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timist Rhyt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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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7, 2019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의 한 부둣가에 거대한 빛의 공간이 열렸다. 그리고 그 빛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블랙홀.
그 속에서 프라다의 2020 S/S 남성복 패션쇼가 시작됐다. 모든 공간을 지배한 빛의 플레이는 환상적이었고, 그 빛을 관통하는 프라다의 런웨이는 더없이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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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도발, 그리고 자유의 힘
시즌마다 늘 많은 패션 피플들의 기대감을 극대화하는 프라다의 2020 S/S 남성복 컬렉션. 낙천적인 밝은 컬러와 신선한 파격으로 가득했던 이번 쇼는 프라다의 남성복이 내년에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선언한 컬렉션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퓨처리즘이 돋보였지만, 클래식을 연상시키는 모티브를 곳곳에 사용해 묘하게 경쾌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러한 의도된 이중성은 보수적인 세대에게는 파격과 혁신을,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디테일을 제시하는 신선함을 어필하는 장치. 룩에서 가장 먼저 돋보인 건 다양한 길이를 활용한 레이어링과 사랑스러운 느낌의 파스텔컬러였다. 폴로 셔츠나 오픈 셔츠 같은 단정한 이미지의 아이템들은 허벅지 중간까지 길이가 내려왔으며, 여기에 무릎 위로 훌쩍 올라간 쇼트 팬츠를 매치했다. 한결 길어진 테일러드 재킷과 발목 위로 올라간 8부 팬츠의 매치는 젠틀하면서도 경쾌했다. 마치 옷으로 즐거운 놀이를 하는 듯 리드미컬한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레이어드한 하나의 룩에서 각각의 아이템은 존재감을 더욱더 발휘하는 느낌. 컬러 플레이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종종 소녀를 연상시키는 핑크, 옐로, 민트 그린 등 파스텔컬러가 등장해 건장한 남성 모델들과 어우러지면서 또 다른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카키와 블랙을 기본으로, 밝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를 다채롭게 사용했는데, 때로는 신발과 양말, 가방 등에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의 룩 안에 서너 개 이상의 파스텔컬러가 어우러져 스포티한 무드와 힙한 느낌을 강조하기도 했다. 눈에 띄게 커진 로고 플레이, 배지와 패치를 나열한 상의, 마치 손으로 대충 거칠게 엮은 듯한 액세서리, 양말과 샌들의 매치 등 프라다의 컬렉션에서는 거의 매번 만날 수 있는 요소는 이번 시즌의 톡톡 튀는 위티(witty)한 포인트이기도 했다. 결코 ‘프라다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컬렉션. 과거와 미래가 만나 새로운 혁신으로 표현된 이번 컬렉션은 프라다의 상상력에 감탄하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되었다. 언제나 꿈꾸는 즐거운 일탈. 내년 S/S 프라다의 남성복 컬렉션은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멈춘 듯 거대한 네온 빛의 공간
컬렉션 못지않게 프라다의 미래 지향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건 쇼가 열린 공간이다. 프라다는 이번 2020 S/S 남성복 쇼를 위해 상하이 민셍 부두(Minsheng Wharf) 저장고의 가공되지 않은 모습과 산업적인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첨단 조명을 설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미래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을 창조해냈다. 거대한 빛의 기둥이 길게 배치된 방을 가로지르는 직선런웨이를 통해 또 다른 빛의 구조 속으로 사라진 캣워크는 끝이 보이지 않아 더욱 공상적으로 느껴졌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저장고 중 하나라는 민셍 부두의 창고는 빛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품은 초월적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멋진 쇼가 끝난 후 이 거대한 공간은 공연장과 전시장, 그리고 파티장과 클럽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참석자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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