표현 방식에서는 스켈레톤 워치가 다수 등장했다. 에르메스는 대표 컬렉션 아쏘, H08을 스켈레톤으로 선보였으며, 위블로, 까르띠에도 자사 무브먼트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스켈레톤 워치를 출시했다. 소재 측면에서는 티타늄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경량성과 특유의 질감을 바탕으로 태그호이어 모나코 같은 스포츠 워치뿐 아니라 바쉐론 콘스탄틴과 불가리처럼 티타늄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던 워치 메종의 모델에도 적극 활용됐다. 특히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는 총 10개 모델에 티타늄을 적용하며 초박형 워치메이킹의 기술적 정점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있다. 케이스 사이즈나 브레이슬릿에서는 좀 더 편안한 착용감과 알맞은 비율을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까르띠에 산토스-뒤몽 컬렉션은 유연한 메탈 브레이슬릿을 추가해 훨씬 가볍고 손목에 부드럽게 감기는 착용감을 완성했으며, 예거 르쿨트르는 고성능 무브먼트와 인체 공학적 설계의 브레이슬릿을 결합한 일체형 브레이슬릿의 마스터 컨트롤 크로노미터를 처음 선보이며 현대적 기준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워치를 제시했다.
스포츠 워치의 변화 또한 인상적이었다. 과거 툴워치 중심의 기능적 접근에서 벗어나 슬림한 프로포션과 유려한 케이스 라인, 통합형 브레이슬릿 구조를 바탕으로 일상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와 드레스 워치의 경계 역시 한층 유연해졌다. 스포츠와 모터 레이싱 선수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신작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줬다. 레이싱 DNA를 핵심 정체성으로 삼아온 태그호이어는 한층 더 얇고 가벼워진 모나코를 선보였으며,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 협업한 H. 모저앤씨 워치는 모던한 감각과 편안한 착용감을 강조했다. 그리고 스포츠 스타와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온 위블로는 2명의 스포츠 스타와 함께한 새로운 빅뱅 리로디드 컬렉션을 공개하며 스포츠 워치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현장에 초청된 유명 F1 레이서와 스포츠 스타의 존재감이 더해지며 과거부터 이어져온 스포츠와 워치의 긴밀한 관계, 그리고 그들이 공유해온 문화가 더욱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층적 문화 공간, 팔렉스포
행사장인 팔렉스포 안팎에서는 장인 기술 시연과 교육 프로그램 등 체험형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강화해 관람객에게 보다 깊은 몰입감을 제공했다. 제네바 시내에 조성된 워치메이킹 빌리지는 대중 참여형 공간으로 운영되며 도시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물들였고, 전통적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목요일 밤 오프닝 이벤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몰리며 제네바는 그 자체로 거대한 워치메이킹 무대로 변모했다. 올해 역시 팔렉스포에는 세계적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행사 전반에 활기를 더했다. 피아제는 작년에 이어 글로벌 앰배서더인 배우 전지현을 초청해 메종이 추구하는 우아함과 워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올해는 유독 F1 레이서들의 방문이 많았는데, 튜더 부스에는 레이싱 불스 드라이버 아비드 린드블라드가 참석해 신제품을 직접 소개하며 관람객과 소통했고, IWC 부스에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소속 조지 러셀이 세계적인 스키 선수 아일린 구와 함께 방문해 열기를 더했다. 그뿐 아니라 작년부터 몸집을 키우고 있는 H. 모저앤씨의 부스에는 현 F1 알파인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 피에르 가슬리가 방문해 많은 방문객을 불러모았다. 브랜드의 탄생과 역사적 뿌리를 탐구하고 이를 재해석한 신제품 워치가 많았던 올해답게 많은 메종은 신제품 발표를 넘어 각자의 유산과 장인 정신, 그리고 창의적인 디자인 세계를 입체적으로 연출한 공간으로 부스를 꾸몄다. 예거 르쿨트르는 워치메이킹이 시작된 곳이자 메종이 탄생한 쥐라산맥으로 돌아갔다. 발명 정신에서 영감받은 겨울 숲 콘셉트로 부스를 구성했으며, 발레 드 주 초기 정착민을 상징하는 장인들이 현장에 참여한 가운데 약 4m 높이의 소나무 얼음 조형물을 중심으로 3개 층에 걸친 몰입형 전시를 완성했다. 오데마 피게는 새로 오픈한 매뉴팩처에서 선보인 대규모 전시를 그대로 재현했다. 전시에서는 오데마 피게의 역사부터 현재까지 선보인 제품과 각종 헤리티지 피스를 선보였으며, 인그레이빙과 에나멜링 등 전통 공예 시연과 무브먼트 제작 과정 등을 재현하는 공간까지, 다양한 연출을 통해 공방의 작업 방식과 브랜드 세계관을 보다 풍부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다층적인 콘텐츠를 품은 워치스 & 원더스 2026은 단순한 산업 박람회가 아닌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경험의 장으로 확장됐으며, 동시에 세계 워치메이킹의 중심지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1 IWC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데이 & 나이트 어린 왕자 에디션.
2 제네바 도시 곳곳에서 박람회를 상징하는 깃발을 찾아볼 수 있었다.
3 실제 레이스카를 전시한 태그호이어 부스.
4, 10 열기구를 연상시키는 H. 모저앤씨 부스에서 레이서 피에르 가슬리가 신제품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5 유연한 메탈 브레이슬릿으로 업그레이드 된 옐로 골드에 실버 새틴 피니싱 다이얼을 매치한 까르띠에 산토스-뒤몽 워치.
6 약 6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워치스 & 원더스 2026.
7 IWC 부스를 방문한 레이서 조지 러셀.
8 예거 르쿨트르는 약 4m 높이의 소나무 얼음 조형물을 중심으로 한 3개 층의 몰입형 전시를 완성했다.
9 신작 소개와 함께 혁신적인 소재와 기술, 장인 정신을 등을 보여준 오데마 피게.
11 피아제 부스를 찾은 전지현은 이날 스윙잉 페블즈 네크리스 등을 착용해 현장을 빛냈다.
2 제네바 도시 곳곳에서 박람회를 상징하는 깃발을 찾아볼 수 있었다.
3 실제 레이스카를 전시한 태그호이어 부스.
4, 10 열기구를 연상시키는 H. 모저앤씨 부스에서 레이서 피에르 가슬리가 신제품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5 유연한 메탈 브레이슬릿으로 업그레이드 된 옐로 골드에 실버 새틴 피니싱 다이얼을 매치한 까르띠에 산토스-뒤몽 워치.
6 약 6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워치스 & 원더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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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예거 르쿨트르는 약 4m 높이의 소나무 얼음 조형물을 중심으로 한 3개 층의 몰입형 전시를 완성했다.
9 신작 소개와 함께 혁신적인 소재와 기술, 장인 정신을 등을 보여준 오데마 피게.
11 피아제 부스를 찾은 전지현은 이날 스윙잉 페블즈 네크리스 등을 착용해 현장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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