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옥, 전통과 파격, 재창조가 공존하는 신개념 문화 공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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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 2021

글 손미나(작가) | 일러스트 하선경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는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서울 이태원에 격식과 고정관념을 탈피한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GUCCI GAOK)’을 선보인다.
다양성에 대한 철학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실험적 시도로 채워질 ‘가옥’이 수행할 진정한 복합 문화 허브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우리는 지금 진부한 관습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진취성, 성장과 변화를 위해 기존 아이디어를 버리는 용기,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시선을 멀리 두고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 등 경계를 무너뜨리는 크고 작은 실험이 끊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여행 중 큰 감동으로 다가온 공간이 꽤 있었다. 전시와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자리에서 미술, 발레,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마나 컨템퍼러리(Mana Contemporary)’. 문을 열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미국 뉴저지의 문화센터로, 구석구석을 파격적인 예술의 흔적으로 채운 그곳을 방문한 날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이름만으로도 이국적인 쿠바 아바나에는 오랜 식용유 공장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이자 클럽 ‘파브리카 데 아르테 쿠바노(Fa′brica de Arte Cubano)’가 있다. 전시장 한복판에서 작가와 관객 사이 즉흥 예술품 거래가 이뤄지는가 하면, 비디오아트 작품이 배경으로 흐르는 가운데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바로 옆 공간에선 연극이 한창인데, 반대편 문을 열면 모히토를 마시며 달빛 아래 춤추는 사람들이 모인 야외 클럽이 있는 것을 보고 받은 신선한 충격이란!
격식과 고정관념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탄생시키고 우리 영혼 깊은 곳에 있는 열망과 영감의 씨앗을 끄집어내는 공간을 발견하는 일은 단연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런 공간을 볼 때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도전이 어우러진 공간을 좋아하는 내게 얼마 전 가뭄의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일찌감치 ‘다양성’과 ‘경계 허물기’, ‘환경문제’ 등에 앞장서온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GUCCI)가 지난 2년간 심혈을 기울여 의미심장한 프로젝트를 준비해왔고, 드디어 서울에서 선보일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름하여 ‘구찌 가옥(GUCCI GAOK)’! ‘명품 숍은 청담동에 다 모여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내 최초로 서울 강북 지역에 들어선 플래그십 스토어인데, 여러 면에서 기존 틀을 확장한 개념을 담아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역사 깊은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구찌는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았다. 그만큼 야심 차게, 또 정성을 다해 준비한 프로젝트로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이곳은 우선 장소 선정 배경이 흥미롭다. 구찌는 세계적인 트렌드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의 수도 서울, 그중에서도 다채로운 문화 허브로서 상징성을 갖는 이태원을 선택했다. 이태원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이 녹아 있고,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가치관을 지닌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서울에서 다양성과 공존의 문화를 이야기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지역이면서 품격 높은 갤러리와 고급 주택가, 소박한 길거리 문화가 한데 녹아 독특한 서브컬처가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사실 이태원은 역사적으로도 다양성의 중심에 선 허브 역할을 해온 곳이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로 여겨져 항상 여러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어찌 보면 이태원의 정체성은 새롭게 정의된 것이 아니라 기존 정체성이 글로벌한 스케일로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태원은 오랜 세월을 겪는 동안 한반도의 이모저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양의 허브에서 수차례 탈바꿈하는 과정을 거쳤다. 현재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대조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는, 명실상부 역동적이고 새로운 기회의 장소로 자리매김했는데, 이것은 구찌가 추구하는 정신과 통한다.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는 자기표현을 극대화하는 미학을 캠페인, 패션쇼 등을 통해 선보여왔다. 럭셔리 브랜드 사이에서 구찌가 눈에 띌 수 있었던 것은 포용성을 내세우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모든 세대와 컬처를 아울러 여러 층에 어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태원이 품은 정신이나 시대적 요구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요소다.
그런가 하면 구찌가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 이름으로 선정한 ‘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도 특별하다. 가족이 한데 모이는 편안한 장소이자 사랑하는 이들이 담소와 음식을 매개로 ‘나눔’을 경험하는 곳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와 자존심의 브랜드 구찌는 따스함이 녹아든 공간에서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 정성 가득한 환대로 고객을 대하겠다는 의지를 이 공간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반갑지 않고 두려운 일이 되어버린 아픔의 시기를 보내며 우리는 모두 인간적인 교류와 만남을 그리워하고 있기에 이런 공간의 탄생이 더욱 반갑고 크나큰 위로로 다가온다. 구찌의 ‘가옥’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옥’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고풍스러운 느낌과 달리 실제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만나게 될 공간은 모던하고 트렌디한 클럽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모습으로 꾸며진다. 그런가 하면 서비스 자체는 누구나 다정한 환대를 받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전통적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관찰자 입장에서 벗어나는 ‘직접 체험’과 ‘뉴 디지털 테크놀로지’ 개념을 혼합 적용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경험 또한 고객을 위해 열려 있다. 이러한 흥미진진한 공간의 첫 얼굴은 한국적 미(美)와 자연의 숨결을 모티브로 한 파사드. 박승모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하나하나 정성 들여 완성한 외관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예술적 감동을 극대화한 이태원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구찌 가옥’의 파사드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자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멀리서 건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까지 감동을 전하는 파사드에 대한 발상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구찌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추구하려는 가치의 중심에는 ‘상생’과 ‘공존’이 있다. 럭셔리 주택가와 미술관, 젊음을 불태우는 청년과 서민의 치열한 삶이 교차되는 절묘한 위치에 ‘구찌 가옥’이 들어서는 배경에는 이탈리아 정통 브랜드로서의 자존심과 아이덴티티, 한국적인 느낌을 담는 공간으로서 모든 룰을 깨고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포용 및 흡수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커뮤니티와의 교류와 공존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 단순한 스토어가 아니라 진정한 문화 허브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혁신을 향한 구찌의 끊임없는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파격과 재창조를 위한 가능성을 열어두어, 누구나 한번 오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집’ 같은 곳, 그러나 매번 새로운 발견이 가능한 신개념 공간. 그것이 우리가 만나게 될 ‘구찌 가옥’이다.
무엇보다 ‘구찌 가옥’이 재미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곳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을 뛰어넘는 놀라움을 선사할 ‘구찌 가옥’은 쇼핑을 위해 잠시 찾는 장소와는 완전히 다르다. 최고의 서비스와 미래 기술을 도입해 하이브리드한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콘셉트와 공간의 구성 및 레이아웃, 디자인, 운영 시간과 방식에 이르기까지 파격과 탈고정관념으로 채워질 ‘구찌 가옥’은 말 그대로 신개념 문화 허브로서 서울, 나아가 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게 되지 않을까.
진정성 있는 이탈리아 장인 정신과 전통적 가치 위에 한국적 가치와 역동적이고 모던한 감각을 쌓아 올린 구찌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구찌 가옥’을 곧 만나게 된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관대함과 새로운 관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 우리의 지친 마음을 안아주고 영감을 제공할 이 근사한 문화 허브는 많은 이들의 영혼에 위안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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