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파비아나 필리피 본사에 있는 쇼룸. 2017 S/S 컬렉션의 신제품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3 움브리아 주에 위치한 파비아나 필리피 본사 외관.
4, 13 우아하고 편안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파비아나 필리피 2017 S/S 컬렉션을 착용한 모델들.
5 지난 9월,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 동안 개최된 파비아나 필리피 2017 S/S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현장.
6 파비아나 필리피의 CEO 마리오 필리피.
7, 8 2017 S/S 컬렉션 디자인 스케치.
9 기획한 제품의 디테일한 사항을 기록한 기획 보드. 샘플 기획부터 디자인, 소재 개발,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10 본사에 상주하는 니트웨어 장인이 샘플로 나온 니트를 직접 손으로 수정하고 있다.
11 축복받은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몬테팔코는 탐스럽고 맛있는 올리브 생산지로 유명하다.
12 파비아나 필리피는 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몬테팔코가 고향인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의 피렌체파 화가 베노초 고촐리의 전시 세팅과 설치를 후원하면서 그의 주요 작품을 몬테팔코로 돌아오게 했다.
이탈리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고대 도시 로마다.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아름다운 구릉지를 품은 토스카나.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이 두 곳을 잇는 이탈리아의 중심부에 파비아나 필리피의 고향, 움브리아가 있다. 피렌체에서 차를 타고 약 2시간 30분 달려 움브리아 주로 진입하면 성 프란체스코의 고향 아시시를 지나, 그린빛 올리브 농장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작은 마을, 몬테팔코에 다다른다. 레드 와인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몬테팔코 사그란티노의 본고장이자, ‘Made in Italy’의 진정한 리더인 이탈리아 럭셔리 여성 브랜드 ‘파비아나 필리피’가 탄생한 곳이다.
짙은 초록색으로 물든 올리브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농장을 배경으로 처음 마주한 움브리아 주의 몬테팔코(Montefalco)의 모습은 동화 속 전원 마을처럼 아주 작고 조용했으며 한적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이탈리아 어느 도시에나 있는 작은 광장에 자리한 카페테리아와 아기자기한 상점 곳곳에는 관광객 대신 이 지역 오랜 토박이들의 여유로움과 이탈리아인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만큼 외부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이 대부분이고, 이런 연유에서인지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풍경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13세기에 지은 시청과 현재는 뮤지엄으로 활용되며 움브리아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뮤지엄으로 여겨지는 산 프란체스코 성당 등 수백 년 전 마을의 모습과 전통을 그대로 보존해 이탈리아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온 마을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어 오후가 되면 마을 곳곳의 오랜 건물들이 붉은색이 도는 황금빛으로 물드는 이 아름다운 마을은 오랜 역사와 뛰어난 자연환경만큼이나 움브리아에서 손꼽히는 핸드메이드 장인들의 본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그 때문에 몬테팔코 마을의 작은 골목마다 자리 잡은 가죽, 화살촉 등 나이가 지긋한 장인이 운영하는 공방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처럼 ‘이탈리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인 정신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꽃을 피우고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여실히 엿볼 수 있는 움브리아의 몬테팔코에서 차로 10분 이동하면 진정한 ‘Made in Italy’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파비아나 필리피(Fabiana Filippi)’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움브리아에서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한 파비아나 필리피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같은 곳에서 쓰이고 있다. 파비아나 필리피는 어린 딸의 이름을 딴 브랜드 이름으로(딸은 현재 성인으로 성장해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다), 마리오 필리피와 자코모 필리피 형제가 운영하는 패밀리 기업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주요 상업 지구인 도심으로 터전을 이동할 수도 있을법한데, 이 두 형제는 핸드메이드 전통의 탄생지인 ‘Made in Umbria’라는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이자 브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이곳에서 지역의 전통적인 방식과 현대 기술을 접목해 브랜드를 발전시켜왔다. 파비아나 필리피 본사에서 만난 CEO 마리오 필리피는 “파비아나 필리피의 제품과 제작 과정의 원칙은 ‘이탈리아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모든 제품은 품질과 스타일 사이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움브리아 최고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것이 특징이죠. 오늘날 파비아나 필리피는 움브리아에서 탄생한 1백 년간의 핸드메이드 전통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라고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럭셔리한 감성을 기본으로 섬세하면서도 편안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강조하는 룩을 선보이는 하이엔드 여성 의류 브랜드, 파비아나 필리피의 강점이자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 아이템은 단연 니트웨어다. ‘진정한 이탈리아 니트웨어’를 선보이기 위해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한 브랜드 히스토리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매 시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새롭고 아름다운 컬러, 편안하고 우아한 실루엣과 부드러운 착용감을 선사해줄 최상의 니트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와 연구를 아끼지 않는다. 