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f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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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 2013

에디터 배미진

세상에는 흥미로운 마을이 너무 많아 그 숫자조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어떤 마을은 소설과 명화의 무대로 유명하고, 어떤 곳은 매력적인 풍광으로 많은 이들을 불러 모은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환경을 무기 삼아 방문객을 유혹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남쪽에 자리한 태즈메이니아 섬의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 인근에 자리한 셰필드(Sheffield)만큼 이색적인 농촌 마을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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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여 호에 이르는 농가와 상점으로 이루어진 셰필드 마을이 지구촌 가족들에게서 주목받는 이유는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벽화 때문이다. 마을 전체가 벽화로 장식된 셰필드는 지상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다. 이 거대한 야외 미술관은 정부와 유명 미술관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실천으로 완성한 것으로, 벽화가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진정한 문화 공간이다. 남부 오스트레일리아의 거점 도시이자 낭만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멜버른 항구에서 호화 유람선 ‘스피릿 오브 태즈메이니아’를 타고 망망대해를 10시간 남짓 이동하면 태즈메이니아(Tasmania) 섬의 북쪽 관문에 해당하는 항구도시 데번포트를 접하게 된다. 시드니와 멜버른처럼 높은 빌딩도, 화려한 쇼핑몰도 없는 아담한 데번포트에서 자동차를 타고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을 향해 1시간 남짓 이동하다 보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터를 잡은 정겨운 농촌 마을 셰필드와 마주할 수 있다.
셰필드 마을의 역사는 고작 1백50년에 불과하다. 영국 중북부 셰필드 지역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다수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셰필드란 지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태즈메이니아’ 하면 태초의 자연경관과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된 이미지와 애버리지니(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문화를 생각하기 쉬우나 셰필드는 좀 다르다. 주민이라고 해봤자 6백 명에 불과한 농촌 마을 셰필드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마을과는 다르게 마을 전체가 온통 벽화로 장식되어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아니, 예술 마을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산골짝에 자리한 마을이 거대한 미술관으로 탄생하게 된 데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대규모의 농장이거나 특정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한 주민이 다른 마을과 차별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시작되었다. 목축업과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은 보다 풍요로운 삶과 문화적인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십 차례 회의 끝에 자신들의 터전을 벽화로 꾸미기로 결정했다. 그림에 재능이 있는 주민이 밑그림을 그려주면 다른 주민들이 모여 벽화를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건물의 벽을 그림 마당으로 바꿔나갔다. 이런 작업은 처음 마을 벽에 벽화를 장식한 이후 약 6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지금도 수시로 밑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벽화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지속적인 작업은 셰필드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드는 기반이 되었고, 그 결과 풍요로운 마을로 거듭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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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그려진 벽화는 줄잡아 90여 점에 달한다. 건물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폭 2~3m 길이 5~6m에 이르고, 폭 3~4m에 길이 10~30m에 달하는 거대한 벽화도 수십 점에 달한다. 벽화의 크기만큼이나 내용도 다양하다. 영국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메이니아를 개척하던 당시의 모습을 그려놓은 벽화를 필두로 주인의 직업과 건물 용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내용까지 무척 다채롭다. 광장이나 타운 홀 같은 공공 기관의 성격이 강한 장소와 건물에는 국가적인 주요 행사와 사건을 벽화로 표현해놓았다. 