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04, 2026
글 고성연
바다와 소나무로 이름난 강릉의 가을, 세 번째 하슬라국제예술제가 음악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주제는 ‘사랑과 우정’.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국악과 무용, 일루션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 축제는 10월 25일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아드리앙 페뤼숑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이날 무대 ‘사랑에서 열정으로’에서 오케스트라는 드뷔시의 ‘바다’와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를 연주하고, 백건우는 직접 고른 뱅상 댕디의 ‘프랑스 산골 선율에 의한 교향곡’을 협연했다. 자연의 소리야말로 가장 근본적이고 위대한 음악이라고 말해온 피아니스트의 선곡과 담백한 연주는 축제의 마지막을 더욱 뜻깊게 했다. 공연 전날 밤, 경포의 바다에서는 작은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바다를 스치는 바람에는 소나무 향이 실려 있었다. 얼마 전 소나무가 빼곡한 일본 이와테현의 산골을 다녀온 터라, 음악을 듣는 동안 그곳의 숲과 경포의 물결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때로 소리는 풍경을 그려내고, 청각을 넘어 기억과 후각, 시각까지 불러낸다. 음악 속 풍경에 저마다의 경험이 포개질 때 감상은 하나의 감각에 머물지 않고 다층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올해 하슬라국제예술제는 이러한 감각의 확장을 축제 전반으로 넓혔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과 예술감독 조재혁의 협업은 클래식 음악과 일루션을 결합했고, 세계 초연작 ‘소리의 몸짓: 가무악일체’는 국악과 무용, 클래식의 만남을 시도했다. 여기에 초당성당과 강릉대도호부 관아, 강릉시립미술관 솔올 등 일상의 공간으로 찾아간 무료 공연 ‘우덜 음악잔치’와 두 차례로 늘어난 키즈 콘서트까지 더해졌다. 음악에 시각적 장식을 덧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매체와 감각을 엮어 예술을 경험하는 방식을 넓혀간다는 것이 이 축제의 차별점이다. 첫해 ‘시작’에서 ‘선물’, ‘사랑과 우정’으로 이어진 하슬라국제예술제는 내년 ‘열정과 정열’을 주제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음악을 중심에 두면서 다른 장르와 감각, 지역의 일상을 연결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젊은 예술 플랫폼. 강릉의 가을에 남겨진 다채로운 감각의 여운이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만남과 울림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1 2026 하슬라국제예술제에서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 융합 공연 ‘소리의 몸짓: 가무악일체’. ⓒSihoonKim
2 2026 하슬라국제예술제의 마지막을 수놓은 ‘사랑에서 열정으로’ 무대 위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 그리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SihoonKim
2 2026 하슬라국제예술제의 마지막을 수놓은 ‘사랑에서 열정으로’ 무대 위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 그리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Sihoon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