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 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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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5, 2014

에디터 고성연 | photographed by park gun zoo

한층 높아진 욕망의 잣대를 충족시킬 만한 쇼핑 공간이 서울 청담동 한복판에 들어섰다.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스플레이 전문가를 동원해 공간의 미학을 살린 하얀 건축물이 일단 행인의 시선부터 사로잡는 분더샵 청담. ‘프리미엄 미니 백화점’을 연상케 하는 이 매장은 ‘모던 럭셔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만큼 외양뿐만 아니라 그 속을 채우고 있는 상품 콘텐츠도 하이엔드의 첨단을 달린다.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의 정수만을 담고 있기에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콘텐츠의 밀도’가 남다르다고 자부하는 이 차별화된 쇼핑 공간은 청담동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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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초대국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도시의 세기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에도 다채로운 콘텐츠를 채워 넣으려는 움직임이 몹시도 분주하다. ‘쇼핑 공간’이라는 도시의 핵심 레퍼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창조 도시라는 개념의 권위자인 찰스 랜드리가 창의성이 풍부한 첨단 도시를 꿈꾼다면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쇼핑몰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듯이, 이제 대도시에서는 ‘쇼핑’이라는 강렬한 유혹의 몸짓도 ‘공간의 미학’이 결여된 채 진부한 어휘를 구사한다면 아무리 콘텐츠가 출중하더라도 냉대당하기 쉽다. 2014년 가을, ‘모던 럭셔리(modern luxury)’를 외치며 서울 청담동에 새롭게 문을 연 분더샵은 그런 맥락에서 충분히 유혹적인 도시의 레퍼토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패션과 건축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의 미학
청담동 낮은 언덕배기에 솟아 있는 하얀 외벽의 범상치 않은 지상 5층짜리 건물과 색색의 나비로 장식된 묘한 매력의 윈도 디스플레이. 언뜻 봐도 한눈에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분더샵 매장은 명품업계가 사랑하는 건축가 피터 마리노의 손길이 닿아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분위기가 사뭇 다른 2개의 관(N관과 S관)으로 이뤄진 분더샵 청담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발길을 이끄는 동선은 물론이고 대리석과 메탈, 나무 소재를 조합해 공간의 질감을 단조롭지 않게 빚어낸 감각도 뛰어나지만 컬러 페인팅이 돋보이는 벽이나 엘리베이터를 수놓은 프린팅, 곳곳에 배치된 오브제처럼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들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단지 피터 마리노의 예술적인 감각만으로 공간이 빛을 발하는 건 아니다. 장갑 한 켤레를 담거나 액세서리 하나를 걸더라도 남다른 정성을 들인 진열대를 활용하는 ‘디스플레이의 미학’도 톡톡히 한몫을 해냈다. “마네킨 하나, 옷걸이 하나를 배치하더라도 모두 공간과 어우러지도록 세심하게 공들였습니다. 특별히 분더샵을 위해 제작한 일종의 작품인데,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완성한 경우도 많지요.” 상품 진열이나 윈도 디스플레이로 감각적인 특징을 갖춰 고객에게 통일감 있는 이미지를 호소하는 ‘비주얼 머천다이징’ 분야의 전문가인 존 필드(John Field)는 공간과 전반적인 조화를 이뤄내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상품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버밍엄 출신인 그는 20대 초반, 당시에는 유럽에서도 생소했던 비주얼 머천다이징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구찌, 제냐, 톰 포드 등 숱한 명품 브랜드들을 거치며 수십 년 동안 내공을 쌓았다. “제 역할은 패션과 건축이라는 두 축을 잇는 브리지 같다고 보면 됩니다. 잘 보면 N관과 S관의 분위기만큼이나 상품 진열에도 차별된 요소들이 있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블랙 메탈과 콘크리트 같은 소재를 활용해 튀는 분위기를 연출한 젊고 트렌디한 N관, 그리고 화이트 톤 대리석이나 우드 소재로 좀 더 클래식한 상품들을 우아하게 뒷받침해주는 S관의 상품 진열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각자의 공간에 맞도록 특화돼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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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미니 백화점을 연상케 하는 쇼핑 공간의 진화, 스페셜티 스토어
이토록 섬세하게 디자인한 쇼핑 공간인 만큼 분더샵 청담은 ‘멀티 브랜드 숍’이나 ‘편집 숍’이라는 명칭을 거부한다. 세계 곳곳에서 엄선한  최상의 브랜드를 테마별로 ‘에디팅’한 ‘스페셜티 스토어(specialty store)’를 표방한다. 컨템퍼러리 패션, 파인 주얼리, 슈즈 등 하이엔드 하우스 브랜드들과 ‘에지’를 내세운 스트리트 브랜드가 공존하며, 쟁쟁한 브랜드의 익스클루시브 에디션이 심심찮게 공개된다. N관에는 와일드한 이미지로 아티스트들과 셀럽들에게 인기가 높은 크롬하츠, 마틴 마르지엘라, 크리스토퍼 케인, 릭 오웬스, 마더 등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거나 은근히 폭넓게 사랑받는 브랜드들이 포진해 있고, S관에는 아뇨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알렉산더 맥퀸처럼 ‘헤리티지’를 내세운 브랜드들이 들어서 있다. VIP를 위한 퍼스널 쇼핑 공간도 S관에 마련돼 있다. 이 밖에 스패니시 라테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맛깔스러운 부카티니 파스타를 접할 수 있는 이탤리언 비스트로, S관과  N관을 연결하는 오픈 공간을 거닐 때 보이는 나뭇잎 장식, 그리고 패션과 아트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ART & SPACE’ 공간도 분더샵 청담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요소들이다. “단일 브랜드가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들을 테마별로 매력적으로 구성한 만큼 보다 융통성 있게 작업할 수 있어 저 자신도 매우 흥미로웠답니다.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아 충분히 다채로운 쇼핑 공간의 ‘쿨한 진화’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존 필드의 말처럼 거대한 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라이프스타일 흐름을 주도하는 최상의 브랜드들을 ‘정제된 공간’에서 풍부하게 만끽할 수 있는 분더샵 청담은 꽤 괜찮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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