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acy of Crea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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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7, 2026

에디터 성정민

1백68년 전, 내로라하는 하이엔드 주얼리 쿠튀르 하우스들 사이에서 유독 독창적인 시선과 감각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인물, 프레데릭 부쉐론. 방돔 광장에 최초로 부티크를 열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는 록 크리스털처럼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소재를 과감히 도입하고, 퀘스천마크 네크리스 같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주얼리의 미학을 확장했다. 이러한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부쉐론만의 철학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가는 CEO 엘렌 풀리-뒤켄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 그들의 시선을 통해, 부쉐론은 여전히 시대를 앞서가는 하이 주얼리 메종으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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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돔 광장에 부티크를 연 첫 주얼러
19세기 후반 대규모 도시 현대화 사업으로 곳곳에 대형 백화점이 문을 열며 하이엔드 주얼리·쿠튀르 하우스가 모여들던 파리.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조용한 주거 지역으로 남아 있던 파리 방돔 광장의 진가를 알아본 이가 있었다. 바로 1백6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이엔드 주얼리 메종 부쉐론을 창립한 프레데릭 부쉐론이다. 1858년 팔레-루아얄(Palais-Royal)의 아케이드에 첫 부티크를 연 그는 1893년, 내로라하는 타 주얼리 메종과 달리 최초로 방돔 광장 26번지 오텔 드 노세(Hôtel de Nocé)에 새로운 부티크를 오픈했다. 다른 이들이 방돔 광장을 한적하고 황량한 곳으로 생각할 때, 프레데릭 부쉐론만이 진가를 알아본 것. 방돔 광장은 당시 튈르리 정원으로 산책을 가는 패셔너블한 여성들이 반드시 지나쳐 가는 길목이었으며, 웅장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장소였다. 특히 건물 모서리에 위치한 오텔 드 노세는 하루 종일 햇빛을 받아 쇼윈도 속 보석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눈부시게 반짝이는 장소였다. 이러한 그의 선구적 선택은 몇 년 후인 1898년, 근처 15번지에 리츠(Ritz) 호텔이 문을 열면서 완전히 입증되었다. 이후 다른 명성 높은 주얼러들도 입점하기 시작해, 방돔 광장은 세계가 인정하는 하이 주얼러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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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얼리 제작 방식 도입
이처럼 프레데릭 부쉐론은 언제나 기존 관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인물이다. 그는 그 당시부터 금과 목재, 록 크리스털, 에나멜 등 예상치 못한 소재를 결합해 주얼리업계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뒤흔들었다. 또 패브릭을 디자인에 활용하거나 어깨에 착용하는 주얼리 등 새로운 착용 방식의 주얼리를 제시했다. 1879년에는 세계 최초의 클래스프(잠금장치) 없는 네크리스, ‘포앵 데 테로가시옹(Point d’Interrogation, 퀘스천마크 네크리스)’을 선보였으며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대상을 포함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이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는 쉽게 목에 둘러 착용할 수 있어 주얼리를 착용하기 위해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했던 시대에 여성 혼자 착용할 수 있었다. 즉 옷과 주얼리가 여성의 몸을 구속하던 시대에 그들을 자유롭게 하는 혁신적 디자인으로 평가받은 것. 프레데릭 부쉐론은 이처럼 시대를 뛰어넘는 시각과 대담한 창의성으로 주얼리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으며, 그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부쉐론 메종의 핵심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


