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 2022
글 이혜미(객원 에디터)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현대성을 아우르며 2005년 론칭한 트래디션 컬렉션. 다이얼을 통해 무브먼트의 견고한 구조를 드러낸 이 특별한 타임피스는 하우스의 역사에 기록된 전설적인 서브스크립션 워치와 택트 워치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우아함에 깃든 전위적인 면모를 통해 시간의 순수성과 복잡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간결한 미학의 정수, 서브스크립션 칼리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생전에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를 선보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워치메이킹 역사상 가장 심플한 시계를 제작한 인물이기도 하다. 프랑스혁명이 발생한 직후 스위스에서 2년간 어려운 시간을 보낸 그는 1795년 봄 파리로 돌아와 시테섬(I^le de La Cite´)의 퀘드올로지(Quai de lʼHorloge)에 위치했던 회사를 재건한다. 이후 공방의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던 중 넘치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서브스크립션 워치를 고안하게 된다. 브레게 하우스가 2005년 출시한 트래디션 컬렉션의 기원인 서브스크립션 워치는 하나의 핸드로 시간과 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싱글 핸드 포켓 워치로, 당대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갖췄다. 브레게는 1797년 출간한 브로슈어를 통해 시계 이름이 서브스크립션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계 가격은 600리브르입니다. 시계를 주문할 때 총 금액의 25%를 선지불해야 합니다. 제작은 지연되지 않을 것이며, 구독 주문 방식을 통해 순서대로 배송이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혁신적 마케팅 전략과 신선한 디스플레이로 아방가르드하다는 평가를 받은 서브스크립션 워치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그의 제작 의도 및 동기, 기술적 사양을 직접 문서화한 유일한 제품이기도 했다. 그가 메종의 새로운 시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동시에 대중의 취향에 어떻게 부합할지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서브스크립션 워치의 출시와 더불어 브레게는 또 다른 요소를 도입하는데, 이는 바로 규모 큰 모조품 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비밀 서명이었다. “대중이 제가 관여하지 않은 작품에 속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방하기 매우 어려운 고유의 마크를 다이얼에 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드라이포인트 팬터그래프라는 기계가 사용되었으며, 브레게 뮤지엄은 최근 이와 관련한 사례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처럼 독보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설계된 서브스크립션 워치는 당시 7백여 피스 이상 판매되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또 한 번의 진화, 택트 워치
더욱 진화한 형태의 서브스크립션 칼리버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년 후 프랑스 산업 전시회에서 선보인 최초의 택트 워치를 고안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당시에는 조명 시설이 좋지 않아 어두운 곳에서 다이얼의 시간을 읽기 어려웠으며, 사교 모임에서 직접적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품위에 어긋나는 일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창립자 브레게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지 않고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했다. ‘요령, 재치’를 뜻하는 단어 ‘택트’로 이름 붙인 새로운 포켓 워치는 케이스 외부에 돌출된 아워 마커를 갖췄는데, 덕분에 사용자는 이를 손으로 만져 노출된 핸즈와 그 위치를 비교해가며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하우스 고유의 디자인을 반영해 엔진 터닝 기요셰, 그레이 및 블루 컬러 에나멜링, 골드와 펄 또는 다이아몬드 스터드 등으로 장식한 다양한 버전의 택트 워치를 소개했다. 새롭고 편리한 시간 확인 방식은 물론 다이얼을 통해 무브먼트의 부품을 감상할 수 있는 놀라운 디스플레이를 통해 브레게의 미학은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이와 같은 헤리티지는 오늘날의 트래디션 컬렉션으로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 2005년,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가져온 니콜라스 G. 하이에크(Nicolas G. Hayek) 회장과 디자인 팀은 택트 워치의 특별한 레이아웃에 감명받아 선구자의 디자인을 재현한 트래디션 컬렉션을 선보였다. 론칭 후 현재까지 강력한 독창성 및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며 핸드 와인딩 및 셀프 와인딩 모델을 비롯해 듀얼 타임, 레트로그레이드 세컨즈, 퓨제를 장착한 투르비용 등의 컴플리케이션 워치로 보다 풍성한 컬렉션을 이루고 있다.
1 브레게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제품 중 하나인 서브스크립션 워치에 영감을 받아 트래디션 컬렉션이 탄생했다.
2 진화한 서브스크립션 칼리버를 장착한 택트 워치.
2 진화한 서브스크립션 칼리버를 장착한 택트 워치.