타운 홀 벽면에는 영국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모여 토론을 펼치는 장면이 그려져 있고, 주변 넓은 벽에는 태즈메이니아의 주요 공공사업인, 댐을 건설하거나 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을 담아낸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신작로와 골목을 따라 늘어선 농가와 상점에 그린 벽화는 국가적인 행사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을 입구에 터를 잡고 있는 건물의 경우 과거 역마차가 쉬어 가던 장소로,우편물과 사람들이 역마차에 타고 있는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말굽과 농기구를 제작해 판매하던 대장간에는 마차에 관련된 용품과 농기구를 제작하는 장인의 모습이나 이곳에서 만들어 판매했던 물건 등이 벽면에 그려져 있어 누구나 건물의 용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셰필드 마을에 조성된 건물마다 흥미로운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유독 눈에 띄는 곳은 옛날 교회와 숙박 시설로 사용하던 건물, 그리고 거대한 자연을 묘사한 농가이다. 마을에 자리한 건물 중 제일 규모가 큰 옛 교회 터에 그려진 벽화는 그 어떤 그림보다 돋보인다. 폭 4m에 길이가 40m가 넘는 벽면에 그려진 벽화는 셰필드가 어떤 마을인지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벽화다. 벽면 중앙에 그려진 커다란 그림은 씨를 뿌리는 농부 그림으로, 그 크기가 10m가 넘는다. 농부가 새로 개간한 밭에 씨를 뿌리고 있는 장면을 형상화한 벽화는 당시 주민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보여준다. 셰필드 마을에 그려놓은 벽화들은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수준 높은 유명 작가 그림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거대한 벽화임에도 어느 것 하나 처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색채와 세련된 표현 기법은 말할 것도 없고, 섬세함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런 벽화들은 소를 키우고 채소를 가꾸는 주민들이 직접 그린 벽화라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을 정도로 아름다운 벽화들이다.
셰필드 벽화를 이야기하자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연경관을 그린 상점이다. 과거 목재소로 사용했던 공장의 벽,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사냥꾼이 거주했던 주택, 그리고 자연과 환경보호를 주장했던 주민이 살았던 집에는 어김없이 태즈메이니아의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태즈메이니아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생태계를 그린 벽화는 20여 점에 이른다. 작품의 숫자로 따지자면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작품 하나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서 벽화가 그려진 건물 주변을 걷다 보면 공원을 걷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지상 최대 미술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셰필드에는 벽화 외에도 볼거리가 즐비하다. 약 1백50년 전에 건축한 목조건물을 필두로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크레이들 산과 세인트클레어 국립공원, 그림엽서가 연상되는 농가,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이방인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것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과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다. 셰필드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과거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게 강하다. 숙박이나 카페 등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곳은 물론, 가정에서도 문화 시설을 가까이 두고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아직도 꽤 많은 주민들의 삶은 옛날 그대로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런 모습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곳이 마을에 산재되어 있는 농가와 상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외관만 보아도 세월의 무게가 감지되는 공방은 지금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나무를 깎아 공예품을 제작해 주민들과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다. 인근 강에서 사금을 채취해 각종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했던 공방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또 마을에 자리한 숙박 시설과 레스토랑, 잡화점은 처음 건물이 완성된 이후 1백 년이 넘도록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숙박 시설과 레스토랑은 실내를 새롭게 단장했지만 큰 틀은 옛 모습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옛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민들답게 그들의 삶도 옛날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은 조상들이 즐겨 착용했던 전통 복장 차림으로 손님을 맞고, 관광 안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개척 시대에 유행했던 복장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이런 모습들은 비단 관광업이나 음식점 운영자나 종사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과 농기구도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것을 사용하고 있다. 