부쉐론 주얼리 창작의 뿌리
부쉐론은 대담하고 미래지향적인 행보를 이어오면서도 메종의 유산을 매우 소중히 여기며 이를 새로운 주얼리 창작에 반영한다. 오텔 드 노세에는 특별 주문 기록은 물론 재고 장부, 사진, 만국박람회 관련 문서, 구아슈 페인팅, 드로잉 등 200m가 넘는 분량의 아카이브가 체계적으로 보관되어 있으며, 이는 메종의 뛰어난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살아 있는 자산이다. 부쉐론은 2019년 종이 문서 아카이브의 디지털화를 완료하고, 메종의 네 가지 핵심 창작 기둥인 쿠튀르, 혁신, 건축, 자연을 대표하는 과거 작품 8백여 점도 한자리에 모아 보존하고 있다. 이 방대한 아카이브 컬렉션은 부쉐론이 걸어온 길을 증명하는 동시에 미래의 창작을 위한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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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창작을 위한 영감의 원천
부쉐론 주얼리 창작의 원천 중 첫 번째 기둥은 ‘쿠튀르’다. 직물상 집안에서 성장한 프레데릭 부쉐론은 금과 귀한 젬스톤을 활용해 옷감의 볼륨, 질감, 유연함, 그리고 자연스러운 드레이프를 주얼리로 구현하고자 했다. 메종의 아카이브에는 리본, 메시, 매듭 장식, 태슬, 레이스 등 다양한 쿠튀르 모티브를 풍부하게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부쉐론 장인들의 탁월한 기교와 노하우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두 번째 원천은 ‘혁신’이다. 혁신은 부쉐론 DNA에 깊이 자리한 가치로 메종은 하이 주얼리의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늘 새로운 소재와 획기적인 기술을 탐구하며 과감하게 실험해왔다. 기존의 관념과 방식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접근을 통해 부쉐론은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컬렉션처럼 무엇이 진정한 ‘귀함’인가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쓰는 특별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세 번째는 ‘건축적 영감’이다. 메종의 팔각 로고부터 주얼리 디자인에는 방돔 광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형태가 담겨 있다. 이는 에메랄드 컷으로 재해석되어 부쉐론의 상징적인 요소로 남았다. 그뿐 아니라 파리 건축물의 선명하고 그래픽적인 라인이 담겨 있으며, 주얼러의 본질을 우아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오마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쉐론이 창작에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 핵심 요소는 ‘자연’이다. 자연은 끝없는 영감의 원천으로 특히 프레데릭 부쉐론은 이를 누구보다 깊이 관찰하며 살아 숨 쉬는 모습 그대로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철학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부쉐론의 장인들은 자연의 가장 작은 디테일과 미세한 불완전함까지 정교하게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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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진열 방식의 혁신
프레데릭 부쉐론은 주얼리 디자인뿐 아니라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에서도 혁신적이었다. 당시 주얼러들은 주얼리를 평평하게 진열하거나 진열장 안에 놓는 방식으로 진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벨벳으로 감싼 패널에 주얼리를 세로로 걸어 전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지나가던 여성들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부쉐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다. 이러한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정신은 오늘날에도 방돔 광장 26번지에서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는 부쉐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장인들의 손에서 작품이 완성되는 공방, 그리고 메종의 역사적 아카이브와 프라이빗 아파트가 자리한다. 이 전설적인 건물은 단순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넘어 부쉐론의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어준다. 1858년 메종 설립 이후 계속되어온 가족적 가치와 개척 정신을 간직한 26번지는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경계를 열어온 부쉐론의 정체성을 오늘날까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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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이어지는 유산의 계승
이 모든 것은 방돔 26번지 최상층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과 CEO 엘렌 풀리-뒤켄(Hélène Poulit-Duquesne)의 지휘 아래 이뤄진다. 이들 역시 프레데릭 부쉐론의 영감의 원천과 유산을 이어받아 하이 주얼리의 경계를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으며, 그 때문에 부쉐론의 아카이브 유산은 결코 정체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진다. 메종은 이 살아 있는 유산의 연속성을 위해 대중과 공유하기도 한다. 매년 유럽 문화유산의 날(European Heritage Days)에 부쉐론은 방돔 26번지를 개방해 방문객들이 역사적 주얼리를 직접 감상하고 장인들의 노하우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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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속에 피어난 아트 피스
부쉐론의 모든 컬렉션을 이끄는 힘은 바로 창작의 자유다. 전통적인 주얼러들은 주로 젬스톤을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클레어 슈완은 하이 주얼리를 살아 있는 역동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그녀의 접근 방식은 형태의 움직임을 먼저 탐구한 후 스케치로 풀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모형을 만들어 입체적인 구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탄생한 대표 작품이 바로 2020년 7월 까르뜨 블랑슈, 콩텅플라시옹(Contemplation) 컬렉션에서 선보인 ‘누아주 앙 아프상퇴(Nuage en Apesanteur)’ 네크리스다. 클레어 슈완은 이 컬렉션을 통해 목에 걸 수 있는 하늘 조각을 선보이고자 했다. 그에 따라 이 작품은 마치 구름 같은 솜뭉치를 실제 모형으로 제작해 섬세하고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구현했다. 메종 부쉐론은 그녀의 창의적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적 노하우와 장인을 총동원했다. 클레어 슈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탐구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전통적인 하이 주얼리의 관습에서 벗어나 다이아몬드와 젬스톤에만 의지하지 않고 주얼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완전히 다른 산업군에서 사용하는 소재를 과감하게 접목한다. 때로는 우주에서 별 먼지를 포집하는 데 사용하는 위성용 소재일 수도 있고, 땅속에 묻어 처리하는 산업 폐기물일 수도 있다. 이렇듯 부쉐론과 이를 이끄는 CEO 엘렌 풀리-뒤켄은 메종의 창립 정신을 충실히 따른다. 전통적인 세트 구성 대신 새로운 착용 방식을 계속 고민하며 피스를 서로 조합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예상하지 못한 소재를 하이 주얼리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클레어 슈완만의 독창적인 접근법을 지지하고 현실화한다. 이는 1858년 설립 이후 방돔 광장에서 부쉐론이 항상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었던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바다.