2022년 주요 신제품
브레게의 기원으로 회귀함과 동시에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는 트래디션 컬렉션. 2세기 동안 이어진 숭고한 장인 정신의 규칙에 따라 작은 디테일조차 놓치지 않은 다이얼은 시간이라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단순 명료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 안에 깃든 철학을 능숙하게 표현한다. 올해의 신제품 또한 시간 너머의 가치를 추구하는 시계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트래디션 퀀텀 레트로그레이드 7597 2020년 첫 출시에 이어 비주얼 변화를 가미해 새롭게 소개하는 트래디션 퀀텀 레트로그레이드 7597. 하우스의 역사적인 포켓 워치(서브스크립션, 택트 워치)의 대담한 설계 및 혁신적 기술력을 계승하는 모델로, 전작과 다른 화이트 골드 소재의 지름 40mm 케이스에 모노크롬 블루 컬러 다이얼, 무연탄 코팅 처리한 진회색 무브먼트를 더했다. 다이얼 3시에서 9시 방향에 걸쳐 180도로 넓게 자리한 데이트 인디케이터가 특징으로, 입체적인 핸드가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작동하며 날짜를 가리킨다. 데이트 인디케이터 역시 신제품의 디자인 코드에 부합하는 블루 컬러로 코팅했고, 그 위에 실버 톤 파우더로 전사 처리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골드 카보숑을 교차 배치했다. 날짜는 케이스 10시 방향에 위치한 푸셔를 통해 손쉽게 조정 가능하다. 오리지널 모델과 같이 3개의 스크루로 고정한 12시 방향의 블루 오프센터 골드 다이얼에는 기요셰로 섬세한 엔진 터닝 클루 드 파리 패턴을 표현했고, 전통적인 로마숫자 인덱스 및 오픈 팁 핸즈를 더했다. 실리콘 혼을 장착한 인버티드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실리콘 소재의 브레게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한 인하우스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505Q로 구동해 부식과 마모에 강하며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아 정밀한 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총 2백69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무브먼트는 시간당 2만1천 회 진동하며 50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을 제공한다.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백을 통해 정교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1780년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제작한 퍼페추얼 워치의 부품을 연상시키는 골드 로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골드 핀 버클을 장착한 미드나잇 블루 컬러 앨리게이터 스트랩과 함께 선보인다.
트래디션 퓨제 투르비용 7047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가장 큰 유산 중 하나인 투르비용의 발명을 기리는 모델. 18세기 남성들이 재킷이나 베스트 등에 소지하고 다니던 포켓 워치는 수직 상태에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한 오차를 극복하고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1801년 최초의 투르비용을 고안해 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며 또 한번 놀라운 업적을 이뤄냈다. 새로운 투르비용 7047 모델에 장착한 퓨제 체인 투르비용의 트랜스미션 메커니즘은 와인딩 수준에 관계없이 일정한 토크(torque, 회전력)를 보장해 시계의 규칙적인 작동을 가능케 하는 특성을 지닌다. 배럴이 완전히 와인딩되면 최대한의 동력이 발휘되는데 체인은 퓨제 상단, 즉 가장 작은 둘레를 따라 움직인다. 체인이 풀리면서 토크는 감소하지만 퓨제의 가장 넓은 부분인 베이스와 나란히 움직이며 전달되는 동력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브랜드의 상징적 코드를 녹여낸 현대적인 디자인의 새로운 투르비용 7047은 기요셰로 클루 드 파리 패턴을 표현한 오프센터 골드 다이얼, 전통적인 로마숫자 인덱스, 사과 형태의 핸즈를 통해 하우스의 유산을 재현했다. 브레게는 시각적으로 통일된 느낌을 주기 위해 부품 전체에 다양한 처리 기법을 사용했는데, 티타늄 소재의 투르비용 케이지와 다이얼은 블루 코팅을, 체인 링크는 푸른빛의 열 처리 과정을 거쳤다. 지름 41mm, 두께 16mm의 플래티넘 케이스 중심에서 힘차게 박동하는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569는 총 5백42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었으며, 역선으로 배치한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실리콘 러그 및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해 자기장의 영향에서 자유롭고 부식과 마모에 강하다. 시간당 1만8천8백 회 진동하며 50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췄다. 플래티넘 소재의 트리플 블레이드 폴딩 버클을 장착한 미드나잇 블루 컬러 앨리게이터 스트랩과 함께 제공한다.
1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트래디션 퀀텀 레트로그레이드 7597.
2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데이트 인디테이터.
3 케이스 백을 통해 확인 가능한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505Q.
4 트래디션 퓨제 투르비용 7047.
5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569.
2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데이트 인디테이터.
3 케이스 백을 통해 확인 가능한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505Q.
4 트래디션 퓨제 투르비용 7047.
5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569.
남녀 모두를 위한 베스트 컬렉션
우아한 디자인에 장착된 정교한 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통과 아방가르드의 조화를 보여주는 트래디션 컬렉션은 진정한 오트 오를로제리의 아이콘이다. 2005년 처음 소개된 이후 점차적으로 라인업에 특별한 모델을 추가한 데 이어, 2017년에는 로즈 골드 버전의 트래디션 담므를 처음 출시하며 여성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뛰어난 기계식 시계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커플 워치로도 완벽한 선택이 될 브레게 트래디션 컬렉션의 주요 모델을 소개한다.
