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tilly Arts & Eleg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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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5, 2014

에디터 배미진(샹티 현지 취재)

샴페인과 함께하는 풀밭 위의 점심, 우아한 능선에 펼쳐진 잔디 위의 클래식한 빈티지 카, 아름다운 모자 아래 이어지는 여인들의 산뜻한 웃음. 세계적인 워치 브랜드 리차드 밀이 후원한 아트 앤드 엘레강스 이벤트가 열린 프랑스 샹티에서 에서 보낸 우아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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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떠 있는 샹티 성, 그리고 리차드 밀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럽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샹티(Chantilly) 성으로의 초대. 이 유서 깊은 고장은 말과 야외 행사를 위한 화려한 꽃 장식 모자, 물 위에 떠 있는 신비로운 성으로 유명하다. 이 세 가지 테마만으로도 이곳이 얼마나 부유하고 풍요로운 문화를 지닌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파리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가량 떨어진 거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다. 끝도 없이 잔잔하게 이어진 잔디 위 경마장에서는 승마 기수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리차드 밀 브랜드의 창업자 리차드 밀(Richard Mille)은 이곳에서 시계가 아닌, 리차드 밀의 시계를 착용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품격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리차드 밀이라는 브랜드가 생소한 사람도 많을 터다. 하지만 하이엔드 시계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 시계를 보는 순간 모든 이가 빠져들게 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세공과 화려한 무브먼트, F1 경주 자동차의 좌석을 연상케 하는 멋진 토너형 케이스. 제작하기 극도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독특한 형태의 토너형 케이스 디자인은 이제 리차드 밀의 시그너처가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값비싼 시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비전을 담은 브랜드이기에, 2001년 창립했지만 지금은 오랜 역사를 지닌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 등 쟁쟁한 시계 브랜드들과 같은 고객층을 공략할 정도다. 퀄리티 높은 시계만 선보이는 고급시계박람회(SIHH, 워치스&원더스)에 참여하는 브랜드이니 아직 그 이름은 생소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브랜드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리차드 밀이 하이엔드 워치 시장에 입성한 것이 마치 간단한 일인 듯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리차드 밀은 2001년 첫 시계를 선보일 때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정공법을 선택했다. 마케팅과 홍보를 배제하고 브랜드의 이니셜 RM을 붙인 최초의 시계 RM001 투르비용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 F1 경주용 자동차의 콘셉트와 소재에서 영감을 얻은 이 제품은 시계 분야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APR&P(오데마 피게 르노&파피)와의 논의를 통해 완성했고, 최초의 가격은 20만유로였다. 당연히 모두가 실패를 예상했지만 리차드 밀은 수백 개의 선주문을 받으며 홈런을 날렸다. 과감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에 고급 시계 전통의 가치인 최고의 기술을 담기 위해 하이테크 항공 소재를 시계에 도입하고, 정교한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무브먼트를 만드는 기계를 새롭게 제작하는 등 정교함과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시계 마니아들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창립자 리차드 밀은 원래 시계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는 까르띠에와 오데마 피게, 롤렉스를 즐겨 차던 시계 마니아였다. 그런 그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왜 만들기 어려운 토너형 케이스 디자인을 고집하는지. 유선형의 입체감 있는 형태인 리차드 밀의 케이스는 제작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할리우드의 슈퍼스타와 아시아의 대부호들이 즐겨 착용할 정도로 브랜드가 유명해졌으니 굳이 만들기 어려운 형태만 고집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는 의문에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일부러 토너형 케이스를 고집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 그는 “본래 토너형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착용감이 편안한 커브형 케이스를 원했어요. 형태를 발전시키다 보니 토너형이 된 것이죠. 물론 어려운 것을 완성한다는 성취감도 있습니다. 우리 고객들은 훨씬 더 세심한 것을 원해요. 누구보다 멋지게 만들어야 하죠. 지금 내가 차고 있는 시계를 한번 들어볼래요?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깃털처럼 가볍죠(리차드 밀이 착용하고 있던 이 시계는 RM027 라파엘 나달 모델로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투르비용 기록을 세운 손목시계였다). 하지만 기능은 완벽해요. 이런 시계야말로 바로 리차드 밀의 정수입니다”라고 브랜드 철학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이제 보다 환상적인 제품을 원해요. 저는 제품을 개발할 때 효율이나 비용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프로토타입만 서른아홉 번 수정해 3년간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제품도 있어요. 하지만 착용하는 사람을 만족시키는 ‘익스트림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비용과 시간, 인력까지 모든 것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리차드 밀은 이야기를 마친 후 더 이상 시계에 대해 설명하려 하지 않고 단지 이곳을 즐기라고 했다. 아름다운 날씨와 파티를 즐기는 여유로운 분위기는 마치 다른 시공간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짧다면 짧은 1시간 동안의 대화 이후 이어진 것은 샹티 샤토에서 열린 미슐랭 3 스타 셰프의 멋진 정찬 디너와 이곳을 찾은 여배우이자 리차드 밀의 친구인 나탈리 포트먼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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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카, 멋진 시계, 여유, 그리고 또 여유