Histoire de Style 이스뚜와 드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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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de Style 2024 HJ Collection, Untamed Nature
이스뚜와 드 스틸 2025 하이 주얼리 컬렉션,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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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de Style 2025 HJ Collection, Frederic Boucheron
이스뚜와 드 스틸 2025 하이 주얼리 컬렉션, 프레데릭 부쉐론




Carte Blanche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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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 Blanche 2024 HJ Collection, Or Bleu
까르뜨 블랑슈 2024 하이 주얼리 컬렉션, 오어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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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 Blanche 2025 HJ Collection, Impermanence
까르뜨 블랑슈 2025 하이 주얼리 컬렉션, 임퍼머넌스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혁신성
부쉐론의 창의적 주얼리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바로 아래층에 상주한 장인들이 있기에 가능하며, 이곳에서는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장인들의 노하우가 공유되고 확장된다. 스톤 세팅, 폴리싱, 3D 디자인, 주얼리 제작 등 하이 주얼리를 완성하는 모든 전문 분야 전문가가 한 공간에서 협업하며, 오래된 기술과 새로운 기술이 조화롭게 발전해나가고 있다. 클레어 슈완의 창의적 비전은 이 장인들을 통해 현실로 구현되며 1년에 두 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통해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매해 1월 이스뚜와 드 스틸(Histoire De Style) 컬렉션은 부쉐론 아카이브에 클레어 슈완의 컨템퍼러리 비전을 더해 완성하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며, 매해 7월 론칭하는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은 클레어 슈완이 선택한 테마를 통해 고유의 혁신과 창의성을 표현하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해 9월 특별한 이노베이션 캡슐(Innovation Capsule) 컬렉션을 선보이며 클레어 슈완의 크리에이티브함을 통해 메종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더욱 높여나가고 있다. 이 끊임없는 창의성과 영감의 원천이 무엇인지, 앞으로 메종 부쉐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문의 080-822-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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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부쉐론 CEO 엘렌 풀리-뒤켄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



interview
엘렌 풀리-뒤켄
(Hélène Poulit-Duquesne, 부쉐론 CEO)


방돔 광장에서 보기 드문 여성 CEO인 그녀는 2015년부터 메종 부쉐론을 이끌고 있다. 그녀의 지휘 아래 메종은 부쉐론 특유의 패밀리 스피릿을 유지하면서도 확립된 기준에서 벗어나 급속한 확장을 경험하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금도 밝고 열린 마음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메종의 장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창의적인 하이 주얼리를 추구한다.


