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veiled but vei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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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1, 2012

글 지은경(칼럼니스트, 유럽 통신원) | photographed by Martine Houghton

드러나지 않아도 느껴지는 친숙함 그리고 눈앞에 보여도 사라지지 않는 호기심.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와 연관되어 떠오르는 느낌들이다. 직선, 모노톤, 난해한 코드. 하지만 더없이 단순한 마틴 마르지엘라의 스타일이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미니멀리즘과 모던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그의 호텔과 플래그십 스토어 탐방기.


  

    

    

  


2011년은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에게 특별한 해였다. 7월에는 샹젤리제의 부티크 호텔, 메종 샹젤리제를 디자인했고, 10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마틴 마르지엘라의 부티크를 중국 베이징에, 11월에는 상하이에 오픈했기 때문이다. 늘 사람들에게 신선한 디자인적 영감과 흥미를 선사해온 마틴 마르지엘라. 그가 창조한 새로운 공간들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패션을 넘어 공간이라는 분야로 디자인 영역을 확대한 마틴 마르지엘라. 그가 창조한 공간들에서 우리는 그가 지금까지 선보여온 패션 디자인과 밀접한 연결 고리를 하나씩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 공간의 구석구석에서 숨을 쉬고 있다. 그중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두 곳, 메종 샹젤리제와 베이징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찾아가보자.

Hotel la Maison Champs-Elysees

파리 최고의 명품 거리인 몽테뉴가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일컬어지는 샹젤리제가, 그리고 파리에서 가장 중요한 현대미술 뮤지엄 중 하나인 그랑 팔레 사이에 위치한 라 메종 샹젤리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건물을 개조한 이 멋진 호텔에 최근 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가 호텔의 인테리어 건축과 디자인을 새롭게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라 메종 샹젤리제는 본래 1864년 리볼리 공작부인, 에슬링의 공주, 그리고 외제니 황후가 자신의 저택을 짓기 위해 프랑스의 건축가 줄 펠레셰를 고용해, 오스만 스타일로 설계되어 1866년에 완공된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나폴레옹 3세 때 지은 유서 깊은 건물과 최근에 지은 모던한 건물, 이렇게 2개의 건물로 나뉜다. 마틴 마르지엘라 역시 두 가지의 큰 테마 아래 호텔을 디자인했는데, 그 첫 번째 파트는 나폴레옹 3세 시대의 예술과 문화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점으로 관망할 수 있도록 설계한 레스토랑과 바, 라운지와 리셉션 등이다. 이와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 초현실주의적인 마틴 마르지엘라만의 색이 드러난 객실 등이 두 번째 파트이다. 이와 같은 인테리어 건축과 디자인을 위해 마틴 마르지엘라는 조명 디자이너와 조경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우리는 공간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뭔가 다른 것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급스럽지만 편안하고 미니멀리즘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세심한 부분까지 실용적으로 설계한 물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마틴 마르지엘라 디자인이 추구하는 코드와 연결되게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 공간은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느낌을 자아냅니다. 연극 무대 같기도 하고 꿈에서 본 듯한 공간이 현실로 재현된 듯한 세계가 파리 패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동네에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이는 도시 안에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여행할 수 있게 하며 그 여행지는 현실 세계가 아닌 미지의 시간과 공간입니다. 사람들의 시각을 방해하는 요소 없이, 모든 것에서 평화로운 하모니를 이루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 마틴 마르지엘라
사람들이 모이는 리셉션 홀의 바닥은 바람에 의해 흩어진 듯한 블랙 색상의 작은 네모 조각들이 하얀색 대리석 위에 끼워져 디자인되어 있다. 홀 중앙에는 유리가 곳곳에 배치되어 프리즘 역할을 해 마치 공간이 끝없이 펼쳐진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호텔의 바와 라운지의 벽에는 중세의 클래식한 샹들리에와 장식품이 그려져 있어 과거의 장식들이 공간에 어렴풋이 남겨진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그와 같은 패턴의 그림은 바닥에 깔린 카펫 위에도 그려져 있다. 모든 공간의 가구에는 하얀색 면 소재의 커버가 씌워져 있으며 심지어는 벽에 걸린 액자들조차도 하얀 천으로 가려져 있다. 이는 형형색색의 사물들이 넘쳐나는 세상과 차이를 두어 시각의 휴식을 선사하기도 한다. 객실과 레스토랑 등은 깨끗한 화이트 또는 짙은 그레이 톤으로 꾸며져 있다. 이런 단색의 디자인은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 오래된 나무로 제작한 조각품들이 공간에 조용히 머물러 어느 한 곳도 빠뜨리지 않고 색다른 세상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너무도 많은 것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복잡한 세상. 이런 세상에서 진정한 럭셔리 라이프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 혹은 최소한의 것만을 가지고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가 창조한 세계는 늘 인간이 내면에 지닌 가장 순수하거나 가장 해학적인 면을 끄집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그 재미있는 상상력은 그의 공간, 호텔 라 메종 샹젤리제에서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Maison Martin Margiela in Beijing

대사관과 명품 레이블 숍 그리고 외국인들이 밀집한 베이징의 산리툰 빌리지(Sanlitun Village)에 마틴 마르지엘라의 매장이 들어섰다. 디자이너가 된 지 2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또 세계에서 가장 큰 마틴 마르지엘라 매장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상상을 뛰어넘는 공간과 디자인에 대한 그의 감각에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베이징 숍은 큰 의미를 지닌 곳이다. 마틴 마르지엘라를 대표하는 색상과 콘셉트로 꾸민 지금까지의 숍들과는 달리 베이징에 오픈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다이내믹한 동선과 디자인, 창조적인 구조로 설계되었다. 길가와 마주한 2층 건물의 전면부는 540m2 의 유리로 마감했으며 그 위로는 네온 불빛이 건물을 감싸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네온은 여자가 걷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으며, 그 사이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로고가 반짝인다. 매장 안은 세라믹 타일, 나무, 거울, 유리, 커튼 등 각각 다른 소재로 설계한 상자들로 나뉘는데, 그 안에는 마틴 마르지엘라의 다양한 컬렉션들이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다. 또 마틴 마르지엘라 특유의 해학이 묻어나는 액세서리 코너는 2층과 1층 사이 미끄럼틀로 연결되어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색다르고 발칙한 상상력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그들을 위한 놀이터, 혹은 파라다이스를 선사한 것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소재는 마치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폭신폭신한 하얀색 카펫으로, 매장 곳곳에 깔려 있다. 베이징에 오픈한 매장과 더불어 2011년 11월 상하이점을 통해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는 보다 활발하게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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