일요일 아침이 되자 샹티 성 앞에서는 아름다운 차들이 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에서 성으로 이어지는 작은 숲길을 걸어 성에 다다르니 수백 대에 이르는 롤스로이스와 애스턴 마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빈티지 카들이 잔디밭에 늘어서 있었다. 말 탄 기수들이 자동차 사이를 여유롭게 거닐었고, 성안은 21세기 귀족들이 가득한, 전혀 새로운 장소가 되었다. 경매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만한 빈티지 카들은 주인의 허락을 받는다면 시승도 가능했는데, 멋진 빈티지 카의 주인인 노신사는 손님들에게 기꺼이 운전석을 맡겼다. 잔디밭에서 와인과 샴페인, 카나페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그림 같았다. 이번 행사에 맞추어 샹티 성 인근의 유명한 콩데(Conde) 박물관의 격조 높은 룸에서는 프라 안젤리코와 산드로 보티첼리의 걸작품들이 공개되었다. 리차드 밀의 지원 아래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과 플로렌스 성당, 시에나 성당의 그림을 파노라마처럼 전시해 진정한 예술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샹티 아트 앤드 엘레강스 행사의 아이덴티티인 선명한 오렌지 컬러 모자를 쓴 웨이터들이 서브하는 멋진 정오의 정찬이 끝나자 메인 이벤트가 이어졌다. 샹티 성 중심에 세운 무대에 차례대로 등장한 빈티지 카들은 모두 자신의 장기와 가장 멋진 모습을 뽐냈는데, 그중 최고의 차를 선정하는 것이 이 행사의 메인 이벤트였다. 모든 차들이 무대를 한 바퀴 돌며 마치 캣워크를 하듯 그 위용을 과시했다. 관람객들은 차에 대해 토론하고 평가하며 가장 멋진 빈티지 카의 영애를 누가 차지할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이 모든 상황을 아름답게 조율한 것은 바로 궁극의 시계 브랜드 리차드 밀이다.
고급 빈티지 자동차 전시회를 중심으로 프랑스의 예술 작품과 문화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이벤트, 샹티 아트 앤드 엘레강스는 세월의 풍파 속에 사라졌던 행사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인 리차드 밀은 진정한 럭셔리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이 이벤트를 후원하게 되었고, 내년에도 개최될 예정이다. 리차드 밀은 제품의 기능을 과시하거나 가격의 정당성을 설명하려 들지 않고 우아한 파티를 열어 모두를 초청했다. 부를 과시하는 박람회나 판매가 목적인 VIP 이벤트와는 전혀 달랐다. 아름다운 성에서의 파티는 진정한 럭셔리와 하이 소사이어티, 하이 라이프스타일을 재정의했다. 가장 복잡하고 미래적인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가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행사의 메인 후원사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샹티의 멋진 이벤트에서 리차드 밀이 이야기하려는, 진정한 하이 소사이어티를 위한 섬세한 감성이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과시하기보다는 즐기는 것,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는 것, 좋은 제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소유하는 것. 아마 리차드 밀이 자신의 이름을 단 시계 브랜드를 만든 이유 역시 이와 같을 것이다. 진짜가 뭔지 아는 멋진 오너인 리차드 밀이 앞으로도 ‘진정한 사치’를 위한 희귀하고도 특별한 시계를 만들 것을 기대해본다.

Chantilly Arts & Elegance”에 대한 1개의 생각

  1. 풀밭위의 식사가 생각나는 평화롭고 전원적인 샹티 성으로의 기사여행은 바쁜 삶에 휴식과 로망을 안겨주네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그래서 오늘도 힘을 내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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