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quillade Provence (코키야드 프로방스) an Idyllic Sanct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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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3, 2024

)글 고성연 | 사진 고성연, Thomas Eugster 제공

신이 유달리 정성을 기울여 매만진 듯한 천혜의 자연이 펼쳐지는 프로방스의 풍광은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서유럽의 겨울에도 따스한 포용력을 불어넣는다. 능선이 둥그스름한 산들이 병풍처럼 주위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저마다의 자태를 새초롬하게 뽐내는 멋들어진 나무들을 보면 누군가의 다정한 인사를 받지 않아도 어쩐지 ‘환대’받는 느낌이 든다. 물론 상큼한 미소와 함께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는 손길을 대하면 묘한 안도감까지 더해지며 비로소 휴식처를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지만 말이다. 자코메티의 조각처럼 날씬하고 길게 뻗은,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사이프러스 사이로 한적하게 자리하고 있는 낮은 언덕 위의 고요한 리조트. 남프랑스풍 럭셔리로 유럽 최고의 수준을 인정받은 코키야드 프로방스(Coquillade Provence)는 첫인상부터 지친 심신을 보듬어주기라도 할 듯한 평화롭고 정겨운 ‘안식처’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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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공간’인 호텔은 잠깐이라도 머무르는 낯선 이들을 포근히 감싸안고 안식을 제공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지만, 처음에는 거리감이 들기 마련이다. 아무리 빼어난 시설을 지닌 특급 호텔도 어느 정도는 ‘정 드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화려하고 출중한 인프라를 갖추었는데도 어쩐지 차갑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르세유 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걸려 도착한 코키야드 프로방스(Coquillade Provence)는 분명 ‘영상’의 기온으로 동북아시아인 입장에서는 나름 견딜 만하지만 이 지역 기준으로는 춥다고 투덜대는 겨울철에 찾았는데도 왠지 따스하고 정겨운 기운이 감돌았다. 세련되면서도 아늑한 리셉션에서 첫눈에 시선을 잡아끄는 벽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면서 여유롭게 체크인한 다음, 밖으로 나가 낭창낭창한 나무들 사이로 걸어가면서 숙소로 향하는데, 마침 잠시 마중을 나온 듯한 햇살의 춤사위 너머로 산과 들판이 눈부시게 빛나는 프로방스 특유의 매혹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뤼베롱 계곡에 자리한 이 리조트의 우월한 위치 덕분에 매일같이 누릴 수 있는 혜택 중 하나다. 여러 객실이 들어서 있는 건물의 분위기도 소박하고 온화하다. “건축 계획, 그것은 땅 그 자체다”라고 했던 알바루 시자의 말이 떠오른다. 전원풍 객실은 온화한 정서를 머금은 연갈색과 베이지 색조, 소박하면서 앙증맞은 디자인의 인테리어로 거리감을 좁혀주는 듯하다. 프로방스 사람들의 혀를 즐겁게 해주는 디저트 ‘칼리송’과 커다랗고 달콤한 페이스트리, 오렌지로 허기를 기분 좋게 채우고 페퍼민트 차를 곁들이니 결국에는 스르르 낮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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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기의 아담한 마을, 안식을 주는 리조트가 되다

사실 프로방스 지역의 대다수 리조트는 겨울 내내 문을 닫는다. 따뜻한 날씨와 싱그러운 녹음, 꽃향기 가득한 경치를 즐기러 오는 이들이 많아서다. 코키야드 프로방스는 소유주 집안의 전략적 결정으로 12월에도 문을 열어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러 오는 손님을 맞이한다(연초에는 휴지기를 가진다). 초여름이었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자주 입에 오르는 고르드(Gordes)와 루시용(Roussillon)의 라벤더 만발한 풍경을 담으러 자전거를 빌려 돌아다녔겠지만(혹은 테니스를 치거나), 겨울이면 게으름을 피울 수 있다는 나름의 장점도 있다. 스파를 즐기면서 그저 먼발치에서 오밀조밀한 산의 능선과 시원하게 펼쳐진 포도밭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려한 2개의 야외 풀을 비롯해 실내 풀을 낀 스파 시설, 3개의 레스토랑과 2개의 바를 갖춘 코키야드 프로방스는 ‘웰빙 스파’와 ‘미식’으로 명성 높은 곳 아닌가. 원래 리조트 부지는 수도사들이 11세기에 세운 작은 마을이었는데(지금도 부지 내 작은 우물이 있다), 2세기가 흐른 뒤에는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자라면서 지금에 포도원인 오레토(Aureto)로 이어졌다. 와인과 사이클링을 향한 사랑이 지극한 스위스 출신의 사업가 안드레아스 리스(Andreas Rihs)가 투자를 결정해 2008년 28개 객실과 스위트를 갖춘 럭셔리 리조트로 문을 연 코키야드 프로방스(‘코키야드’는 새 이름이다)는 2010년 를레 & 샤토(Relais & Châteaux, 역사와 전통을 지닌 최고의 호텔과 명성 높은 요리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연합) 호텔로 지정되고, 이듬해 5성급 호텔 인증을 받는 등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이어 2015년 시설을 크게 확충하고 2021년 대대적인 레노베이션까지 단행했는데, 이후 ‘트래블 앤드 레저’가 뽑은 프랑스의 ‘베스트 리조트’ 1위에 올랐고(2022년) 최근에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5성 호텔로 선정되기도 했다. 머지 않아 전용 풀을 갖췄을 뿐 아니라 객실에서 스파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럭셔리 스위트도 여럿 공개될 예정인데, 친구나 연인은 물론 가족 단위로 심신의 균형을 되찾는 ‘힐링 체류’를 하기에 안성맞춤일 듯하다.지금은 창립자의 아들들인 올리버와 토비아스 형제가 리조트 운영을 맡고 있는데,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애정 어린 취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범상치 않은 회화와 조각, 텍스타일 작품이 눈을 호강시켜주는데, 프로방스에서 살았던 피카소의 프린트도 보인다. 그리고 로비에는 작은 서재가 있는데, 대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의 책상과 작품도 놓여 있다. 알고 보니 이 형제는 헤세를 증조부뻘로 모시는 후손이란다.

홈페이지 www.coquillad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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