지명조차 생소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농촌 마을 셰필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여건을 갖춘 농촌 마을이지만 의식과 생각의 작은 전환만으로도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충분히 새로운 마을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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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가는 길 인천 → 멜버른 직항편 이용(10시간 소요) * 멜버른 → 데번포트(Devonport)까지 항공과 배편으로 이동(항공 1시간 소요, 배편 10시간 소요) * 데번포트 공항 혹은 항구에서 렌터카 이용, 셰필드 마을로 이동(40∼60분 소요)
숙박 셰필드 마을의 주민은 6백여 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10만 명 이상이 찾고 있어 마을에는 자연 속에 자리한 숙소를 중심으로 주변에 호텔, B&B, 대여용 주택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❶ Silver Ridge Retreat 셰필드 마을 북쪽 롤랜드 산 아래에 자리한 뛰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세운 로지로, 승마부터 낚시는 기본이고 수영까지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 숙박 시설이다. 요금은 2인 1실 기준으로 65~1백60호주달러. www.sridge.com.au ❷ Sheffield Cabins 셰필드 마을에 자리한 아담한 숙박 시설로 호텔과 산장을 결합한 곳. 전자랜드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로 머물기 좋은 숙소다. 2인 1실 기준으로 95~1백5호주달러. www.sheffieldcabins.com.au ❸ Hurlfield Farm Cottage 셰필드 마을의 1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농가를 활용한 단독 형태의 숙박 시설로 여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2인 기준 1백10~1백40호주달러. www.farmstaytasmania.com/cottage ❹ Sheffield B&B 마을에 자리한 민박으로 고풍스러운 가구와 정성 가득한 음식을 제공한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친절한 숙소다. 2인 1실 기준 1백20~1백40호주달러. www.sheffieldbandb.com
먹을거리 셰필드에는 아담한 레스토랑과 카페 10여 곳을 비롯해 각 숙박 시설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❶ Naomi’s Kitchen 셰필드의 대표적인 레스토랑으로, 신선한 야채 샐러드부터 유기농 밀을 이용한 빵을 기본으로 치즈 요리, 스테이크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다. naomiskitchen.com.au/contact-us.html ❷ Fudge’n’Good Coffee 셰필드 벽화 거리에 위치한 카페로 유기농 커피와 차를 비롯해 신선한 재료로 만든 케이크 등을 즐길 수 있는 곳. fudgengoodcoffee.com 셰필드 마을에는 각종 음식을 선택해 즐길 수 있는 셰필드 호텔(Sheffield Hotel) 레스토랑과 티 룸 토피어리(Tea Room Topiary) 등이 있다.
쇼핑 연중 많은 방문객이 찾는 셰필드지만 유명 쇼핑몰이나 대표 상품은 없다. 마을 상점에서 판매하는 치즈와 목공품이 인기가 높다.
레저 자연경관이 뛰어난 셰필드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는 승마, 낚시, 트레킹, 골프, 보트 투어 등이 있다. 레저에 필요한 예약과 정보 서비스는 마을에 자리한 관광 안내소와 각 숙소에서 제공한다.
주요 명소 셰필드 마을 인근에는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명산이자 자연보호 구역인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이 있다. www.parks.tas.gov.au/index.aspx?base=3297
기타 정보 여행 정보 www.tourism.tas.gov.au

Sheffield”에 대한 1개의 생각

  1. 처음 이름만 보고 영국 셰필드에 대한 기사인줄 생각했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어느 곳... /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영국의 그곳과 호주의 셰필드는 어떻게 다를까. / 신선한 공기와 밝은 빛이 가득한 속에 전통의 멋이 스민 삶의 모습들- 안식을 주는 마음의 풍경이 하나 늘었다.
  2. 와.. 정말 특색있는 마을이네요. 곳곳마다 벽화가 한가득이라니 예술이 가득한 곳 같아요. 주민들이 힘을 합쳐서 완성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구요. 맑은 날, 여유롭게 마을 카페에 앉아 치즈와 유기농 티를 마시고 싶네요.
  3. 벽화로 그 마을의 새로운 인상을 남기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동피랑 마을같이 유명세를 떨치는 일이 종종 있죠. 섀필드는 유동인구도 없고, 그들의 터전에서 자연경관을 벗삼아 그들 스스로 변화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못하겠네요. 상점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시현상까지 일으킨다고 하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네요 ^^ 꼭 가보구 싶네요
  4.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순간! 동화속 세상이 실제 제 눈앞에 나타난 것 같네요!!!!사진에서도 이렇게 예쁜데 실제보면 얼마나 예쁠지 상상이 안가요. 마을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잃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될 수 있다니,,, 배울점또한 많은 마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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