트래디션 담므 7038 오직 여성만을 위해 탄생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 다이얼을 통해 무브먼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상징적인 디스플레이와 그래픽적인 구조가 돋보인다. 지름 37mm의 로즈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로 전개하며, 12시 방향에 위치한 시와 분을 표시하는 오프셋 다이얼은 엔진 터닝 클루 드 파리 홉네일 패턴을 새긴 머더오브펄로 장식했다. 그 위로는 브레게 서명과 개별 번호, 아라비아숫자 인덱스, 골드 소재의 브레게 오픈 팁 핸즈가 자리한다. 다이얼 중심부에서는 로제트 모티브로 핸드 인그레이빙한 배럴이 시선을 끌며, 4시 방향의 밸런스 휠을 비롯해 이스케이프먼트를 탑재한 브리지에서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발명품인 파라슈트(밸런스 관련 부분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를 발견할 수 있다. 10시 방향에서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초를 보여준다. 베젤에 총 6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895캐럿)를 세팅했고, 크라운에는 무브먼트에 사용한 핑크빛 주얼을 세팅해 페미닌한 매력을 드러냈다. 배럴과 동일한 꽃잎 모티브로 우아하게 장식한 케이스 백의 골드 로터에서도 하우스의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브레게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한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505SR로 구동하며 5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총 19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135캐럿)를 세팅한 골드 핀 버클 장식의 앨리게이터 스트랩과 함께 제공한다.
트래디션 레트로그레이드 세컨즈 핸드 7097 특유의 설계를 바탕으로 연탄 그레이 합금 코팅한 무브먼트의 베이스 플레이트를 다이얼 면으로 노출해 기어 트레인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10시 방향에 위치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세컨즈 핸드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원형 브러싱 처리한 반원 모티브에 블루 스틸 핸즈를 더해 해당 컴플리케이션이 더욱 돋보인다. 12시 방향에는 전통적인 엔진 터닝 홉네일 패턴의 실버드 골드 다이얼이 자리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다이얼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799년부터 지속적으로 제작한 다수의 택트 워치에서 발견되는 것이기도 하다. 실리콘 팔렛을 장착한 스트레이트 라인 인버트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뛰어난 정확성을 보장하는 실리콘 브레게 오버 코일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한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505SR1로 구동하며 50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을 제공한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백을 통해 하우스의 과거 앤티크 워치 스타일을 차용한 골드 와인딩 로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섬세하게 홈이 파인 케이스 밴드를 갖춘 지름 40mm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 또는 로즈 골드 케이스로 전개한다.
트래디션 인디펜던트 크로노그래프 7077 양방향의 독립된 기어 트레인을 갖춘 시계로, 크로노그래프 작동에 의한 오차를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고자 탄생했다. 오른쪽에 위치한 것은 시와 분을 표시하기 위한 트레인이며(3Hz로 진동), 다른 하나는 크로노그래프 작동 시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5Hz로 진동). 2개의 트레인은 완전하게 분리된 형태이므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작동시켜도 무브먼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크로노그래프는 방수 기능을 지닌 2개의 스크루 타입 푸셔가 관장하며,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하나의 푸셔는 측정을 시작하는 기능을, 다른 하나는 멈추고 리셋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리셋 과정을 통해 별도의 배럴을 대신하는 블레이드 형태의 스프링이 구부러지고 장전되면서 자동으로 동력을 축적해 보다 효율적이며 편리하다. 한편 트래디션 인디펜던트 크로노그래프 7077은 완벽한 대칭의 미가 돋보이는 모델이다. 12시 방향에 시와 분을 나타내는 실버드 골드 소재의 엔진 터닝 장식 다이얼이, 정중앙에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6시 방향에 크로노그래프 작동 인디케이터가 위치한다. 2시와 10시 방향에는 각각 파워 리저브와 크로노그래프 미니트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2개의 레트로그레이드 핸즈가 대칭을 이룬다. 4시와 8시 방향에 위치한 2개의 밸런스 휠 또한 정확한 대칭점에서 힘차게 박동한다. 지름 44mm의 로즈 골드 케이스와 수동 무브먼트 580DR을 탑재했고, 55시간의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1 (왼쪽부터) 트래디션 담므 7038 로즈 골드 모델과 트래디션 레트로그레이드 세컨즈 핸드 7097 로즈 골드 모델.
2 트래디션 인디펜던트 크로노그래프 7077.
3 트래디션 담므 7038 화이트 골드 모델.
2 트래디션 인디펜던트 크로노그래프 7077.
3 트래디션 담므 7038 화이트 골드 모델.