SC(Style Chosun) 부쉐론의 주얼리는 전통적인 주얼리와 다른 패셔너블한 감성이 돋보인다.
부쉐론의 핵심 가치는 1858년 이래 줄곧 혁신과 창의성이었다. 직물 상인의 아들이었던 프레데릭 부쉐론은 주얼리를 단순히 스톤이나 장식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았다. 대신 스타일, 움직임, 실루엣, 그리고 착용하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주얼리를 바라보았다. 즉 부쉐론은 늘 주얼리 한 피스의 가치를 소재 그 자체가 아닌 주얼리가 전달하는 꿈, 창의성, 그리고 감정에서 찾는다.


SC 부쉐론은 무려 1백68년이 넘는 시간 이어져 온 오랜 주얼리 메종이다. 그 역사를 되짚어보면 창립 초기부터 주얼리 제작 방식뿐 아니라 장인들의 복지까지 매우 혁신적으로 고려해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프레데릭 부쉐론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다. 프레데릭 부쉐론은 비전 있는 주얼러임과 동시에 휴머니스트였다. 그는 장인들을 깊이 존중했고 만국박람회에서 그들의 이름을 소개해 그들의 재능이 함께 조명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부쉐론의 이러한 패밀리 스피릿은 지금도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부쉐론은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구성원 모두 공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철학은 고객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부쉐론 부티크는 거래를 위한 공간이 아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여야 하며, 이 비전은 방돔 광장 26번지가 본래 개인의 저택이었다는 역사에서 비롯된다.


SC 부쉐론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보며 이토록 한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러한 신뢰와 자율성이 가능한 이유는 역시 부쉐론 패밀리십의 연장선인가?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클레어 슈완과 내가 부쉐론을 향해 동일한 비전과 야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데릭 부쉐론의 발자취를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는 둘 다 혁신과 진보에 강하게 집착하면서도 그것은 언제나 감정과 창의성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한다. 제품 개발부터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컬렉션의 모든 측면을 함께 고민하며, 그 와중에 나의 역할은 창의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 창의성이 가장 잘 꽃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즐겁다.


SC 지금까지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나 애정이 있는 컬렉션은?
첫 번째는 2018년 이터널 플라워(Eternal Flowers) 컬렉션이다.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그 이면의 창작 여정이 이 컬렉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 컬렉션을 위해 나 역시 노르망디에 있는 정원에서 꽃을 직접 가져와 테스트에 사용하곤 했다. 두 번째는 2025년 임퍼머넌스(Impermanence) 컬렉션이다. CEO로 재직한 후 가장 깊은 울림을 준 컬렉션으로 자연에 대한 헌사이자 자연의 덧없음과 소멸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감동을 받았다. 또 단 6점의 식물 조형이 무려 28점의 하이 주얼리로 탈바꿈하는 것 역시 놀라웠다.


SC 이번에 새로운 쎄뻥 보헴 컬렉션을 출시 했다. 쎄뻥 보헴 컬렉션의 상징성과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처음 이 컬렉션을 접하는 소비자에게 단 하나의 피스를 추천한다면?
1968년에 탄생한 이 컬렉션은 시그너처인 드롭 셰이프, 비딩 테크닉, 뱀의 피부 질감을 연상시키는 조각적인 골드 세공 기술까지, 부쉐론의 정체성에 깊이 뿌리내린 노하우를 대변한다. ‘기억의 물방울’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 형태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과 깊이 공명할 수 있다. 그중 쎄뻥 보헴 링은 처음 이 컬렉션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피스다. 특히 라지 사이즈는 하나만으로도 큰 존재감을 부여한다.


SC CEO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한국 주얼리 시장과 소비자만의 특징이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한국에서 예정된 부쉐론 이벤트에 대한 힌트도 부탁한다.
한국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부쉐론의 포지셔닝을 매우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일리시하고 최첨단적인 면모, 그리고 주얼리에 대한 젠더리스한 접근 방식 등은 메종 부쉐론의 정체성과 매우 닮았다. 그렇기에 한국은 부쉐론은 물론 나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따라서 2026년 7월 파리에서 까르뜨 블랑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처음 공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한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interview
클레어 슈완
(Claire Choisne,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1년부터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해온 클레어 슈완은 프레데릭 부쉐론이 시작한 창의적 주얼러의 역사를 계승하고자 매년 자유롭게 기량을 펼쳐 보이며 귀중한 가치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는 컬렉션을 디자인한다. 스타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이면서도 메종의 유서 깊은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 이로써 탁월한 노하우와 최점단 기술을 결합해 무한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하이 주얼리를 탄생시킨다.