세계 1위로 손꼽히는 최고급 원단에 어떤 원사와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조합할 것인가를 연구해 파비아나 필리피만의 소재를 독점 개발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 결과 생산하는 니트웨어의 70%에 파비아나 필리피만의 원단을 사용한다. 이러한 소재 개발부터 생산, 직조 등 생산 과정이 모두 본사에 있는 공장에서 인하우스로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아주 독특하게도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패턴 작업, 제품 생산, 물류, 유통, 고객 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가 이곳 본사에서 이뤄진다. “패션 회사에서 디자인, 원자재, 제조, 유통 같은 모든 생산 단계가 이루어지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모든 단계를 한 회사 구조 안에서 해결하면 제품의 품질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으며 각 부서 간의 건설적인 상호 소통과 기밀 사항 보호, 창조적인 디자인 창출, 높은 퀄리티 유지, 그리고 비용의 효율성까지 다양한 장점이 존재하죠”라는 마리오 필리피의 설명처럼, 파비아나 필리피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만큼 부서 역시 즉각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치된 점이 인상적이다. 디자인실 옆에는 패턴 작업실이, 그리고 그 옆에는 패턴의 모양, 사이즈, 니트의 짜임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장인의 작업실이 자리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상의가 이루어지고 즉각적으로 수정이 가능하다. 또 생산뿐만 아니라 기획, 리서치, 유통까지 한곳에서 이루어지니 외부에 하청을 주는 일반 패션 회사와는 달리 진정한 ‘Made in Italy’, ‘Made in Umbria’를 추구할 수 있다. 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속해온 시스템으로, 현대 기술이 패션을 점령하고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패스트 문화가 세계 트렌드를 주도할 때도 이에 흔들리지 않고 전통에 기초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켜나가는 파비아나 필리피의 굳은 철학과 고집이다. 이것이 파비아나 필리피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하이퀄리티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성공의 비결이자,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의 원동력이다.
이탈리아의 축복받은 고장, 움브리아의 따스한 햇살과 아름다운 자연의 컬러를 연상시키듯, 지난 9월 밀라노 컬렉션에서 선보인 2017 S/S 파비아나 필리피 컬렉션은 해안 풍경을 따라 로맨틱한 산책을 하며 봄을 만끽하는 무드의 싱그러운 컬러로 구성되었다. 보기만 해도 산뜻한 레몬 옐로, 머린 블루, 스트로베리 레드, 피치부터 보르도, 그레이, 스톤 컬러 계열의 내추럴 톤을 바탕으로 과장되지 않고 우아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파비아나 필리피의 장기인 캐시미어 니트웨어를 기본으로 몸을 타고 부드럽게 흐르는 면, 실크, 울, 포플린 등으로 만든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 재킷과 함께 아주 가볍고 따뜻한 울트라 라이트 다운 패딩, 해변의 그물 매트를 연상시키는 텍스처의 트위드 코트와 조끼, 이번 시즌 트렌드인 체크 모티브 모헤어 베스트와 조거 팬츠, 보이프렌드 팬츠 등 다양한 소재를 접목한 다채로운 아이템으로 채웠다. 실루엣은 부드럽게 흐르는 플루이드 느낌과 오버사이즈로 디자인한 직선 라인이 대조를 이루며 컬렉션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편안한 착용감과 실용성은 물론이고 데일리 룩과 오피스 룩 등 어떠한 T.P.O에나 모두 자연스럽게 매치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으며, 최상급 소재로 럭셔리와 세련미를 표현한 블랙 라벨과 우아하고 세련되었지만 보다 캐주얼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화이트 라벨, 두 가지로 선보인다. 마리오 필리피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의 컬렉션이 누군가에게 웃으며 꿈을 꾸게 해주길 바라는 진솔한 마음으로 디자인합니다. 또 옷이 사람보다 튀거나 도드라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로고로 옷을 치장하거나 시그너처 액세서리를 선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우리 옷을 통해 여성이 돋보이고 그녀의 인생이 빛나길 바랍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느낀 파비아나 필리피의 열정과 철학은 실로 남달랐다. 움브리아 지역의 장인들에 대한 경외심과 축복받은 아름다운 환경에 대한 감사를 바탕으로 이와 함께 어우러져 발전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비즈니스의 성공 요소가 된 것이다. 파비아나 필리피는 이러한 철학과 가치를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인 지역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매년 움브리아 지역의 자연을 생각하는 서포트 활동과 음악, 예술, 문화 등이 어우러진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페스티벌인 ‘2 월드 페스티벌(2 Worlds Festival)’에 서포터로 참여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의 피렌체파 화가인 베노초 고촐리의 전시 세팅과 설치를 후원하면서 결과적으로 그의 걸작품이 고향인 몬테팔코로 돌아올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파비아나 필리피의 수장인 필리피 형제는 이탈리아의 중심인 움브리아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브랜드를 일구며 이곳을 떠나지 않고 현재까지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다. 이는 이 작은 마을이 보유한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전통과 역사에 대한 헌신의 뜻일 것이다. 이곳에 대해 기자들에게 세심하게 설명하는 그들의 눈빛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아름다운 이탈리아 움브리아에서 몬테팔코와 파비아나 필리피가 공존하며 성장하고 있는 만큼, 좋은 소재만으로 핸드메이드 공법을 활용해 전통을 기반으로 옷을 만드는 이들의 진심이 소비자들에게도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란다. 문의 02-6905-3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