SC(Style Chosun) 부쉐론과 함께한 지 15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메종과 이렇게 오래 일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또 어떻게 가능했나?
15년간 부쉐론에서 일했지만 단 한번도 지루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부쉐론은 매년 나의 창의성을 무한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는 CEO 엘렌 풀리-뒤켄의 역할이 크다. 그녀는 항상 나를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도록 이끈다. 그뿐 아니라 내가 가장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한 만큼 강한 신뢰 관계를 유지한다. 더불어 프레데릭 부쉐론의 비전에도 깊이 공감한다. 그는 주얼리를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믿었고, 이는 단순히 물질적 가치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 역시 그에 동의한다. 그렇기에 그가 남긴 메종의 아카이브에 몰입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SC 많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끝없는 영감은 어디서 비롯되나?
주변 모든 세계에서 영감을 받는다. 예술, 여행,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분위기에서도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2024년 오어 블루 컬렉션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본 거칠고 강렬한 자연 풍경에서 영감받았다. 2025년 임퍼머넌스 컬렉션은 일본의 이케바나 예술처럼 특정한 예술 전통이 출발점이 되어 움직임, 감정,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했다. 때로는 코로나19처럼 더 넓은 사회적 맥락이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2022년 아이외르(Ailleurs) 컬렉션이 탄생했다.


SC 다양한 소재를 주얼리에 접목하는 점이 늘 놀랍다. 창의성과 독창성 측면에서는 큰 장점이나 고가의 주얼리에 상대적으로 덜 귀한 소재를 혼합하는 것이 고객에게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러한 시각도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특히 전통적인 하이 주얼리 분야에서는 ‘귀함’의 기준이 금과 다이아몬드 같은 소재의 희소성과 내재적 가치로 정의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전통적 기준에 도전하고 확장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귀해 보이지 않는 소재도 금이나 다이아몬드만큼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의 검은 모래, 그을린 나무, 에어로겔(aerogel) 같은 소재를 다이아몬드 주얼리에 결합할 때 더 깊은 메시지를 담는다. 진정한 희소성은 바로 이러한 감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은 주얼리에 영혼을 불어넣고, 그것은 울림을 주며, 기억에 남아 그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렇게 물질적 가치를 넘어서는 더 개인적이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전달하는 주얼리를 만들고 싶다.


SC 지금까지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거나 제작 과정에서 특별하게 느껴진 컬렉션이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컬렉션을 각기 다른 이유로 사랑하기에 정말 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2024년 오어 블루 컬렉션을 꼽고 싶다. 아이슬란드를 직접 여행할 때 본 26개의 경이로운 풍경을 담았는데, 다이아몬드 네크리스에 넣기 위해 아이슬란드의 검은 모래를 직접 가져와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제작 과정도 매우 도전적이었다. 예를 들어 카스카드(Cascade) 네크리스는 부쉐론 역사상 가장 긴 길이(148cm)를 기록했으며, 이는 디자인적으로나 장인 정신 면에서도 큰 도전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매우 강렬하고 짜릿했으며 나와 우리 팀 모두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했다.


SC 7월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공개할 예정인데, 현재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힌트를 준다면?
이 컬렉션은 약 2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매우 길고 몰입적인 과정이었다. 아직 많은 것을 밝힐 수 없지만 단 하나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지구상에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인간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며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감정과 유대를 기념하는 컬렉션이다. 인류의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될 것이다.


SC 앞으로 한국 문화에서 영감받은 하이 주얼리 또는 주얼리 컬렉션도 기대해도 될까?
K-컬처는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다. 나는 다양한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미래가 어떤 이야기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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